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국내 상륙 앞두고 심혈관 안전성 논란 재점화

오는 6월 비만 치료제 날트렉손+부프로피온(콘트라브)이 국내 상륙한다. 이 약물은 투약 제한이 없는 자율신경계로 승인받았다.

이처럼 신약 승인이 점차 확대되는 시점에서 날트렉손+부프로피온까지 시판 허가를 획득해 비만 치료제 선택 폭은 한층 더 넓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날트렉손+부프로피온의 끝나지 않은 '심혈관질환 안전성' 문제다. 2011년 날트렉손+부프로피온은 장기간 복용할 경우 심혈관질환 부작용 동반 위험이 있다는 FDA의 판단 하에 허가검토 절차에서 승인이 거절된 바 있다.

이후 회사측은 2012년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심혈관질환 안전성을 알아본 The LIGHT 연구(The LIGHT trial)를 시행했고, 임상시험이 25% 진행된 상황에서 중간 결과를 FDA에 제출해 삼고초려 끝에 시판허가를 받았다.

분석결과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이 위약군(59명) 대비 날트렉손+부프로피온군에서 35명으로 위험도가 위약군보다 41% 낮았다.

날트렉손+부프로피온은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환자 또는 고혈압, 제2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중 하나 이상을 동반한 BMI 27㎏/㎡ 이상인 이들의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하는 지속적인 체중조절에 쓰이도록 발매가 허가됐다.

FDA와 상의없이 중간결과 발표, 첫 임상연구 '일단 멈춤'

하지만 날트렉손+부프로피온을 향한 문제는 오히려 다른 곳에서 터졌다. 회사가 중간결과를 성급히 발표해 임상시험이 도중에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

 

중간결과를 발표하려면 임상시험을 관리했던 관계 당국과 상의를 거친 후 학술지에 정식으로 발표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시 말해 The LIGHT 연구 중간결과를 발표하기에 앞서, 회사는 FDA를 비롯한 담당 연구팀과 상의 후 결과를 알려야 했지만 이런 절차 없이 투자자, 이사회 등에 결과를 알린 것이다.

그렇다면 중간결과 발표가 대규모 연구 중단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본래 임상시험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중간점검은 필수로 이뤄진다. 이번 연구에서도 대상환자를 날트렉손+부프로피온군과 위약군으로 분류해 시험을 진행했지만, 긍정적인 내용이 담긴 결과가 노출됐다. 이는 위약을 처방받은 것으로 짐작한 환자들이 임상시험을 탈퇴하고 약을 처방받는 최악의 경우까지 초래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The LIGHT 연구를 진행했던 미국 클리브랜드대학 Steven E. Nissen 박사팀은 연구 디자인을 재수정해 분석한 '새로운 중간결과' 발표라는 결정을 내렸다(Cleveland Clinic. Clinical trial testing safety of obesity drug Contrave halted; 50 percent interim data released by the study's executive committee [press release]. May 12, 2015).

심혈관질환 안전성 입증 실패

결론부터 말하면, 날트렉손+부프로피온군이 위약군 대비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12% 감소했지만, 유의미한 수치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날트렉손+부프로피온군이 과체중 및 비만한 환자에서 MACE를 늘리는지 분석했다. 50%까지 진행된 중간분석결과(50percent interim data)에서 날트렉손+부프로피온군 중 환자 90명이 MACE를 동반해 102명의 위약군보다 위험도가 12% 낮았다.

하지만 이상반응은 날트렉손+부프로피온군이 14.2%로 1.9%의 위약군보다 12.3% 많았고, 중추신경계 증상도 각각 날트렉손+부프로피온군 5.1% 위약군 1.2%로 날트렉손+부프로피온군에서 더욱 흔하게 발생했다.

연구 제1저자인 Nissen 박사는 "이상반응을 알아본 새로운 분석결과에서, 날트렉손+부프로피온 복용 환자에서 심혈관질환 위험이 낮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어 비열등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면서 "임상시험이 도중에 중단되는 바람에 명확한 수치를 도출하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환자수 적어 두 번째 임상연구도 중단

이에 연구진은 2015년 12월 The LIGHT 연구에서 입증하지 못한 심혈관 안전성을 알아보는 두 번째 대규모 연구를 진행했다. 총 환자 8800여 명을 대상으로 날트렉손+부프로피온이 심혈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무작위 대규모 임상시험을 시행한 것. 총 연구기간은 6년을 잡은 상태였다.

결과는 회사 방침에 따라 지난 3월 '또 다시 중단'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를 두고 Nissen 박사는 한 외신(heartwire)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연구를 재진행하는 데 있어 이전 연구(The LIGHT 연구)와 비교했을 때 대상환자 수가 제한적이였다. 이상반응을 알아보기 위한 새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연구디자인을 다시 수정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단된 연구가 재개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금 상황으로는 긍정적인 답변을 내릴 수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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