과거 제약사들은 자신의 독자기술로 의약품을 개발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이를 위해 노력했다. 때문에 기업 내부의 R&D활동을 중시하는 '폐쇄형 혁신' 형태를 띄고 있었다. 그러나 몇년 전부터 신약개발을 위한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기업 내외의 경계를 넘나들며 기업의 혁신으로 이어지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주목받기 시작하더니 최근 가시적 성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제약사들의 아낌없는 R&D 투자도 오픈이노베이션 성과를 뒷받침하고 있는 모습이다.

상위 10개사, R&D 평균 10.4% 투자 

글로벌 진출을 선언한 제약사들이 혁신신약개발을 위해 R&D조직을 늘리고 비용을 투자하는 등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실제 지난 1분기 상위 10개 제약사의 매출대비 연구개발비 평균 투자비율은 두자릿 수인 10.4%로 집계됐다. 

가장 많은 연구개발비용을 투자하는 곳은 역시 한미약품이다. 한미약품은 지난 1분기 422억원을 R&D에 쏟아 부었다. 전년보다는 줄어들었지만 절대금액에서는 단연 최대금액이다. 

제2의 한미약품으로 꼽히는 종근당과 유한양행은 연구개발비용을 전년동기대비 각각 42.3%, 39.3%까지 늘렸다.

동아에스티와 JW중외제약의 R&D 투자비용 증가율도 20%를 넘어섰다. 또한 녹십자와 대웅제약은 1분기에만 200억원이 넘는 비용을 신약개발에 투자했다.

공동개발에 지분투자까지, 오픈이노베이션 성과 보인다

제약사들의 공격적인 투자에 발맞춰 신약개발을 위한 핵심전략인 오픈이노베이션도 성과를 보이고 있다.  

유한양행은 의약품 개발을 목적으로 해외 업체와 연구개발(R&D) 전문 합작 투자회사를 만들었다.

지난 3월 미국 항체 신약개발 전문회사 소렌토사와 혈액암 및 고형암 치료를 위한 다수의 면역 체크포인트 항체 개발 및 상업화를 위한 합작투자법인 '이뮨온시아 유한회사'를 설립하는데 1000만달러(한화 약 120억원)를 투자하고 51% 지분을 확보한 것. 

유한은 이뮨온시아가 개발에 성공하는 첫 번째 면역체크포인트 항체에 대해 미국·유럽·일본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독점권을 가진다. 이 항체는 내년 하반기 임상시험 진입이 예상된다.

2·3번째로 개발되는 면역체크포인트 항체는 유한에서 전 세계 독점권을 갖는다. 이외에도 유한은 바이오니아(8.7%), 테라젠이텍스(9.2%) 엔솔바이오(15.5%), 수액제 전문 MG(37%) 등에 지분투자를 늘리고 있다. 

녹십자는 바이오벤처회사인 제넥신과 지난 2006년부터 지속형 빈혈치료제를 공동 개발해오고 있으며 현재 임상2상을 진행 중이다.

암젠사 '에포젠'의 바이오베터로 자연상태의 EPO(적혈구 조혈호르몬, Erythropoietin)와 지속형 단백질 합체융합기술 hybrid Fc를 결합해 개발중인 지속성 빈혈치료제다.

중국과 인도네이사 등지에 기술수출되면서 국내제약사와 바이오벤처간의 오픈이노베이션을 성공시킨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녹십자는 레고켐바이오와 항응혈제 '녹사반'을 개발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임상1상을 완료했고 현재 미국 임상2상을 준비 중이다.

한미약품은 유망한 바이오벤처사들과 협력을 통해 R&D파이프라인 확장에 매진하고 있다. 작년 1월 미국 안과전문 벤처기업 알레그로와 2000만불 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알레그로가 개발 중인 망막질환 치료신약 '루미네이트'의 한국·중국 시장 개발·판매권을 확보했다.

알레그로에 대한 투자는 한미약품의 미래가치를 안과 영역으로까지 확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어 같은 해 8월에는 KAIST 김학성 교수가 설립한 신약개발 벤처 레퓨젠과 인공항체 플랫폼 기술(리피바디)를 개발하고, 이를 활용해 안과 및 전신질환(항암, 자가면역)치료 후보 물질을 발굴하는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반기술을 확립하고, 향후 전임상이 완료된 유망 후보물질에 대해서는 한미약품이 임상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대웅제약은 산업계와 학계, 연구 등 고른분야에서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실행하고 있는 회사다.

작년 1월 줄기세포전문기업인 강스템바이오텍과 제대혈 유래 동종줄기세포치료제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고 이들은 곧 독일의 의료기기 업체와 퇴행성관절염 줄기세포 치료제 공동개발 MOU를 맺었다.

일본 이화학연구소와 신 의약품 개발을 위한 약물동태 모델링과 시물레이션을 이용한 약물대사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고려대 약대와 산학협력 심포지엄도 진행했다. 대웅은 단순 기술이전이나 도입이 아닌 연구개발 초기부터 상품화까지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지난 3월 바이오벤처인 셀리버리와 파킨슨치료제 'iCP-parkin'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iCP-Parkin은 셀리버리의 원천기술인 거대분자 세포 내 전송기술을 접목시킨 First-In-Class 글로벌 파킨슨병 치료제 후보신약이다. 

우수한 R&D역량과 혁신적인 원천기술을 갖춘 바이오벤처와 임상개발, 글로벌 마케팅의 네티워크를 갖춘 제약사간의 만남이다.

오픈이노베이션은 상위 제약사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한독은 바이오벤처 제넥신의 최대주주로 '지속형 성장호르몬제', '지속형 자가염증질환 치료제' 등 바이오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바이오칩 전문기업인 엔에스비포스텍에 총 1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의료기기 분야까지 오픈이노베이션 대상을 넓혀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CJ헬스케어는 최근 신규항체 개발 벤처사인 ANRT사와 이중타깃항체 공동개발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CJ는 공동연구뿐 아니라 지분투자도 병행, ANRT사와 전략적 파트너 십을 구축했다.

이들이 공동개발하는 이중타깃항체는 2가지 약물 작용기전을 통해 단일타깃항체에 비해 효과와 부작용을 개선시킬 수 있는 약으로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 이중타깃항체와 항암 이중타깃항체 과제에 대한 공동연구를 우선 진행할 예정이다.

국내 제약사 한 연구개발 본부장은 "글로벌 개발역량을 축적하기 위해서는 기존 단순 라이선스 아웃 방식에서 벗어나, 공동개발 및 자체개발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며 "외부 자원의 유치, 공동연구개발 확대 등의 방식으로 국내외 여러 파트너와의 시너지를 적극 모색함으로써 혁신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오픈이노베이션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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