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약사회·의협·병협과 1차 협상…수가인상 한 목소리

▲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한의사협회는 17일 건보공단 영등포남부지사에서 2017년 수가협상 제1차 협상을 진행했다.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수가인상 폭을 둘러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공급자단체 간의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됐다. 

건보공단과 대한약사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의사협회 등 의약단체는 지난 17일 건보공단 스마트워크센터에서 2017년도 수가협상 1차 협상을 가졌다.

이날 1차 협상을 진행한 공급자단체들은 각각 주장하는 수가인상의 당위성 달랐지만, 수가인상이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의협 “올해는 희망을”
먼저 의협은 일차의료기관의 어려운 경영현실을 건보공단도 인지하고 있다는 점을 들며 올해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 대한의사협회 김주형 수가협상단장.

의협 김주형 수가협상단장은 “일차의료기관이 어려운 경영을 끌어나가고 있는 현실을 통계자료로 만들어 제출했고, 건보공단 측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면서 “올해는 예년과 달리 희망을 갖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의협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요양급여비용 평균 증가율 대비 의원급 의료기관 증가율은 65.9%에 불과했다. 또 같은 기간 동안 의원급 의료기관이 차지하는 요양급여비 점유율은 26%에서 20%로 감소했다.

특히 2015년 의원급 의료기관의 건강보험 청구 빈도는 전년 대비 1.7% 감소했다.

의협은 이 같은 의원급 의료기관의 현실을 건보공단 측도 이해하고 있지만, 1차 협상이 본격적인 협상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 추후 대책도 세울 방침이다.

김 단장은 “의원급 의료기관의 점유율은 점차 줄어들고 있고 이를 건보공단도 이해하는 분위기"라면서 ”다만 오늘 협상은 협회 측의 의견을 전달하는 자리였던 만큼 2차 협상에서 건보공단의 의견을 들어보고 협상을 위한 본격적인 전략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병협 “메르스 피해 위로해달라”
병협은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에 따른 병원계의 피해를 수가인상의 당위성으로 내세웠다.

▲ 대한병원협회 조한호 보험위원장.

병협 조한호 보험위원장은 “지난해 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예방과 환자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격리병동, 음압병실 등 인프라 구축에 많은 비용이 발생지만, 이에 대한 수가는 원가의 50~60%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병원들이 인프라를 제대로 갖출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공단에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병원계의 진료량 증가는 착시현상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했다. 정부의 보장성강화 정책과 3대 비급여의 급여화에 따른 급여량 증가가 상당수라는 것이다.

조 위원장은 “일각에서는 지난해 메르스에도 불구하고 진료량이 8%가량 증가했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는 착시현상에 불과하다”며 “진료량 증가에 대해서는 예년에 비해 다를 바 없는 반면 지출은 증가한 상황이다. 되레 어려워졌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병협은 첫 협상 결과를 낙관도 비관도 아니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메르스로 인한 병원계의 피해를 건보공단 측이 이해해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조 위원장은 “병협에서는 가입자를 이해하고, 건보공단에서는 공급자를 이해한다면 좋은 협상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다만, 메르스로 피해를 입은 병원계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는 결과가 나왔으면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병협은 협회 측에서 마련한 abc 원가자료를 2~3차 협상에서 건보공단 측에 제시하고, 이를 두고 본격적인 협상을 진행할 방침이다.

약사회 “녹록치 않을 듯”
이날 첫 스타트를 끊었던 약사회는 올해 수가협상 역시 녹록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7조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건보재정 흑자를 기록했지만, 국가적으로 재정관리를 보다 엄격히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 대한약사회 조양연 보험위원장.

약사회 조양연 보험위원장은 “1차 협상은 공단에 우리의 주장을 피력하는 자리였지만, 분위기가 상당히 팽팽했고, 올해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는 것을 느꼈다”며 “건보재정은 사상 최대의 흑자를 했지만 국가적으로 재정관리의 엄격성을 강조하는 분위기로 인해 올해 수가협상도 생각만큼 쉽게 이뤄지진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약사회 측은 매년 인상률 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지만, 이는 화려한 겉모습일 뿐이라며 약국가는 ‘명든 상황’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에 약사회 측은 약국 경영을 위협하는 요인인 ▲인건비 상승 ▲카드수수료 증가 등을 들어 수가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할 계획이다.

조 보험위원장은 “6년제 약사가 배출되면서 인건비가 상승됐고, 카드 사용 빈도가 늘면서 수수료 증가로 인한 어려움도 겪고 있다”면서 “올해 수가협상은 이처럼 약국 유형만이 갖고 있는 어려움을 공단 측에 설명하는 데 방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한편, 1차 협상이 공급자 측의 의견을 전달하는 자리였다면, 2차 협상은 가입자, 즉 건보공단의 의견을 공급자 측에 전달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이에 2차 협상은 의협은 오는 20일 오후 5시, 병협과 약사회는 각각 오는 24일 오후 5시, 3시 30분에 치러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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