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심혈관질환 예측 마커다 vs 연관성 입증됐지만 실제 임상적용은 별개

 
C반응성단백(C-reactive protein, CRP) 검사를 실제 임상현장에서 써로게이트 마커(Surrogate Marker)로 활용하는 것을 놓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또 관상동맥칼슘석회화(coronary artery calcification, CAC) 검사도 마찬가지다.

우선 두 마커는 심혈관 예후와 밀접한 관계를 보인다. 지금까지 연구를 보면, 모두 정상보다 높은 경우 심혈관질환 및 사망이 월등하게 증가한다. 따라서 연구자 입장에서는 두 마커를 보면서 앞으로 발생할 심혈관질환을 예측하고 좀 더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주제를 실제 임상에 적용하는 것에는 약간의 견해차가 있다. 유용성이 확인됐으니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실제 적용할 만큼 강력하지는 않다는 목소리도 높다. 그러면서 비용효과적인 문제가 따라온다.

학계의 뜨거운 감자임을 대변하듯 이 문제를 놓고 지난달 대한심혈관통합학술대회에서도 성균관의대 성기철 교수(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와 고려의대 김신곤 교수(고대안암병원 내분비내과)가 각각 찬반패널로 나와 화려한 입담을 펼친 바 있다. 두 교수를 다시 만나 임상적 적용의 가능성과 한계를 담아봤다.

심혈관질환 대리표지자 ‘CRP’

CRP는 폐렴알균(Streptococcus pneumoniae)의 표면 항원인 C 다당체(C-polysaccharide)와 반응하는 단백질로서 급성기 반응 물질의 하나다.

급성기 반응 물질이란 염증(감염, 자가면역질환 등)이나 조직 손상(외상, 수술, 심근경색, 종양)에 비특이적으로 반응해 농도가 변하는 물질들을 가리키는 용어로 그중 가장 대표적인 물질이 CRP다. 이런 질환이 있는 환자들에서 사이토카인, 주로 인터루킨-6가 간세포를 자극해 CRP 생산을 촉진한다.

이는 감염성 질환이나 자가면역질환의 진단, 경과 관찰에 이용할 수 있고, 최근에는 C 반응성 단백의 농도가 높을 때 뇌졸중과 심근경색증의 위험도가 높다는 사실이 알려져 이러한 질환의 위험인자로서의 기능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이런 용도로 C 반응성 단백을 이용할 때는 일반 염증성 질환에서보다 더 낮은 농도를 정확히 측정할 필요가 있어 민감도를 높인 고민감도 C 반응성 단백 시험(high-sensitive CRP, hsCRP)이 개발되고 임상에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CRP가 심혈관질환의 써로게이트 마커로 입증된 것은 지난 2000년 초반이다. 당시 하버드의대 리드커 교수팀이 CRP가 정상보다 높으면 심혈관 사망률이 높아진다는 결과를 발표했고 이것이 JACC, Circulation, Hypertension 등 유수 저널에 잇달아 실리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몇 년간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가 추가로 쏟아졌고 현재 CRP와 심혈관질환의 연관성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이론으로 자리잡았다. 

새로운 학술적 근거가 나오면서 국내에서도 연구가 진행돼 수십여 편의 크고 작은 CRP 관련 연구가 학회저널에 실렸다. 이를 통해 국내 환자에서도 CRP와 심혈관질환의 상관관계를 입증했다. 특히 지난 2014년에는 성기철 교수팀이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를 통해 CRP와 사망률의 연관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CRP 값이 제일 낮은 군과 제일 높은 군으로 나눴을 때 가장 높은 군에서 심혈관질환 발생 및 사망률이 2~3배 정도 높다고 정리할 수 있다. 국내 연구에서도 분포도 퍼센타일로 나눴을 때 제일 높은 군이 가장 낮은 군 대비 전체 사망률은 2배가량 높았고, 심혈관 사망률은 약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환자서도 심혈관질환 사망률 연관성 입증

여기까지만 보면 CRP는 심혈관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반드시 확인해야 할 위험요소지만 막상 임상 적용의 현실은 연구의 결론처럼 단순하지 않다. 임상에 적용이 필요하다는 그룹과 필요없다는 그룹이 생겨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성기철 교수
성기철 교수는 "CRP는 많은 연구자에 의해 심혈관질환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에 써로게이트 마커로서의 역할에는 이견이 없지만 CRP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를 놓고 복잡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임상에 활용하는 바이오마커로 이해를 하려면 CRP 특성을 좀 더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CRP가 처음부터 올라갔다고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올라갈 만한 조건, 즉 당뇨병, 고혈압, 비만 등이 있는 사람들에서 사망률이 올라가고 심장병이 많이 생기는 특성을 보이기 때문에 이러한 환자들에서는 유용한 표지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국내 환자들의 CRP 분포도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국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의 CRP 평균값은 0.9mg/dL이며, 중앙값은 0.5~0.7mg/dL 정도다. 따라서 1mg/dL이나 2mg/dL를 넘으면 높은 것으로 본다. 반면 서양인은 2mg/dL 또는 3mg/dL이면 높은 것으로 보기 때문에 서구 중심 임상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오류를 낳을 수 있다.

이처럼 다소 복잡한 면은 있지만 CRP가 임상적으로 유용하다는 입장은 분명하다. 그는 "중등도 환자군은 언제든 고위험군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CRP 특성을 관찰하면 궁극적으로 심혈관 사건 예측이 가능하고 나아가 예방책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성 연구 없고 대표연구 바이어스 가능성”

반면 써로게이트 마커로서의 유용성은 인정하지만 아직까지는 실제 임상에서 그다지 필요한 검사가 되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 김신곤 교수
김신곤 교수는 "CRP와 심혈관질환과의 연관성은 인정하지만 실제 임상에서의 적용 문제는 쉽지 않다"며 "특히 최근 나온 HOPE 3 연구를 보면 CRP가 높든 낮든 모두 심혈관 예방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임상에서 달라지는 부분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HOPE 3 연구는 심혈관질환이 없는 중간위험도 환자를 대상으로 스타틴과 위약을 비교한 연구인데 하위 분석에서 CRP가 2mg/dL 초과인 환자군이나 2mg/dL 이하인 환자군 모두 심혈관 예방효과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김 교수는 "미국 가이드라인이 CRP를 적극적으로 강조하지 않는 이유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며 "현재는 다양한 위험 평가 후에도 확실한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때 고려할 수 있다고 돼 있으며, 근거수준도 B이고 권고등급도 E로 다소 떨어진다"고 말했다.

나아가 궁극적으로 환자에게 썼을 경우 임상적 이득과 전체 의료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경제성 연구도 없는 상태라서 1차 임상의를 설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CRP 연구를 주도한 리드커 교수가 진행한 대부분의 연구가 제약사나 의료기기업체의 지원을 받은 연구라는 점에서 바이어스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한계점으로 지적했다.

 
또 다른 논란 ‘CAC’…“중간위험환자에 유용”

이런 논란이 있는 또 다른 써로게이트 마커는 바로 관상동맥석회화(CAC) 점수다. CAC란 혈관에 칼슘이 쌓여 혈관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혈관 석회화 현상을 전산화단층촬영(CT)을 이용해 수치화시킨 것이다.

관상동맥질환 진단을 위해 심전도 및 운동부하 검사, 심장 초음파 검사도 유용하지만 이 방법들은 질환이 어느 정도 진행돼야 진단이 가능하다. 반면 CAC는 현재 상태를 영상으로 확인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훌륭한 지표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특히 비전형적인 흉통이 있는 경우 심장 CT는 관상동맥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심각한 관상동맥질환으로 진행하는 것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에는 아무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는다.

현재 많은 연구를 통해 관상동맥질환 환자에서 CAC 수치가 증가하면 덩달아 관상동맥질환 발생률도 올라간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며, 또한 심혈관계 질환의 단기간의 예측 인자로서 지질 등의 어떤 위험인자보다 우수하다는 사실이 입증돼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검사를 기존 위험도 평가에 추가로 시행해야 하느냐 문제는 임상의들마다 약간의 견해차가 존재한다.

성 교수는 "미국심장학회에서도 ABI(Ankle-Brachial Index), CRP, IMT(Intima-Media Thickness), CAC 중 가장 강력한 써로게이트 마커로 CAC를 꼽고 있는데 그 이유는 CAC는 동맥경화반의 총량과 비례하며 향후 허혈성 심장질환 발생의 독립적인 위험인자가 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간 위험도 환자에서는 기존 위험도 평가에 더해 위험도를 평가하는 것이 유익하다고 강조했다.

성 교수는 "저위험도나 고위험도 환자와 달리 중간위험도 환자군은 어느 한 시점에서의 위험평가로 판단할 수 없다. 그 이전에 혈관이 얼마나 손상됐는지, 또 혈압과 지질 조절을 얼마나 잘 해왔는지 종합적으로 판단한 후 CAC까지 추가하면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기존 위험평가 툴에 추가해도 도움이 안 된다는 입장에 반박을 하자면 우리나라 환자를 위한 위험예측 모델이 없어 정확한 평가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CAC, 장비 투자 어려운 개원가에는 무용지물”

하지만 김 교수는 개원의의 투자 한계, 방사선 노출, 무작위 대조군 연구의 부재, 비용발생 등 현실적인 부분을 지적하며 실제 유용성은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김 교수는 "무증상 성인 환자를 보는 곳이 주로 개원의다. 또 CAC는 CT로 촬영해야 하므로 장비 투자가 어려운 일선 개원의에게는 그림의 떡이자 필요없는 써로게이트 마커"라며 "또한 방사선 노출 문제 측면에서도 위험이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성 교수는 CAC는 3차 병원에서 이뤄지는 작업이므로 장비투자에 대한 부분은 현실적으로 적절한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단 이 경우 대상환자를 2차 또는 3차기관에 보내야 하는 역할을 1차 의료기관에서 해야 하므로 인식에 대한 문제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방사선 노출 문제도 있다. CAC 측정을 위해서는 약간의 방사선 노출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이 문제도 격론이 벌어지는 부분이다. 다른 CT와 달리 낮은 방사선만 방출되기 때문에 괜찮다는 주장과 노출량이 적어도 축적되면 나쁠 수 있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비용효과적이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성 교수는 비용은 발생하지만 기대효과가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환자들에게 동맥경화상태를 그림(영상)으로 보여주면서 약물치료를 하면 생활습관 개선, 약물순응도가 증가해 궁극적으로는 비용이 덜 들어갈 수 있으며, 나아가 동맥경화반이 없는 환자는 덜 치료해도 되고, 있는 환자는 더 치료해서 실제로 전체적인 의료비용은 적게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비급여 측면이라는 점에서 지불에 대한 설득과정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많은 환자들이 비용에 부담을 느낀다는 점 때문에 임상적 유용성은 떨어진다는 게 김 교수의 지적이다. 결정적으로 대조군 연구도 아직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질병을 예측할 수 있는 대리표지자가 확인되면 유용성을 실제로 확인하는 RCT가 있어야 최종적으로 유용성이 확보되는 것"이라며 "CAC가 진단적 유용성이 있는데, 그 결과에 따라 치료를 변경했더니 실제로 심혈관 발생이 감소한다는 RCT 근거가 아직 없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김 교수는 CAC를 통한 위험도 예측도 좋지만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사망률 추세와 치료현황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적합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전 세계 교과서에서 제시하는 ABCDE원칙을 들 수 있다. 각각 혈당(A1C), 혈압(Blood), 콜레스테롤(Cholesterol), 식사(Diet), 운동(Exercise)을 의미하고 나아가 아스피린(Aspirin), 체중(Body), 금연(Cease), 순응도(Drug), 교육(Education)을 통한 해법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심혈관질환 예방으로서의 바이오마커 활용을 위한 연구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아직까지 가이드라인에서는 주기적 시행은 권고하지 않는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임상에서 확대는 시기상조다"고 말했다.

반면 성 교수는 "여러 가지 한계점은 있기 마련이다. 심혈관 환자가 꾸준히 증가해 사망률이 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정확한 위험평가툴이 없는 상태임을 알아야 한다"며 "CRP와 CAC 같은 마커는 혈관상태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꼭 필요한 강력한 마커"라며 유용성을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앞으로는 심혈관 위험 예측 마커로 단일바이오마커보다는 융합적인 마커가 개발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성 교수는 "마커의 임상 적용 문제는 개발의 한 과정"이라며 "앞으로는 혈압, 혈당, 심전도, CRP 등 모든 요소를 통합적으로 분석해 나온 융합적인 마커들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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