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수 서울의대 교수·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1. 서론
당뇨병 환자의 가장 많은 사망원인은 심혈관질환으로, 당뇨병이 없는 사람에 비해 2~3배 위험도가 높다. 그러므로 당뇨병 환자에서는 혈당의 조절뿐 아니라 심혈관질환의 여러 위험인자에 대한 평가 및 조절이 반드시 필요하다. 당뇨병 환자에서 흔히 발생하는 심혈관계 합병증은 관상동맥질환, 뇌졸중, 말초동맥질환, 심부전 등이다. 최근의 여러 연구결과에 의하면, 특히 식후 고혈당은 공복혈당보다 심혈관질환에 대한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본론
1) 혈당조절이 심혈관질환 발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선행 연구
1990년도 시작된 UKPDS 연구는 공복혈당을 108mg/dL 미만으로 낮추는 엄격한 혈당조절군(intensive arm)과 270mg/dL 미만으로 낮추는 표준치료군(standard arm)으로 나누어 11년간 추적관찰한 대규모 연구이다. 본 연구의 목적은 제2형 당뇨병으로 새롭게 진단된 환자에서 처음부터 엄격하게 혈당을 조절하는 것이 향후 합병증 예방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었다.

결과를 살펴보면, 당화혈색소(HbA1c)를 1% 감소시키면 모든 당뇨병과 연관된 지표를 21%, 당뇨병과 관련된 사망을 21%,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을 14% 감소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말초동맥질환은 43%, 미세혈관 합병증은 37%의 감소를 나타냈다. 심근경색증의 경우 14%의 상대위험도 감소가 나타났지만 통계적 유의성에 있어서는 p값이 0.052로 경계적인 유의성을 보였다. 이 연구에서는 혈당을 낮추면 당뇨병으로 인한 미세혈관 합병증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왔지만 대혈관 합병증에 대해서는 경향성만 확인한 정도였다.
이후 2000년대 들어서 혈당조절을 통해 대혈관 합병증을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많은 임상연구를 실시했다. 대표적인 연구로 ADVANCE, ACCORD, VADT가 진행됐는데, UKPDS에 비해 좀 더 질환이 진행된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연구 디자인이 이전 UKPDS와 조금 달랐는데 UKPDS, ADVANCE, ACCORD, VADT 연구에서 환자들의 평균 HbA1c는 각각 7.1%, 7.5%, 8.3%, 9.4%였고 평균 당뇨병 유병기간은 UKPDS에서는 초진환자를 대상으로 했고, 이후 연구들은 각각 8년, 10년, 11.5년이었다.

이들 연구에서는 일차평가지표로 비치명적 심근경색증, 비치명적 뇌졸중,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을 보았고 VADT 연구에서는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혈관재형성술(revascularization)을 추가로 살펴보았다. 결과적으로 ADVANCE, ACCORD, VADT 연구에서 일차평가지표에 대한 위험도는 각각 0.94, 0.90, 0.88로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ACCORD 연구에서는 사망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원인을 밝히기 위한 많은 사후분석연구가 실시됐다. VADT, ADVANCE 연구와 달리 ACCORD 연구에서 사망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한 이유를 생각해 보면, 우선 ACCORD 연구에서는 4개월간 HbA1c가 1.4% 감소했지만 ADVANCE 연구에서는 12개월간 0.6% 감소했다. 그리고 ACCORD 연구에서는 4제 이상의 약제를 사용한 환자비율이 더 높았다. 또한 ACCORD 연구에서는 체중이 3.5kg 증가했지만 ADVANCE 연구에서는 0.7kg에 불과했다. 저혈당 발생률도 ACCORD 연구에서는 4% 이상으로 높았고 ADVANCE 연구에서는 0.7% 정도였다.

2) DPP-4 억제제, GLP-1 수용체 작용제, SGLT-2 억제제의 심혈관질환 예방연구
설폰요소제, metformin, thiazolidinedione 및 인슐린 주사제 등의 약물을 많은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이 사용하고 있으나 각기 저혈당증 위험, 체중증가, 신기능 장애, 심부전, 골절 등의 부작용을 지니고 있다. 이에 최근에는 부작용이 적고 효과는 높은 약물 개발을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됐고, 위장관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GLP-1 유사체가 개발됐으며, GLP-1의 불활성화를 막음으로써 GLP-1의 내생작용시간을 늘려서 작용효과를 높이는 DPP-4 억제제가 개발됐다. 최근 들어서는 콩팥에서 당의 재흡수를 막아 당뇨를 유도하여 혈당을 감소시키는 SGLT-2 억제제가 사용 가능해졌다. 이러한 새로운 약제들로 심혈관질환 예방연구들이 진행됐다.
심혈관질환에 대한 이점과 관련해 DPP-4 억제제의 약리학적 기전을 살펴보면, DPP-4 억제제는 우리 몸의 장 호르몬인 GLP-1과 GIP를 증가시키는데 GLP-1이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GLP-1이 증가하면 많은 심혈관 계통의 질환에 영향을 줄 수 있는데, 평활근세포의 증식을 억제하고, 염증경로를 좋은 쪽으로 유도하며, Nitric Oxide의 분비 증가, ApoB48 감소 등 결과적으로 동맥경화를 감소시킬 것으로 여러 연구에서 제시됐다.

이러한 배경하에 DPP-4 억제제를 대상으로 심혈관질환을 end point로 하는 대규모 임상연구를 시행했다. 가장 먼저 시행된 것이 saxagliptin에 대한 SAVOR-TIMI 연구로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있는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saxagliptin 5mg과 위약을 투여해 예측적, 임의적 연구를 실시했다. 평균 연령은 65세, 당뇨병 유병기간은 10년인 환자를 대상으로 했는데, 결과는 시험군과 위약군 간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DPP-4 억제제가 심혈관질환 위험을 감소시킬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이에 미치지 못했고,  비열등성 연구(non-inferiority study)로 디자인해 연구목표는 달성했지만, 심부전 입원율이 증가돼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되지 않고 있다.

두번째는 alogliptin으로 EXAMINE이라는 연구를 진행했는데, saxagliptin 연구와 유사한 조건을 가지고 좀 더 중증의 심혈관질환 위험을 가진 환자를 대상으로 alogliptin과 위약을 주고 randomized controlled trial을 진행했으나, 결과는 SAVOR-TIMI와 유사하게 시험군과 위약군간 유의한 차이를 보여주지 못했다.

세번째로는 sitagliptin으로 진행한 TECOS 연구로, 심혈관질환을 가지고 있는 제2형 당뇨병 환자 1만 4000명을 대상으로 위약을 대조로 해 sitagliptin 100mg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했으며, 연구결과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비열등성으로 확인됐다. TECOS에서는 sitagliptin 치료가 심부전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이 부분에 있어서는 이전 연구들 보다는 좋은 결과를 보여 주었다.

최근 SGLT-2 억제제 empagliflozin을 사용한 EMPA-REG 연구가 발표됐다. 한국을 포함해 42개국 590개 의료기관에서 모집된 7020명을 empagliflozin(10mg 또는 25mg)과 위약군으로 나눠 심혈관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또는 비치명적 뇌졸중 등의 첫 발생시간을 1차 종료점으로 평가한 것이다. 2차 종료점에는 1차 종료점에 비안정형 협심증으로 인한 입원을 포함시켰다. 참여 당시 환자들의 평균 HbA1C는 8.07%였으며 이중 관상동맥질환자가 75%였고 심근경색을 앓았던 환자도 46%나 포함됐다. 뇌졸중 유병자와 심부전 환자도 각각 24%와 10%가량 있었다. 이로 인해 환자들 대부분이 항고혈압제를 복용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empagliflozin이 심혈관 위험을 14%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고(HR 0.86, 95.02% CI 0.74-0.99, p=0.0382)<그림>,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은 32% 낮췄다. 주목할 만한 점은 empagliflozin 투여가 심혈관 사망도 낮췄다는 것이다. Empagliflozin 10mg은 위약 대비 심혈관 사망을 35% 더 줄였고, 25mg은 41%로 효과가 더 컸다.

이번 연구에서 흥미롭게 관찰한 부분은 심부전 입원율 발생 여부였는데 DPP-4 억제제와 달리 심부전 입원율도 35%나 낮췄다.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도 32%나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를 놓고 볼 때 SGLT-2 억제제는 기존의 당뇨병약과는 달리 심혈관질환 예방에 의미 있는 결과를 보여준 첫 번째 계열이라 할 수 있다.

3. 결론
2000년대 후반 세계적인 대규모 당뇨병 임상연구인 VADT, ACCORD, ADVANCE 3가지 연구 모두 당뇨병 합병증을 감소시키는 것을 치료목표로 한 연구였으나, 연구결과는 모두 실패한 것으로 보고됐다. 세 연구 모두 혈당조절을 엄격하게 해 HbA1C를 6% 초반까지 조절했는데, 그 결과 사망률이 더 증가하거나 부가적인 이익이 없었다. 이러한 결과를 얻게 된 원인을 찾은 결과, 저혈당이 크게 기여했을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결과는 당뇨병 치료에 있어 혈당조절은 충실히 하지만, 저혈당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시켜 주었다. 저혈당은 여러 합병증을 유발하고, 이것은 대부분 심혈관질환과 관련돼 있어 염증경로 활성화, 혈액응고 상승작용, 내피기능 이상(endothelial dysfunction), 전기생리학적 기전에 영향을 미쳐 QT 연장을 야기, 심실세동, 빈맥, 드물게 심장돌연사를 유발할 수 있으며, 뇌손상도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반복적으로 저혈당이 오는 경우 입원기간 중 사망률, 퇴원 후 1년 이내 사망률도 증가되는 것으로 나타나 저혈당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당뇨병 치료에 필수적이다.

결론적으로 현재까지 나온 결과에 근거할 때 확립된 당뇨병 환자에서 환자의 현 상태에 맞게 혈당조절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즉 비교적 나이가 젊고, 합병증이 없으며, 의지가 있는 경우, 혈당을 철저히 낮추는 것이 필요하고, 반면에 연령이 많고, 이미 합병증을 가지고 있으며, 기대여명이 길지 않은 경우, 당화혈색소 목표치를 7.5% 수준으로 약간 높게 잡은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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