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중환자의학회, 학회 ㆍ복지부 ㆍ심평원 참여하는 삼자 정책 협의체 요구

국내 최초로 중환자실 평가 결과가 발표되자 대한중환자의학회가 중환자실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지표라며 개선을 위해 정부 압박에 나섰다. 

1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적정성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평가에서 단 4%(11개 기관)만이 최고 등급인 1등급을 받았고, 상급종합병원 중 1등급은 단 9개소에 그쳤다.

중환자의학회 관련자들은 심평원의 이번 발표가 열악한 중환자실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국민에게 알려준 심평원에 고마운 마음이 들 정도라고 했다.

임채만 중환자의학회장(서울아산병원 내과)은 "학회가 오랫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중환자실의 현실과 위험을 알리고 개선을 위해 노력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며 "평가에 몇 가지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그럼에도 심평원 발표로 인해 중환자실이 처한 상황을 많은 사람이 알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제 해결을 위한 삼자 정책협의체 구성도 제안했다.

임 회장은 "현재의 의료법 시행규칙과 불합리한 수가 체계 하에서는 중환자실이 안고 있는 근본적 문제를 풀기 어렵다"며 "우리 학회는 보건복지부, 심평원, 학회가 참여하는 삼자 정책협의체 구성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우리나라 중환자실 체계는 실질적으로 단일등급으로 비용 효과적인 결과를 얻기 어렵다"며 "병원 간, 한 병원 내에서도 중환자실 단위 간 인력 및 시설의 등급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평가에서 1등급을 받은 중환자실은 강북삼성병원, 경희대병원, 고대구로병원 등 11개 기관이다.

11개 1등급이 나온 것은 평가 기준이 느슨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이나 유럽 기준으로 제대로 평가했다면 1등급은 아마도 한 곳도 없었을 것이란 얘기다.

중환자의학회 전 회장이었던 연세의대 신증수 교수(강남세브란스병원 마취통증의학과)는 "심평원의 1등급 기준은 미국이나 유럽 등의 중환자실 인력 요건에 비교하면 거의 하급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라며 "여러 가지 요소들을 고려했음에도 1등급이 4% 정도 밖에 안 된다는 것은 심각한 상황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중환자실은 그 자체로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모든 기관의 중환자실이 1등급을 받지 않더라도 정부가 관심을 갖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중환자실이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 요인으로 시행규칙과 수가체계를 꼽는다. 2008년 보건복지부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 중 '(성인)중환자실에는 전담전문의를 둘 수 있다'라고 돼 있다. 이 항목이 전담전문의를 두지 않아도 된다는 것으로 읽힐 수 있어 중환자실 개선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 교수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중환자실에 전담전문의를 임의로 배치하는 것은 헌법 제36조 제3항 '모든 국민은 건강에 대해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라는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중환자실에 전담의사를 둬야 한다고 권고했음에도 복지부가 요지부동"이라며 "복지부가 하루 빨리 전담전문의를 모든 중환자실에 두는 것으로 의료법 시행규칙을 바꿔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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