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진 성균관의대 교수·강북삼성병원 순환기내과

 

인슐린 저항성은 대사증후군뿐만 아니라 당뇨병 발생의 대표적인 병태생리다. 운동이나 체중조절 같은 생활습관은 인슐린 저항성의 개선이나 당뇨병 발생의 지연에 도움이 되지만, 때로는 인슐린 저항성을 호전시키기 위해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티아졸리딘디온(thiazolidinedione)계의 약물은 핵전사인자인 PPAR-γ(peroxisome-proliferator-activated receptor-γ)의 선택적 리간드로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인슐린 저항성 개선을 위한 대표적인 약제다.


티아졸리딘디온의 작용은 크게 1)지방조직에서 지방합성을 증가시켜 혈중 유리지방산 농도를 감소시키고 피하지방조직과 체중을 증가시키며 2)지방조직 내 adiponectin의 발현을 증가시켜 간의 인슐린 민감성을 높이고 간내 지방량을 줄여 혈당생성을 억제시키고 3)다양한 염증매개 인자들과 혈전 관련 인자들의 감소와 혈중지질에 영향을 미쳐 죽상동맥경화증과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들에 다면발현효과(pleiotropic effect)를 보인다<그림 1>.

 

처음 소개됐던 troglitazone은 간독성으로 사용중지됐고, rosiglitazone은 과거 메타분석 연구에서 심근경색증 발생을 증가시킨다는 보고 이후로 논란이 있어왔다. 최근 심혈관계 부작용 논란에서 벗어났지만 국내에서는 현재 사용이 중단돼 있다. Pioglitazone은 앞서 소개한 두 약제와 달리 PPAR-γ뿐만 아니라 부분적으로 PPAR-α를 활성화시키는 차이점이 있고 현재까지 임상에서 사용 중인 약제다. 따라서 이 약제에 대한 대표적인 임상연구인 PROactive(Prospective pioglitazone clinical trial in macrovascular events)와 IRIS(Insulin Resistance Intervention after Stroke) 연구결과를 고찰하고 심혈관질환에 대한 효과를 알아보기로 하자.

PROactive
PROactive연구는 대혈관질환(macrovascular disease)이 있는 5238명의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pioglitazone군과 위약군 간 전향적 무작위 연구다. 약 3년간 총 사망률, 비치명적 심근경색증, 뇌졸중, 급성관상동맥증후군, 혈관수술 및 시술을 포함한 1차 결과지표의 발생이 pioglitazone군과 위약군에서 각각 19.7%, 21.7%로 두 군 간 통계학적 차이는 없었다(p=0.095). 하지만 총사망률, 비치명적 심근경색증과 뇌졸중을 포함한 결과 지표의 발생은 pioglitazone군과 위약군에서 각각 11.6%, 13.6%로 pioglitazone이 위약 대비 16% 상대위험도를 의미 있게 감소시켰다. 중증 부작용 면에서는 두 군 간에 의미 있는 차이는 없었지만, 심부전증 빈도가 pioglitazone군에서 의미 있게 높았고 부종과 체중증가 역시 pioglitazone군에서 높았다. 본 연구는 심뇌혈관질환 고위험 인자를 가지는 당뇨병 환자들에 대한 pioglitazone의 효과를 보고했지만, 당뇨병 환자들 중 많은 빈도를 차지하고 있는 혈관질환이 없는 상대적 저위험군 환자들에게 확대 적용하는 것은 제한적이라 할 수 있겠다.

IRIS

올해 발표된 IRIS 연구는 당뇨병은 없지만 HOMA-IR(homeostasis model assessment of insulin resistance) index가 3 이상인 허혈성 뇌졸중과 일과성허혈성발작(TIA)이 있었던 환자 3876명을 대상으로 pioglitazone군과 위약군의 심혈관사건을 약 5년간 비교한 다기관 이중맹검 연구다. 1차 결과지표인 치명적·비치명적 뇌졸중과 심근경색증 발생 위험이 pioglitazone군에서 위약군 대비 24% 의미 있게 감소했고<그림 2>, 당뇨병 발생위험 역시 pioglitazone군에서 52% 감소했다. 반면 4.5kg 이상 체중증가, 부종 및 수술이나 입원이 필요한 골절은 pioglitazone군에서 의미 있게 증가했다. 티아졸리딘디온계의 대표적인 안전성 문제인 심부전증 발생은 본 연구에서는 심부전증 환자들을 배제하고 체중증가와 부종이 있었던 대상자들은 약물의 용량을 감소시켰기 때문에 두 군에서 차이가 없었다. 결국 약 5년 동안 100명의 환자에게 pioglitazone을 투여했을 때 3명에서 뇌졸중과 심근경색증을 예방할 수 있었다. 반면 2명에서 수술이나 입원이 필요한 골절을 경험하게 된다는 결과를 보여 pioglitazone 사용은 심혈관질환의 예방에 대한 이득과 약물 부작용의 위험을 함께 고려해 환자들에게 투약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연구결과 분석
앞의 두 대규모 연구결과를 통해 pioglitazone은 심뇌혈관질환의 고위험 인자를 가지는 당뇨병 환자나 인슐린 저항성이 있는 환자들에서 심혈관사건을 감소시키는 약제지만, 약제 사용에 따른 몇 가지 중요한 안전성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첫째는 심부전증의 증가다. PROactive연구에서 pioglitazone은 혈중 지질, 혈압, 그리고 혈당에 좋은 영향을 미쳤지만 심부전증의 빈도는 증가하였다. 과거 glyburide와의 비교 연구에서도 pioglitazone군은 glyburide군에 비해 심부전증의 진행(13.4% vs. 8.2%, p=0.024)뿐만 아니라 심혈관 사망과 심부전증의 입원(9.9% vs. 4.7%) 빈도가 높았다. 과거 연구들을 토대로 미국심장학회 및 미국당뇨병학회에서는 심부전증 환자에서 pioglitazone의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다.

둘째는 골절의 증가다. 과거 영국에서 약 6만 7000명의 제2형 당뇨병 환자 관찰연구에서 티아졸리딘디온계 약제는 대조군 대비 골절위험을 2.43배 높였고, pioglitazone은 대조군 대비 2.59배(0.96-7.01) 높은 경향을 보였다.

셋째는 방광암이다. 과거 무작위 임상연구들에서는 pioglitazone과 방광암은 연관성이 없다고 보고한 반면 관찰연구들에서 pioglitazone은 방광암 위험을 많게는 40% 증가시킨다고 보고해 여전히 논란이 있어 왔다. 2015년 JAMA에 실린 대규모 관찰연구에서는 pioglitazone이 방광암의 위험을 의미 있게 증가시키지 않는다고 보고한 바 있지만, 이 쟁점은 향후 보다 장기적이고 잘 짜인 후속 연구들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그 외 약물 부작용으로 체중증가, 부종, 빈혈 등이 있다.

SGLT-2 억제제, DPP-4 억제제, GLP-1 수용체 작용제 등 새로운 당뇨병 치료제가 다양하게 현재 임상에서 사용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티아졸리딘디온계인 pioglitazone의 위치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최근 발표된 SGLT-2 억제제를 제외한 대부분의 당뇨병 치료제들은 심뇌혈관질환에 대한 효과를 비교한 연구들에서 중립적인 결과를 보인 반면 pioglitazone은 앞서 언급한 PROactive 연구와 IRIS 연구를 통해 심뇌혈관질환의 사건을 줄여주는 데 이로운 약제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 될 약물 부작용 등을 고려해 볼 때 당뇨병이나 인슐린 저항성이 있는 환자들에게 사용함에 있어 환자 개개인의 약제 선호도를 고려해 특성에 맞춰 선택적으로 사용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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