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임 고신의대 교수·고신대복음병원 심장내과

 

서론
사회가 고도로 산업화되고 식생활의 변화와 평균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동맥경화증을 포함한 심혈관계 질환의 유병률과 이환율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고혈압은 80% 이상에서 동반질환이 있고 60% 이상이 이상지혈증이 있는 대사증후군이며, 이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내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국민건강영양보고서 분석결과, 20세 이상의 성인인구에서 25∼30%에 달하지만 고혈압 환자에서는 이보다 약 2배 더 많다. 대사증후군은 대사증후군이 아닌 경우에 비하여 심혈관사건 및 사망률은 약 1.5∼2배, 당뇨병 발생의 상대위험도는 약 2.4배 높다. 대사증후군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에 대한 치료의 목표는 혈압을 낮추는 것뿐만 아니라 최종 목표인 심뇌혈관질환 발생을 예방하고 사망률을 낮추며, 특히 당뇨병 발생의 위험을 낮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본론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게 130/80mmHg 미만의 공격적인 혈압강하를 요구했던 과거와는 달리 2013년 고혈압 가이드라인에서 보여 준 혈압 목표치 완화기조(고혈압 환자 전반과 동반질환에 따른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환자 모두에게 140/90mmHg 미만의 목표치를 권고)는 최근 발표된 대규모의 심혈관질환 고위험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한 SPRINT 임상결과에 의해 새로운 반전이 예고됐다(120mmHg 미만으로 혈압조절 시 140mmHg 미만 대비 심혈관사건 및 사망위험 유의하게 감소).

따라서 대사증후군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의 심혈관사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단일요법 이상의 약제병합으로 강력한 혈압조절이 필요하다. 병용요법을 통해 궁극적인 임상결과, 즉 고혈압에 따른 심혈관 합병증 위험을 더 줄일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는 충분히 갖춰져 있다. 당뇨병 환자에서 고혈압 치료의 임상혜택을 검증한 ADVANCE, 고혈압 환자에서 지질치료의 유효성을 분석한 ASCOT 연구 등이 대표적이다. 일련의 임상연구들이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을 통해 혈압조절은 물론 궁극적인 심혈관합병증 위험까지 개선할 수 있음을 보고해 왔다.

1) ADVANCE와 ADVANCE-ON
ADVANCE 연구는 당뇨병 환자에서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페린도프릴과 이뇨제 인다파미드 고정용량 병용요법, 즉 집중 혈압강하 전략을 조기에 적용해 치료시작 전 혈압수치에 관계없이 궁극적인 대혈관합병증(심혈관사건) 위험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보고한 대표적 연구다(Lancet 2007;370:829-840).
세계 20개국 제2형 당뇨병 환자 1만 1140명을 대상으로 평균 4.3년간 관찰결과, 위약군 대비 페린도프릴 병용군의 혈압강하 정도는 5.6/2.2mmHg로 나타났고 혈압강하 효과는 합병증 위험감소로 이어져 병용군의 주요 심혈관 또는 미세혈관사건(심혈관질환 원인 사망, 비치명적 뇌졸중 또는 비치명적 심근경색증, 신규 또는 악화된 신장질환이나 당뇨병성 안질환)이 위약군 대비 9% 유의하게 감소했다. ADVANCE 연구가 종료된 후에, 남은 생존자(1만 1140명 중 8494명)들을 대상으로 5.9년(중앙값)의 확대관찰이 진행되었고 ADVANCE 종료 후 두 그룹 간에 혈압의 차이가 소실됐음에도 불구하고, ADVANCE를 통해 적극적으로 혈압을 조절했을 당시의 전체 사망률과 심혈관 원인 사망의 감소효과가 다소 완화되기는 했으나 계속 유의한 상태를 유지했다.

2) ASCOT-BPLA
칼슘길항제 또는 베타차단제 기반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의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를 비교·검증한 ASCOT-BPLA 연구는 고혈압 환자 약 2만명(1만 9257명)을 대상으로 혈압강하의 궁극적인 심혈관 임상결과(outcome)를 입증했다(Lancet 2005;366:895-906). 특히 고혈압 환자에서 심혈관합병증 예방을 위해 약제의 조합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데 CCB 암로디핀 5~10mg과 ACEI 페린도프릴 4~8mg 병용요법이 심혈관사건 및 사망률에 있어 베타차단제 아테놀롤 50~100mg과 이뇨제 벤드로플루메티아지드 1.25~2.5mg의 병용보다 우수했다.
여기에 당뇨병 위험 또한 암로디핀군이 유의하게 낮았다. 특히 연구에서는 암로디핀 + 페린도프릴 병용군의 뇌졸중 위험감소 효과(23%)가 크게 주목받았다. 혈압강하력은 암로디핀군이 우수한 경향을 보였지만(암로디핀군 136.1/77.4mmHg 대 아테놀롤군 137.7/79.2mmHg), 평균차이는 2.7/1.9mmHg로 크지 않았다.

 

결론
따라서 대사증후군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에서 고혈압약을 선택할 때는 강압효과를 위한 병용요법뿐만 아니라 대사이상과 인슐린 감수성에 유리하거나 적어도 해로운 영향이 없는 약물조합을 선택한다. 이러한 이유로 ACEI·안지오텐신차단제(ARB)나 칼슘차단제를 우선적으로 선택한다. 베타차단제 중 atenolol 등 구세대는 당뇨병 발생을 증가시키고 혈청지질에 불리한 영향이 있으므로 단독으로 장기간 사용하는 것은 조심하여야 한다.

그러나 혈관확장 효과가 있는 베타차단제는 혈당, 혈청지질에 해로운 영향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ACEI·ARB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에 사용하거나 또는 이들 약과 병용요법에 사용할 수 있다. ACEI·ARB와 베타차단제와의 병용요법은 칼슘차단제와의 병용요법에 비해 혈압강하 효과가 열등함을 고려해야 한다.
티아지드·티아지드 유사 이뇨제는 단독 또는 고용량으로 사용하는 것은 피하고, 저용량 병용요법으로 사용하도록 한다. 고용량 이뇨제는 저칼륨혈증으로 당뇨병 발생을 증가시키고 혈청 지질에 불리한 영향을 미친다. 병용요법으로 사용할 경우에는 구세대 베타차단제와의 병용은 피하고 칼륨 보존 고혈압약의 병용요법을 고려한다. 또한 이뇨제를 병용요법으로 사용할 경우 혈당, 지질에 미치는 불리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ACEI 또는 ARB와의 병용요법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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