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  원격의료·자국민 해외진료 모두 허용

민사랑·지혜 자매 덕분에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의료 허브`로서의 자리를 확실하게 굳혔다. 우
리는 연간 1만명이 넘는 환자가 해외에서 1조원 이상을 소비하고 있는데, 싱가포르에는 연간
20만명이 넘는 외국인 환자가 몰려들고 있다.
 우리의 의료 기술이나 수준이 싱가포르보다 결코 떨어진 것도 아닌데 이들 자매는 왜 싱가
포르에 갈 수밖에 없었을까?
 우리나라는 36개국에게 서비스 분야의 1차 개방요청서를 제출하였다. 그리고 그동안 개방
을 하지 않았던 법률, 교육 분야에 대해서도 개방안을 제시하고 주요 국가와 60차례의 양자협
상을 개최했다. 그러나 보건의료분야는 1차 개방안에 포함하지 않고 좀더 검토하기로 하였
다.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EC, 캐나다, 중국, 호주, 뉴질랜드, 대만 등 9개국에게 치과를 제외
한 보건의료 분야의 개방을 요구하였다. 미국, EC, 일본, 캐나다에게는 의사인력의 진출을 허
용할 것을 요구하고 조산사와 간호사 인력의 진출을 위한 개방도 요구하였다. 특히 미국에게
는 우선 미국 간호사 면허시험을 한국에서도 치를 수 있도록 하고 간호사 취업비자도 확대해
줄 것을 요구하였다.
 중국에게는 의사간 원격상담과 우리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인공수정, 척추·관절, 성형외과
분야의 상업적 주재와 투자, 그리고 의사인력의 개방을 요구하고, 필요시 상호인정협정을 체
결할 것을 제의하였다.
 우리에게 개방을 요구한 국가는 중국, 폴란드, 홍콩, 태국, 파키스탄, 호주 등 6개국이다.
그 중 중국의 요구가 가장 강하고 포괄적이다. 중국은 의사·치과·한방 분야에서 합작형태로 병·
의원을 설립하고, 중국의 의사·치과·한의사가 2년 이상 의료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라고 요구
하였다. 한방 분야에서는 한방교육의 개방도 요구하였다.
 일각에서는 선진국들이 보건의료 서비스 협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음을 들어 우리
가 적극적일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EC, 일본 등 대다수의 선진국은 우루
과이라운드 협상 때 이미 개방을 했고 중국·대만도 최근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정에서
개방을 하여 우리와는 사정이 다르다.
 중국은 이번 서비스 협상에서 의료분야에 대한 각국의 시장개방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
고 다른 개도국들도 의료 인력의 이동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개도국들이 중국과 연대할 경
우 이들의 요구와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우리 의료인과 의료기관은 의료법에 의해 철저한 보호를 받고 있다. 외국의 의료인은 국내
에서 자격을 취득하지 않으면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도 없고 의료행위를 할 수도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영리법인 병원을 금지한 것이 외국 의료의 국내진출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
다.
 작년 초 한 공청회에서 발표된 의료시장 개방에 관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개방에 찬성한 비
율이 67.4%이고, 그 이유로 국제적 추세가 44.7%, 선진기술 유입이 18.4%, 국내의료발전
이 33.5%인 반면, 선진국 압력 때문이라는 반응은 1.3%에 불과하였다. 의료시장 개방은 결
국 외국의 압력이 아니라 우리 자체의 필요성 때문이라는 것이다.
 협상에는 상대가 있고 주고받기(give & take)를 통해 각국은 자기의 이익을 최대한 확보하
고자 한다.
 우리에게 가장 어려운 협상 상대는 중국이 될 것이다. 중국은 이미 법률·교육뿐만 아니라 의
료시장도 과감하게 개방하였다. 외국의 원격의료와 자국민의 해외 의료 소비도 제한 없이 허
용하였다.
 외국 의료기관은 합작 형태로 중국 내에 병원과 진료소를 설립할 수 있고 최다지분까지 보
유할 수 있다. 외국의 의사는 중국 보건부로부터 면허를 취득하여 6개월간 그리고 1년까지 연
장하여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중국은 합자의료기관의 영리 경영까지 인정하고 있다. 필요시 합자 의료기관의 숫자를 제한
하고 합자 의료기관의 의료인력의 대부분이 중국인이어야 한다는 제한을 부과하고 있을 뿐이
다.
 중국은 금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협상에서 보건의료 분야의 개방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
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우리 의료기관과 의료인이 중국 진출 러시를 이루고 있고 우리도 중국에 추가 개방을 요구
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의료의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논리가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 것인가.
 의료서비스의 공공성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동시에 의료서비스가 고부가가치 산업
인 점도 분명하다. 이런 점에서 어느 한 의학전문기자가 진단한 바와 같이 공공의료와 민간의
료를 조화시키고 표준과 고급의료의 차별화를 기하고 영리와 윤리를 동시에 추구하면서 아시
아의 의료허브로 도약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의료 서비스협상은 분명 우리에게 도전이 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의료서비스의 경
쟁력을 강화시키고 의료제도를 선진화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싱가포르나 중국
이 저 멀리 앞서 달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의 공공성에만 집착하여 단단한 보호막 속에 안
주하고 있는 한 아시아에서의 `의료 허브`는 고사하고 생존조차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두꺼운 틀을 깨야 한다.
 환자가 아픔을 호소한다고 계속 진통제만 주는 것이 옳은 처방일까? 진통제를 줄이고 어렵
더라도 환자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경쟁에서 지고 있다는 철저한 현실인식이 필요하다. 10년 이상 앞을 내다보며 빨리
방안을 찾아야 한다.
영국 / 법조건 충족땐 외국인 차별 없어

 영국은 1948년 국가보건의료서비스(NHS)를 도입, 병원의 국영화·병원종사자의 공무원화·
개원의와 국가간 청부계약 체결 등 의료공급의 사회화를 전제로 국가의 일반재정에서 재원을
조달함으로써 모든 국민에게 원칙적으로 무료의료를 보장하는 사회보험형의 의료체계를 시행
해 왔다.
 하지만, NHS제도 도입 이후 보건의료체계 운영의 비효율성과 보건의료비의 지속적 상승으
로 1989년 NHS 내부에 경쟁원리가 도입돼 구매자와 공급자간 계약에 의한 서비스가 이뤄졌
고, 토니 블레어 집권 이후 내부시장 도입에 따른 경쟁을 협력지향의 통합적 서비스로 이전해
의료 질 향상을 위한 개혁이 시행됐다.
 영국의 인구 1천명당 의사수는 1990년 1.4명·1996년 1.8명·2000년 1.8명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치과의사나 약사의 비율은 거의 변화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간호사는 1996년(4.6명)까지
감소경향을 보이다가 1998년(5.2명)과 2000년(5.3명) 다시 증가하고 있다. 인구 1천명당
병상수는 1990년 5.9개에서 2000년 4.1개에 이르기까지 꾸준한 감소세를 나타냈다.
 영국은 다른 유럽국과 같이 내국인과 외국인을 차별하는 시장접근제한제도를 운영하지 않
는다. 의료기관 운영에 있어 법에 명시된 조건들을 총족시키는 경우, 외국인에게 아무런 차별
규정을 두지 않는다. 외국자격증은 EU 회원국에 한해 인정되며, 비EU 회원국의 경우 개별 자
격심사를 통해 인정여부를 결정한다.
 의사의 경우, 비EU 회원국과 자격증 MRA를 체결한 예가 많지 않아 상당히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는 반면, 약사·간호사에게는 비교적 완화된 기준을 적용한다.
 약사의 경우는 비EU 회원국중 캐나다·호주·뉴질랜드·북아일랜드의 자격증도 인정하고 추가
적 시험이나 현지교육을 이수토록 요구할 수 있으며, 비EU 회원국 간호사 자격증은 관련 기
관 심의에 따라 개별적으로 인정되고 최소 1년 이상의 영국내 실무연수를 거쳐야 한다.
 참고 자료=WTO 도하개발아젠다 협상출범에 따른 보건의료서비스 분야 대응방안 연구(한
국보건사회연구원 정책보고서 20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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