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부 양영구 기자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부끄러운 부분을 드러내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반드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발표한 중환자실 적정성평가 결과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이번 적정성평가에서 263곳의 평가대상 가운데 단 4%, 11개 기관만 1등급을 받으면서 국내 중환자실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났다.

평가 결과를 총체적으로 살펴보면 우리나라 중환자실은 전담전문의도 부족했고, 표준화 사망률도 자율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있다.

눈길을 끌었던 부분은 평가 결과를 발표한 심평원의 태도다.

심평원은 이번 평가가 중환자실 환자의 표준화된 중증도가 없어 사망률이나 감염률 등 주요 지표를 적용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며 평가지표의 부실함을 스스로 인정했다. 심평원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평가의 한계가 있었다며 스스로 치부를 인정한 것이다.

적정성평가 결과를 대하는 학회의 반응도 의외였다. 평가결과가 발표된 다음 날 대한중환자학회는 열악한 중환자실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다고 평하며, 되레 심평원에 고마움의 뜻을 표했다. 자신들이 감추고 싶은 민낯이 드러났음에도 오히려 이를 만천 하에 공개한 '상대'에 감사를 표한 셈이다.

심평원과 학회는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그 저변에는 어떻게 해서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의 단초를 마련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심평원 관계자는 "평가지표의 한계를 스스로 인정하면서까지 발표를 강행한 것은 질 편차 감소를 자극하기 위한 동기부여"라고 설명했다.

학회 또한 열악한 현실을 인정하면서 수가체계 개선과 전담전문의 의무배치를 주장했다. 자신의 치부가 만천 하에 드러나는 아픔을 감수하면서까지, 반드시 정부에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감추고 싶은 비밀을 밖으로 꺼낸다는 것은 자신에게 쏟아질 비난을 감수하겠다는 또 다른 의지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환자실 수가개선, 의료 질 격차 해소를 위해 치부를 들춰가며 손을 내민 심평원과 학회에 정부는 합을 맞춰 박수 소리를 내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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