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환자 자의퇴원서까지 작성…“의료진 과실 없다” 판결

상급병원으로의 전원을 요구하면서 의료진의 치료에 동의를 안 한 환자가 이후 장애가 발생했다고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5민사부는 최근 환자 A씨와 그의 가족이 한국철도공사, 경기도, B학교법인, C보험회사 등울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보험회사에게만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철도공사, 경기도, B학교법인에 대한 A씨의 청구는 모두 기각한 것.

A씨는 지난 2014년 1월경 지하철역에서 승강장 계단을 내려가던 중 갑자기 미끄러져 넘어졌다. 철도공사 직원은 A씨에게 거즈로 지혈하는 등 조치를 취한 뒤 119구급대에 구조를 요청했다.

이후 B학교법인이 운영하는 B병원으로 이송된 A씨는 급히 응급조치를 받았으나, 문제는 이 다음부터였다. A씨가 연고지 관계상 인근 상급병원으로 전원하겠다고 고집을 피운 것. 상처봉합도 상급병원으로 전원한 다음에 받겠다고 해 의료진은 급히 A씨가 요구한 상급병원에 문의했지만 전원이 불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보존적 치료를 계속하던 의료진은 MRI검사 등 필요한 검사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A씨는 남편인 D씨가 온 뒤에 입원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하면서 다른 상급병원들로 전원하겠다고 요구했다.

의료진은 필요한 검사를 보류한 뒤 타 상급병원들에 전원 문의를 했지만 전원이 불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고, A씨의 상태를 살펴본 의료진은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고 전원을 하던가 B병원에서 수술을 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해달라고 했지만 A씨와 가족들은 상의를 한 뒤 결정하겠다고 결정을 뒤로 미뤘다.

그러던 중 A씨가 원하던 상급병원에서 전원이 가능하다고 연락이 오자 A씨는 바로 전원을 결정했고 의료진은 사망과 같은 치명적이고 돌발적인 상황에 처할 수 있음을 설명했지만 A씨는 자의퇴원서까지 작성하고 상급병원으로 전원했다.

그토록 원하던 상급병원에 갔지만 치료시기를 놓친 A씨는 현재 영구적인 사지마비, 배뇨 및 배변장애가 있는 상태가 됐다.

A씨는 철도공사, 경기도 등과 함께 B병원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했는데 “사고의 심각성을 조기에 파악하지 못했고, 필요한 치료에 대해 동의하고 치료를 거부한 적이 없음에도 조기에 치료를 시행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B병원은 3차 종합병원으로서 의학적으로 전원의 필요성이 없음에도 필요한 수술적 치료 없이 전원한 잘못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B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B병원 의료진은 A씨에 대한 검사를 시행한 뒤 중환자실 확보하는 등 치료계획을 세웠지만 A씨는 연고지에서 가까운 다른 상급병원으로의 전원을 계속 요구했다”며 “의료진이 수차례에 걸쳐 스테로이드 치료 및 수술에 관해 설명했으나 A씨 등은 전원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고, 치료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병원에서 퇴원 시 환자의 현 상태 및 퇴원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했고, 의료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의퇴원서를 작성해 자발적 의사로 퇴원했다”묘 “환자 본인이나 보호자가 전원을 원하고 치료의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의료진이 임의로 수술 등 적극적 치료를 시행할 수 없었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A씨의 현 상태는 상당부분 이 사건 사고로 인한 1차적 척수 손상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B병원 의료진에게 A씨에 대한 진단 및 치료 등을 지연했다거나 전원 의무가 없음에도 타 병원으로 전원한 과실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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