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다경쟁으로 문닫는 병원 나오기 시작 ... 네트워크병원 타격

비뇨기과나 산부인과, 소아과 등 대부분의 진료과가 경영에 타격을 받을 때에도 안정적인 상승세를 유지했던 정형외과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특히 척추나 관절전문병원을 추구하는 중대형병원들이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서울 강동구청역 근처에 개원했던 A병원이 폐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과 강북에도 병원이 있는 네트워크병원으로 꽤 유명한 병원이다. 강동구에 진출해 선전했지만 이 지역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십억원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병원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정형외과 확장세가 과거에 비해 분명히 꺾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의료 컨설팅회사인 골든와이즈닥터스 박기성 대표는 "척추관절병원들이 한창 잘나갈 때 병원 이익률이 보통 30%였다. 이후 병원 확장기에는 20% 정도를 유지하다 요즘은 10%대 아래로 무너졌다"며 "MRI 한대로도 수익을 낼 수 있었던 시대는 이제 갔다. 척추관절병원들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무너졌고, 수익원도 없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척추관절형태의 병원을 개원하려는 의사들은 시장분석을 철처하게 하고 많은 고민을 한 후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정형외과는 무풍지대라는 얘기가 있었지만 옛날 얘기"라며 "척추나 관절을 특화로 하는 병원들의 수익이 나빠지고 있다. 순익분기점을 맞추는 것에 허덕이고 있고, 직원들 월급도 겨우 주는 병원이 많아졌다"고 토로한다.

서울시 동대문구에서 척추관절병원을 운영하는 최 모 원장도 정형외과 경기가 나빠지고 있다고 했다.

또 "몇 년 전 한 네트워크병원의 과잉진료가 방송을 탔다. 이후 그 네트워크병원 몇 곳이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가는 등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고 알려졌다"며 "이후 환자들은 비급여와 과잉진료에 굉장히 날카로워졌다. 환자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게 쉽지 않아졌다. 심평원의 삭감도 많아져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한다.

척추관절병원들이 하락세를 보이는 이유로 공급과잉을 우선으로 꼽는 사람이 많다. 척추관절병원의 수익이 좋다보니 너도나도 시장에 뛰어드는 등 정형외과 의사들이 상황을 자초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서울 강동구나 경기도 안양 인근의 상황을 보면 척추관절병원이 좁은 지역에서 얼마나 많이 분포돼 있는지 알 수 있다. 강동구에는 올바른서울병원, 달려라병원이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 곳이 더 가세해 그야말로 전쟁터가 됐다.

안양도 다르지 않다. 윌스기념병원, 안양튼튼병원, 평촌우리들병원, 평촌나우병원 등이 피말리는 경쟁을 하고 있다. 인근 병원에 환자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더 나은 서비스와 고객만족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분위기는 점점 가라앉고 있다고 한다.

정형외과 의사들의 특성도 작용한다는 시각도 있다.

최 원장은 "정형외과를 전공한 의사들은 수련을 할 때 대부분 큰 수술을 위주로 교육을 받는다. 그런데 규모가 작은 의원을 해서는 자신의 술기를 적용할 수 없어 대부분 규모가 있는 중소병원이나 전문병원을 오픈하려 한다"며 "너도 나도 척추관절전문병원을 개원해 지금의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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