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만 변호사 ‘의사가 환자 본인에게’ 등 원칙 고수 중요

과거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수술한 지 5년이 경과했음에도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한 판례가 있었다.

뇌동정맥 기형을 치료하기 위한 코일 색전술을 받은 A씨는 시술 직후부터 오심 증상이 나타났다. 색전술을 받는 도중 색전물질인 글루의 일부가 뇌동맥 기형 주변의 정상혈관(모동맥)에 유입돼 동맥으로부터 혈액을 공급받는 부위의 정상 뇌조직에 혈류가 차단됐기 때문이다.

타 대학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장애가 발생한 A씨는 “색전술 이외에 외과적 수술과 방사선시술 방법이 있다는 점, 색전술은 완치율이 높지 않아 대부분 보조적 방법으로 사용된다는 점 등에 대해 설명해줄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설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시술에 앞서 환자에게 각 치료방법의 장·단점을 충분히 설명해 치료방법에 관한 선택권을 행사할 기회를 줬어야 한다며 손해배상을 인정했다.

이에 반해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않은 판례도 있다. 가슴성형수술을 받은 환자에게 항생제를 투여할 때 적절한 용량, 간격을 지키지 않았다고 손해배상을 인정했지만 설명의무 위반은 인정하지 않은 것.

당시 재판부는 “설명의무위반도 주장하지만 이 사건에서 환자가 주장하는 악결과 즉 염증악화는 수술 자체의 과실로 인한 것이 아니라 염증에 대한 치료과정에서의 과실로 발생한 것”이라며 “이 같은 염증치료자체에 관해 A씨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볼만한 정도의 설명의무위반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알 듯 하면서도 잘 모르겠는 설명의무 위반의 경계선은 어디일까?

▲ 최승만 변호사

법무법인 송경 최승만 변호사는 최근 의료전문지 법원 출입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설명의무는 판례에 의해 인정되는 독특한 법리”라며 “의료소송 중 어려운 주제로, 학설도 여러 가지이고 이론도 많아 이해하기 힘든 분야”라고 밝혔다.

먼저 설명의 주체는 의사여야 한다는 게 최 변호사의 설명이다.

설명의 주체가 의사여야 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환자에 대한 설명은 단순히 부작용 등 특정사항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로부터 설명내용에 대한 보충적 질문을 받거나 좀 더 구체적인 의학적 해명을 요구받는 경우, 의사가 아닌 사람들로서는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술의 난이도가 어렵지 않고 부작용이 한정돼 있어 충분한 정보제공이 필요하지 않는 경우에도 의사가 설명을 해야 하는 게 원칙이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설명을 듣는 대상자는 환자로 봐야할까? 보호자까지 인정할 수 있을까? 원칙은 환자 본인이어야 하고, 환자 본인에게 설명할 수 없는 경우에 보호자에게 설명할 수 있다는 게 최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는 “실제 소송에서는 환자 본인의 의식이 명료함에도 보호자에게 설명하는 경우, 설명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한 사례가 다수 있고, 이와 반대되는 판례도 있다”며 “원칙은 환자에게 하는 것이 맞지만 사건과 재판부에 따라 설명의무 위반의 정도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의사가 환자에게 설명을 할 때 어느 정도까지 설명을 해야하는 지에 대해서는 “합병증의 발생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해서 설명의무가 면제되는 것이 아니다”고 많은 판례에서 언급된 ‘충분한’ 설명에 대한 기준점을 제시했다.

그는 “실제 임신이 되지 않아 배란유도제 주사를 맞고 복수가 차 결국 뇌경색으로 식물인간이 된 사건에서 진료기록감정최신의는 배란유도제 투여로 뇌경색이 올 수 있다는 것은 확률적으로 극히 드문 경우라고 하면서 임상에서 배란유도제 투여시 뇌경색 발생 가능성에 대해 설명하지 않는다고 회신했다”며 “그러나 재판부는 후유증 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다는 것만으로 설명의무가 면제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설명의무가 면제되는 경우는 언제일까? 최 변호사는 “환자가 의사로부터 침습행위 등의 부작용 등에 관한 설명 듣기를 포기한다는 의사표시를 한 때에는 의사의 설명의무는 면제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설명을 다하면 환자들이 겁을 먹고 치료를 포기하기 때문에 전부 설명하지 않다는 의사들의 변명에 대해 “그렇다고 해도 설명의무는 면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개심수술 후 후유증으로 뇌손상을 입은 대법원 판례를 살펴보면 의사의 설명이 환자로 하여금 의학지식 및 기술상 합리적인 진료행위를 비합리적인 근거로 거부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염려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의사의 설명의가 면제된다고 할 수 없다고 한 것.

그는 “이른바 의사의 치료특권의 차원에서 설명의무가 면제돼야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했을 경우, 환자는 위자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위자료 외에 재산상 손해까지 환자가 청구할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해 최 변호사는 최근 대법원 판례서 명시된 ‘기준’으로 답변했다. 대법원 판례를 살펴보면 위자료뿐만 아니라 그 결과로 인한 재산상 손해의 배상까지 구하는 경우, 설명의무 위반이 구체적인 치료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시할 정도의 것이어야 하고 그러한 설명의무 위반행위와 나쁜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음을 증명해야한다고 판시한 것.

이에 대해 그는 “만약 특정 후유증에 관해 설명을 했다면 환자가 해당 시술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이 인정될 경우에 위자료뿐만 아니라 재산상 손해도 청구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설명의무 위반행위와 나쁜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음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위자료 이상의 손해액을 산정할 수 없고 법원이 위자료 이상의 손해액을 산정했다면 이는 대법원 파기사유”라며 “음경배부신경 부분절제술 후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 발생한 사안에서 항소심이 위자료를 넘는 수준으로 7000만원을 인정했는데 대법원은 너무 과하다며 파기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최 변호사는 “설명의무 위반으로 송사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시술, 수술동의서에 명기된 내용뿐만 아니라 시술, 수술에 대해 최대한 자세히 설명해야한다. 수기로 해도 좋고 설명 내용을 녹음해도 좋다”며 “설명을 한 뒤 환자가 이를 이해했다는 내용을 근거로 남겨야한다. 후유증 등에 대해 명확하게 기재해야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설명의무는 의사가 매우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바쁘다고 대충 설명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시키지 말고 의사가 직접, 환자 본인에게 충분하고 자세히 설명해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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