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장 권영주
고려의대 교수
구로고대병원 신장내과
최근 '파브리병의 조기 진단 및 치료'를 주제로 좌담회가 개최됐다. 고려의대 권영주 교수가 좌장을 맡고, 인제의대 박봉수 교수와 함께 차례로 강연했다. 본지에서는 이날의 강연 내용을 요약·정리했다.










파브리병 조기 치료의 중요성

박봉수
인제의대 교수
해운대백병원신장내과
"증상 발견 15년 후 파브리병 확진
 비가역적 진행 예방 위해 조기진단 필요"


파브리병의 정의
파브리병은 α-galactosidase A의 결핍으로 globotriaosylceramide (GL-3)가 축적되어 발생하는 리소좀 축적질환 중 하나이다. 전신적, 점진적으로 진행되며, 태아 발달(fetal development) 시기와 같이 매우 이른 시기부터 GL-3 축적이 시작될 수 있다. 또한 소아기에 신장, 심장, 신경계, 혈관 등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증상을 나타낼 수 있다. 따라서 조기에 진단해 비가역적인(irreversible) 병변의 진행을 예방해 환자의 예후를 개선시키는 것이 중요하지만, 처음 증상이 발견된 지 평균 15년 후에야 진단이 될 정도로 조기 진단은 잘 이루어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파브리병은 X 유전자 열성으로 유전되는 질환이므로 남녀 모두에서 발병할 수 있고, 유전자 및 α-galactosidase A 활성도 검사를 통해 진단이 가능하다.
 
GL-3가 혈관벽에 비정상적으로 축적돼 특정 기관 및 조직에 손상이 생기면, 간질(interstitial) 내 다른 조직에 염증이 발생하고 섬유화가 진행되며 미세혈관의 혈류와 영양 공급 감소에 영향을 미쳐 특징적으로 신장, 심장, 신경계 등의 미세 혈관에 영향을 미친다.
 
파브리병 환자의 경우 정상인보다 남성은 20년 정도, 여성은 15년 정도 수명이 단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J Med Genet. 2001;38:750-60, J Med Genet. 2001;38:769-75). 남성의 경우 평균 24세, 여성의 경우 평균 31세에 파브리병을 진단 받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이미 병변이 상당히 진행됐음을 의미하므로 가족력 조사(family screening) 등을 통해 파브리병을 조기에 진단하여 질환의 진행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파브리병에 대한 임상 연구
유럽 및 미국의 8개 의료기관에 등록된 58례의 환자를 대상으로 agalsidase β가 파브리병 환자의 혈장 및 신장, 심장, 피부 혈관에서 GL-3를 배출시키는 효과를 입증하는 이중맹검, 무작위 배정 3상 임상 연구가 진행됐다(New Engl J Med. 2001;345:9-16). 20주간의 치료 결과, agalsidase β 투여군에서 GL-3가 심장, 신장 및 피부의 모세혈관으로부터 배출돼 정상 수치를 회복했으며, 신장 조직 및 요 중 GL-3 수치도 저하됐다. 20주간의 추적 관찰 이후 장기 투여 시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5년동안 공개라벨(open-label)로 진행된 확장 연구에서는 환자의 신장 생검(biopsy) 결과 대부분의 환자에서 정상에 가까운 GL-3 수치가 유지되었다(J Am Soc Nephrol. 2007;18:1547-57).

Fabry Registry 연구
앞서 진행된 임상 연구에 참여했던 환자 중 52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agalsidase β 1 mg/kg을 2주에 1회 투여하며 약 10년 동안 추적 관찰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J Med Genet. 2015;0:1-6). 중증(severe) 임상 사건에 대한 평가 변수는 투석 및 신장 이식과 같은 중증 신장 사건, 심근경색, 울혈성 심부전, 뇌졸중을 포함한 중증 심뇌혈관 사건, 전체 사망률이었다. 추정 사구체여과율(estimated glomerular filtration rate, eGFR)은 혈중 크레아티닌 수치를 이용해 CKD-EPI 공식을 통해 계산했다. 심장 초음파를 이용해 좌심실중벽두께(left ventricular posterior wall thickness, LPWT) 및 심실중격두께(interventricular septum wall thickness, IVST) 측정하여 심기능을 평가했고, 혈중 GL-3 농도 또한 측정했다.

연구 결과, 관찰 연구 종료 시점에 52명의 환자 중 94%의 환자가 생존했으며 전체 환자의 81%에서 치료 기간 동안 어떠한 중증 임상 사건도 겪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뇌졸중 8건, 신장 사건 4건, 심장 사건 2건으로 10명의 환자에서 총 16건의 중증 임상 사건이 발생했다.

신장 기능 평가를 위해 urinary protein/creatinine ratio (UPCR) 비율이 0.5 g/g 이하이면서 신장 생검 결과 사구체 경화(sclerotic glomeruli)가 50% 미만인 환자를 신장 저위험군(low renal risk, LRI)으로, UPCR이 0.5 g/g을 초과하거나 사구체 경화가 50% 이상 진행된 환자를 신장 고위험군(high renal risk, HRI)으로 분류하였는데, LRI군이 32명, HRI군이 20명이었다. 연구 결과, LRI군에서 HRI군에 비해 더 우수한 치료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분석됐다.

LPWT 및 IVST에 대한 결과에서는 30세 미만 환자군이 30세 이상 및 40세 이상 환자군보다 치료 반응이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나 신장 기능 및 연령이 치료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GL-3 축적이 증가하고 점진적으로 조직이 손상되며, 기관의 기능이 상실돼 가는 파브리병의 특성상 조기 진단 및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그림 1>.

 
파브리병의 진단
Fabry Registry 연구에 따르면 대다수의 환자가 증상이 시작된 지 평균 15~18년이 지나서야 파브리병을 진단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상당 수의 환자들이 이미 병변이 발생한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나서야 이를 질병으로 인식하게 되며 조기 진료 및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성의 경우 혈장 및 백혈구, 피부의 섬유아세포 등의 α-galactosidase A 활성도를 측정했을 때 1% 미만으로 저하돼 있다면 파브리병으로 의심해볼 수 있다. 여성의 경우 효소 활성도와 임상 증상의 발현이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유전자 분석 및 환자의 가계도로부터 보인자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가능하다. 파브리병은 X 염색체를 통해 열성유전 되므로 여성이 α-galactosidase A 유전자 돌연변이 보인자이며 배우자가 정상인 경우, 자녀 세대가 보인자 또는 파브리병일 가능성이 50%이다. 남성이 파브리병이며 배우자가 정상인 경우, 아들은 유전적인 영향을 받지 않지만, 딸은 보인자가 된다. 파브리병의 유전적 특성을 활용한 가계도 분석(pedigree analysis)을 통해 조기에 질환을 진단하고 관리하는 것이 가능하다.

파브리병의 임상 증례
29세 남성 환자로 신체 검사에서 발견된 단백뇨 및 신기능 이상으로 내원했다. 키 170 cm, 몸무게 65 kg, 혈압은 130/80 mmHg였다. 혈액검사 결과 혈중요소질소(blood urea nitrogen, BUN) 22.4 mg/dL, creatinine 2.53 mg/dL, eGFR 32 mL/min/1.73㎡였다. 요중 단백질은 4(+)였으며, urine protein creatinine ratio는 4.79 g/g였다.

X-ray 검사 상 심장 이상 소견을 보이지는 않았다. 신장 초음파 검사 시 부피는 이상 소견을 보이지 않았지만, 피질수질접합부의 경계(corticomedullary differentiation)가 불분명했고, 전체 사구체의 70%(23/32)에서 전체적인 경화(global sclerosis)가 관찰됐으며 세뇨관의 위축(tubular atrophy)과 간질의 섬유화(interstitial fibrosis) 소견을 보였다. 또한 족세포(podocytes) 내에서 라멜라화(lamellated)된 지질 소체들이 발견됐다. 백혈구 내 α-galactosidase A 활성도가 심하게 감소돼 있었고, 유전자 돌연변이도 발견됐다.

합병증 검사 결과 유의한 심장 및 안과 합병증은 관찰되지 않았다. 올해 1월부터 agalsidase β를 포함한 효소대체요법(enzyme replacement therapy, ERT)을 시작했다. 가계도 분석을 시행한 결과 환자의 외할머니가 파브리병으로 의심됐고, 모계를 통해 환자에게 이어진 것으로 추정됐다.

57세인 환자의 어머니는 신기능 이상이었고, 40세와 45세에 두 차례 뇌졸중 병력이 있었다. 환자 어머니의 α-galactosidase A 활성도 역시 심하게 감소돼 있었고 파브리병으로 확진 후 현재 ERT 진행 중이다. 환자의 여동생은 현재 특별한 문제를 보이지는 않고 있으나, 어렸을 때부터 땀이 나지 않았고 설명되지 않는 팔과 다리의 통증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 환자와 비슷한 증상을 겪었던 것으로 생각됐다.

혈액 검사 결과 이상 소견은 없었지만 α-galactosidase A 활성도가 심하게 감소돼 있었고, 돌연변이 유전자가 발견됐다. 임상 증상은 있으나 아직 조직 및 기관 손상이 진행되기 전이므로 조기에 ERT를 시작한다면 환자의 예후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론
원인 불명의 신기능 이상 및 단백뇨를 보이는 환자에서 가족력, 증상 관찰 및 조직 검사 등을 통해 파브리병의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 특히 원인 불명의 투석 환자에서 무한증, 혈관각화종(angiokeratoma), 좌심실비대증, 부정맥, 조기 뇌졸중의 병력, 설명되지 않는 사지의 통증이 있을 경우 파브리병을 의심해 볼 수 있으므로, 조기 진단 및 치료를 통해 환자의 예후를 개선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파브리병 고위험군의 진단

권영주
고려의대 교수
구로고대병원 신장내과

"신질환 환자에서 파브리병 의심해볼 필요 있어
 효소 활성도·유전자 검사로 진단 가능"

X 염색체 q22.1에 위치한 α-galactosidase A 유전자는 370개 이상의 돌연변이가 알려져 있고, 그 중 절반 이상이 과오 돌연변이(missense mutation)로 밝혀졌으며, 소수의 가계에서만 제한적으로 나타난다.

여성의 경우 α-galactosidase A 활성도를 통한 파브리병 진단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2005년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파브리병 여성에서 α-galactosidase A 활성도 검사를 시행한 결과 활성도가 낮은 경우는 2/3이며, 여성 환자 1/3에서 활성도가 정상이라고 보고되었다. 여성에서 α-galactosidase A 활성도 검사는 참조는 가능하나 확진 시에는 유전자 분석이 필요하다.

파브리병 고위험군에 대한 체계적 고찰(systematic review)에서 혈액 투석 환자군 중 남성의 0.33%, 여성의 0.1%가 파브리병인 것으로 분석됐으며, 신장 이식 환자군 중 남성의 0.38%가 파브리병으로 진단됐다. 좌심실비대증 환자 중 남성의 0.9~3.9%, 여성의 1.1~11.8%, 초기 뇌졸중 환자 중 남성의 4.2%, 여성의 2.1%가 파브리병이었다(J Med Genet. 2010;47:217-22). 이는 고위험군 환자에서 파브리병을 의심해 볼 수 있음을 시사한다.
 
파브리병 진단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남성의 경우 α-galactosidase A 활성도가 정상이면 파브리병이 아닌 것으로 간주한다. 만약 활성도가 저하돼 있다면 가족력을 살펴본 후 그에 적절한 유전자 검사를 시행해 파브리병 유발 돌연변이 유전자가 있는지 진단한다. 여성의 경우 파브리병 환자를 진단하는 데 α-galactosidase A 활성도가 효과적이지 않으므로, 바로 가족력 및 유전자 검사를 시행한다. 실제로 임상에서는 가족력을 조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파브리병은 X 유전자와 관련이 있으므로 어머니, 어머니의 남자 형제, 이모의 자녀, 환자의 형제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전자 분석
국내 보고로 서로 친족 관계에 있지 않은 국내 파브리병 환자 5명을 대상으로 유전자 분석을 시행한 결과 총 다섯 가지의 돌연변이 유전자가 발견됐다. 고전적으로 잘 알려진 돌연변이인 R342X 돌연변이를 제외한 나머지 네 가지는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종류의 돌연변이였다(Clin Genet. 2000;58:228-33). 국외 보고로 파브리병 환자 중에 친족이 아닌 서로 다른 50가계를 분석한 결과 45개의 새로운 돌연변이가 발견됐다(Mol Genet Metab. 2002;76:23-30).

2010년 발표된 국내에서 시행한 연구에서 파브리병이 있는 28가계를 분석한 결과 25개의 돌연변이가 발견됐고, 그 중 6개는 이전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돌연변이였다. 4가계의 5명 환자에서 비정형(atypical) E66Q 돌연변이가 발견됐는데, 해당 돌연변이는 일본 및 한국 남성 파브리병 환자의 α-galactosidase A 활성도를 저하시키는 파브리병 질환 유발 돌연변이(pathogenic mutation)로 인식됐으나, 최근에는 질환 유발 돌연변이라기 보다는 기능 관련 유전자 다형성(functional polymorphism)으로 보고 있다(J Hum Genet. 2010;55:512-7).

파브리병과 신장 질환
미국에서 혈액 투석 중인 1,453명의 남성 환자에서 혈장 분석을 시행한 결과, 3.2%에서 α-galactosidase A 활성도가 저하돼 있었다. 여러 연구를 통해 보고된 남성 투석 환자에서의 파브리병 발생률은 약 0.2%~1.7%인 것으로 추정된다(Clin J Am Soc Nephrol. 2013;8:629-36).
 
2012 European Renal Best Practice (ERBP)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원인 불명의 만성 신질환 환자에서 단백뇨 또는 90 mL/min/1.73㎡ 미만의 eGFR을 보이는 경우 파브리병에 의한 신증(nephropathy)인지 의심해 볼 수 있다. 여성의 경우 연령과 관계가 없으나, 남성의 경우 50세 미만일 때 파브리병에 의한 신증을 진단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 환자가 파브리병과 관련된 임상적 징후가 있었는지 살펴보고, 남성이라면 α-galactosidase A 효소 활성도를 측정해 효소 활성도가 저하되어 있다면 유전자 분석을 시행한다. 여성은 효소 활성도를 측정하지 않고 바로 유전자 분석을 시행한다<그림 2>.

 
2014년 발표된 European Renal Association - European Dialysis and Transplant Association (ERA-EDTA) Registry 연구에서는 말기 신질환 환자의 0.4%에서 파브리병이 관찰됐다. 가장 최근 발표된 파브리병 연구인 Japan Fabry Disease Screening Study (J-FAST) 연구에서 투석 환자 8,547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파브리병은 단 2명으로 매우 낮게 조사됐는데, 연구 대상자 선정 조건에 대해 좀 더 살펴봐야 할 것으로 생각되며 실제 파브리병 유병률은 이보다는 높을 것으로 추측된다(Clin Exp Nephrol. 2016;20:284-93).

결론
2005년 첫 번째 연구에 이어 2016년 본원을 포함한 11개의 의료기관에서 722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파브리병 연구가 진행 중이다. 103명의 환자에서 α-galactosidase A 효소 활성도가 감소됐고, 2명의 환자에서 기능 관련 유전자 다형성이, 2명의 환자에서 유전자 변이가 관찰됐다. 파브리병으로 인한 신증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으므로 말기 신질환 환자에서 진단되지 않은 파브리병 환자가 일정 비율을 차지할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환자에서 다른 장기  치료 효과를 최대화하며 가족 중 조기 치료를 위해 말기 신질환 환자에서 파브리병 환자를 선별하는 것은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정리·메디칼라이터부
 사진·고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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