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한림의대 교수·강남성심병원 순환기내과

 

잘 조절되지 않는 당뇨병은 조기 심혈관질환 발생 및 사망을 야기하게 된다. 아직도 고혈당(hyperglycemia)에 의한 동맥경화의 가속화 기전이 완벽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대개 혈관염증, 산화스트레스 및 내피세포 기능이상 등이 거론되고 있다. 글루카곤양 펩타이드 1(glucagon-like peptide-1, GLP-1)를 분해하는 DPP-4 효소(di-peptidyl peptidase 4) 억제제와 GLP-1의 활성을 증가시키는 치료(exendin-4 기반의 약제 또는 합성 GLP-1 수용체 작용제) 등이 소위 ‘인크레틴 기반 치료’로 불리며, 혈당조절뿐만 아니라 내피세포 기능, 지질수치 및 혈관염증의 개선에도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인크레틴은 음식물 섭취에 대한 반응으로 주로 소장에서 분비되는 펩타이드로서 포도당-의존성 인슐린친화성 펩타이드(glucose-dependent insulinotropic polypeptide, GIP)와 GLP-1이 인크레틴 효과의 대부분(90%)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식이섭취 후 포도당-의존성 인슐린 분비의 절반 정도에 관여함과 동시에 글루카곤(glucagon) 분비를 억제하게 된다. 이 외에도 간에서 포도당신생(gluconeogenesis), 포만감유지 및 위배출(gastric emptying)의 억제와 관련 있다고 알려져 있다. GLP-1 활성을 증가시키는 약제로서 exendin-4 제제는 미국산 독도마뱀(Gila monster)에서 처음 분리된 성분을 기반으로 한 약제다. 인간 GLP-1과 유사성(homology)이 50~53% 정도에 지나지 않아 DPP-4에 의한 분해에 저항을 가지는 특징이 있으며 합성 GLP-1 수용체 작용제는 97%의 유사성을 지니나 DPP-4 작용에 저항성을 지니도록 합성된 제제다.

심혈관 안전성
과거에 thiazolidinedione(TZD) 계열의 당뇨병 약물인 rosiglitazone에 의한 심혈관계 사건증가의 우려 이후, 미국식품의약국(FDA)은 모든 당뇨약제에 대해 심혈관계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사전 심혈관 아웃컴 연구(cardiovascular outcome trial, CVOT)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서 인크레틴 기반 당뇨병 약제를 이용한 4개의 CVOT 결과가 발표됐다. DPP-4 억제제인 sitagliptin(TECOS, NCT00790205), saxagliptin(SAVOR-TIMI 53, NCT01107886), alogliptin(EXAMINE, NCT00968708) 및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ute coronary syndrome, ACS)에서 lixisenatide의 효과를 본 연구(ELIXA, NCT01147250) 등이 있다. 이 4개의 연구 모두에서 FDA의 안전성 기준은 충족시켰으나, 결과에 있어서는 다소 실망스러운 측면을 보여주었다.

DPP-4 억제제와 GLP-1 수용체 작용제
우선 TECOS 연구의 경우 확진된 심혈관질환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 1만 4671명을 sitagliptin과 placebo로 무작위 배정했고, 평균 3년의 추적관찰 기간동안 전체 심혈관 아웃컴(심혈관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증 및 뇌경색, 불안정형 협심증으로 인한 입원)이 양 군 간에 차이가 없었다(HR 0.98; 95% CI 0.88-1.09; p<0.001 for non-inferiority).

EXAMINE은 심근경색증 후 상태 또는 ACS를 동반한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18개월간 alogliptin의 효과를 관찰했던 연구로 역시 placebo 대비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HR 0.96; p<0.001 for non-inferiority).
SAVOR-TIMI 53 연구의 경우 심혈관계 과거력 또는 위험인자가 있는 1만 6492명의 당뇨병 환자를 2.1년간 추적했는데 saxagliptin과 placebo 간 차이가 없었다(HR 1.0; 95% CI 0.89-1.12; p=0.99 for superiority; p<0.001 for non-inferiority).

6068명의 ACS를 동반한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ELIXA 연구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나타냈다(HR 1.02; 95% CI 0.89-1.17; p=0.81 for superiority, p<0.001 for non-inferiority).

그런데 이러한 연구들이 최근 다시 주목받게 된 이유는 SAVOR-TIMI 53 연구의 심부전 발생과 관련된 사후분석(post-hoc analysis) 때문인데, 연구시작 최초 6개월에 0.7%의 심부전 입원율 증가가 관찰됐고 이는 placebo에 비해 saxagliptin군이 27% 상대위험도가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하게 됐다. 이런 심부전의 우려 때문에 다른 연구들에서도 심부전 입원 관련 사후분석을 요구받게 되었으며, EXAMINE 연구도 통계적인 의미는 없었으나 alogliptin이 placebo에 비해 19% 심부전 입원의 상대위험도를 높인 것으로 보고됐다.

반면 TECOS 연구분석의 경우 이런 소견이 관찰되지 않았다(HR 1.0; 95% CI 0.83-1.20). DPP-4 억제제의 심부전 증가 소견을 설명하는 가설로서 당조절에 따른 삼투성 이뇨(osmotic diuresis)의 감소, 약물 상호작용 및 장기적 DPP-4 억제제에 따른 보상성 대체기전의 상향조절(upregulation) 또는 통계적 우연 등이 제시되고 있다. 이런 사후분석 결과에 따라, FDA에서는 2016년 4월부터 saxagliptin과 alogliptin 및 이들 복합제제의 사용에 있어 심부전 위험 주의사항을 라벨에 추가하도록 했다.

이런 인크레틴-기반 제제의 CVOT가 통계적으로 심혈관 아웃컴의 개선에 효과를 보여주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 충분치 못한 추적기간이 제시되면서 좀 더 긴 추적기간을 목표로(최소 3.5년) 몇몇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합성 GLP-1 수용체 작용제인 liraglutide의 심혈관계 아웃컴을 보는 LEADER 연구(NCT01179048)와 또다른 DPP-4 억제제 linagliptin과 glimepiride를 비교한 CAROLINA 연구(NCT01243424)가 현재 진행 중으로, 이들 제제의 장기간 사용이 이전 연구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심혈관 아웃컴 개선으로 이어질지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결론적으로 혈당조절 면에서 효과가 입증된 인크레틴-기반의 약제가 심혈관 측면에서 안전성은 확인됐으나 아웃컴을 줄이는 데는 아직 증거가 부족한 상태며, 향후 장기간 추적연구 결과가 기대되고 있다. 현재로써는 심부전 환자에서 saxagliptin과 alogliptin 사용에는 주의가 요망된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