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호연 중앙의대 교수·중앙대병원 순환기내과

 

대사증후군은 복부비만으로부터 시작되어 심혈관계 질환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고혈압, 고혈당, 고지혈증의 복합 위험인자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운동이나 식이요법 등의 생활습관 교정이 대사증후군의 일차치료로 알려져 있으나, 대부분의 대사증후군 환자들에게 생활습관 교정만으로는 위험인자 각 요소들을 정상까지 회복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런 환자들에게 약물요법이 필요하다. 약물요법에는 2가지 잠재적인 치료방향이 있다. 각각의 위험인자들을 다른 위험인자들과 관련성을 배제하고 개별적으로 구별해서 치료하는 방법이 그중 하나인데, 이것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일부에서는 아직도 지지하고 있는 이론이다. 하지만 대사증후군이 복합적인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개별 요소 한두 가지만을 치료하는 것보다는 여러 위험인자를 동시에 치료하는 것이 예후를 좋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사증후군의 약물치료 전략은 다음과 같다. (1) 생활습관 교정을 최대화해 약물 사용을 최대한 줄임 (2) 가능한 낮은 용량으로 유지 (3) 각 위험인자들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의 숫자를 최대한 줄임 (4) 치료 약제의 전체 숫자를 최대한 줄임 (5) 치료 용법을 단순화하여 순응도를 개선함 (6) 약물반응이나 상호작용을 고려함.

따라서 이러한 약물치료 전략과 대사증후군이 여러 위험요소의 복합질환임을 고려할 때, 심혈관계 질환의 예방효과 증대를 위해서는 병합요법이 필수적이며 복합제 및 폴리필의 사용이 필요하다. 약물 병합요법은 위험인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서로 연관되어 있는 중요한 약물을 선택해야 한다. 위험인자들의 교차작용을 막는 것이 약물 병용요법의 목적이지만, 약물의 선택은 환자가 가지고 있는 위험인자들에 따라 다를 수 있어, 개개인에 따른 맞춤형 병합요법이 요구된다.

고정용량 병합 복합제는 이미 고혈압 및 당뇨병, 고지혈증 치료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최근에는 고혈압 약제와 스타틴이 하나의 정제로 만들어진 복합제의 처방도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당뇨병 약제와 스타틴의 복합제도 임상시험 중에 있다. 보통 2종류의 약제 복합제가 대부분이나, 3종류가 하나의 정제로 합쳐진 약물도 있다. 고정용량이기는 하지만 각각 다른 용량의 복합제가 출시되고 있어 환자의 요구량에 따라 약제의 선택이 가능하다.

복합제의 안전성은 대부분 충분히 입증되어 있다. 고혈압이 동반된 대사증후군 환자의 경우 이뇨제는 인슐린 저항성이나 고지혈증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ARB나 ACE억제제의 사용이 우선시 된다. 복합제 사용의 가장 큰 장점은 환자의 순응도를 개선시키고 의료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순응도는 보고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20% 정도 증가시키고, 이상약물 반응도 20% 정도 줄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순응도의 증가는 목표 질환의 조절을 좀 더 용이하게 하여 결과적으로 예후를 호전시킬 것으로 예측된다.

폴리필(Polypill)은 다양한 대사증후군 위험인자들을 목표로 하여 다양한 기전의 약제를 하나의 약물로 만든 것을 일컫는다. 왈드와 로우 박사가 2003년 6월에 BMJ에 보고한 메타분석에서 폴리필이란 용어를 처음으로 언급하였는데 저밀도 콜레스테롤, 혈압, 호모시스테인, 혈소판 기능을 조절할 수 있는 약제의 조합으로 아스피린, 베타차단제, ACE억제제, 스타틴, 이뇨제 및 엽산을 선택하여 이 약제의 조합으로 만든 폴리필이 심혈관계 질환 및 뇌졸중을 각각 88%, 80% 줄일 것으로 예측하였다.

이 연구로 인해 폴리필이 새로운 치료전략으로 주목을 받았으며 큰 반향을 불러왔다. TIPS(The Indian Polycap Study) 연구는 심혈관질환이 없으나 1개의 위험인자가 있는 45~80세의 2053명을 대상으로 이뇨제(thiazide 12.5mg), 베타차단제(atenolol 50mg), ACE억제제(ramipril 5mg), 스타틴(simvastatin 20mg)과 아스피린으로 구성된 폴리필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한 2상, 이중맹검, 임의배정 연구로 2009년 Lancet에 발표되었다.

폴리필은 혈압을 3가지 혈압 병합요법군과 유사한 정도로 낮추었으며, 약제 상호작용은 없었고, 약물 이상반응은 유사하였다. 하지만 폴리필의 콜레스테롤 저하효과는 단독군에 비해 약간 저조하였다. 이 연구에서 폴리필의 위험감소 효과는 심혈관질환 62%, 뇌졸중 48%로 측정되었으며 환자 복용 순응도는 대조군과 유사하였다. 기존에 발표된 6개의 폴리필 연구들을 합쳐 2013년도에 발표된 메타분석에 따르면, 폴리필이 혈압과 총 콜레스테롤, 저밀도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을 대조군에 비해 의미 있게 감소시켰으나 고밀도 콜레스테롤은 증가시키지 못했다. 약물 이상반응은 대조군에 비해 폴리필군에서 유의하게 증가하였으며, 약제의 중단도 폴리필군에서 더 많았다.

이 연구에서는 심혈관 사망은 데이터 불충분으로 측정할 수 없다고 보고하였다. 폴리필을 옹호하는 입장은 복용하는 약제의 개수를 줄여 순응도를 개선시키고, 환자 및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반면 일각에서는 폴리필의 크기가 커서 오히려 순응도가 떨어질 수 있으며, 약물 상호작용이나 부작용이 발생했을 경우 어느 약제의 문제인지 알기가 어렵다는 회의론도 있다. 대사증후군의 치료를 위해서 약물 병합요법이 필수적이며, 각각 환자들에 맞춰 복합제나 폴리필의 사용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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