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상근거통한 혜택 입증

 

고혈압, 고혈당, 이상지질혈증, 비만 등은 여전히 심혈관질환 이환 및 사망위험을 높이는 주된 인자들로 인지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병태생리학적 기전을 바라보고 접근하는 시각에는 그동안 큰 변화가 있었다. 과거 이들 위험인자는 철저하게 개별적인 관점에서 접근이 이뤄졌다. 고혈압 환자에게는 혈압치료만 하면 그만이었다. 당뇨병 환자는 혈당만 잘 조절하면 책임을 다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이들 심혈관 위험인자를 원하는 목표치만큼 조절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졌고 심혈관질환 위험은 계속 상승했다. 좋은 약물치료 전략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왜 이런 난국에 직면하게 됐던 것일까?

임상 의학자들은 심혈관 위험인자들이 더 이상 혼자 움직이지 않고 동시다발되는 경우가 늘고 있으며, 이 경우 각각의 위험인자를 조절하는 것이 더욱 힘든 숙제가 되며 심혈관질환 위험은 급격히 증가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위험인자들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동맥경화증을 악화시키고, 이로 인해 심혈관질환 위험이 배가된다는 사실까지 관찰했다.

대사증후군 환자, 즉 심혈관 위험인자의 다중발현으로 심혈관질환 위험이 매우 높은 사람일수록, 위험인자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가 요구되고 있다. 심혈관 위험인자 종합관리 패러다임 하에서 약물치료는 이제 병합요법을 통해 종합적인 위험인자의 조절과 함께 동맥경화증을 악화시키는 혈관의 구조·기능적 변화까지 고려해야 하는 시대적 요구 앞에 서있다.

고혈압 환자에서 혈당치료, 당뇨병 환자에서 지질치료 등 동시에 두 가지 이상의 위험인자들을 관리하는 약물치료 전략의 임상혜택을 보고한 사례는 상당히 많다. CARDS, ONTARGET, ADVANCE, ASCOT에서 가장 최근의 HOPE-3 연구까지 일련의 임상시험에서 다중 위험인자 관리전략이 심혈관질환 예방에 있어 합격점을 받아왔다.

 

CARDS
CARDS 연구(Lancet 2004;364:685-696)는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스타틴을 통한 지질치료로 심혈관질환 1차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입증한 사례다. 연구는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지 않은 제2형 당뇨병 환자 2838명을 대상으로 아토르바스타틴 1일 10mg 요법을 통해 주요 심혈관사건 위험을 낮출 수 있는지 검증했다.

환자들은 심혈관질환 병력이 없는 상태에서 40~75세 연령대로 흡연, 고혈압, 단백뇨, 망막증 중 적어도 하나의 위험인자를 갖고 있었으며 LDL 콜레스테롤 수치는 160mg/dL 미만이었다. 이 환자들을 아토르바스타틴 1일 10mg(1428명) 또는 위약군(1410명)으로 무작위 배정해 급성 관상동맥 심장질환, 관상동맥 재형성술, 뇌졸중의 첫 발생을 평가했다.

치료·관찰결과, 아토르바스타틴의 주요 심혈관사건 위험은 위약군에 비해 37% 감소하며 유의한 효과를 나타냈다(P=0.001). 개별 종료점 역시 급성 관상동맥 심질환이 36%, 관상동맥 재형성술 31%, 뇌졸중은 48%까지 감소하며 아토르바스타틴 요법의 효과가 입증됐다(P=0.001). 사망률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치는 아니었으나 아토르바스타틴군에서 위약 대비 27% 감소하며 낮은 상대위험도를 보였다.  연구는 사전규정된 아토르바스타틴의 유효성이 충족됨에 따라 2년 시점에서 조기종료됐다.

 

ADVANCE
ADVANCE 연구(Lancet 2007;370:829-840)는 당뇨병 환자에서 혈압치료, 즉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페린도프릴과 이뇨제 인다파미드의 고정용량 병용요법으로 혈압을 강하시킬 경우 치료시작 전 혈압수치에 관계없이 주요 심혈관 및 미세혈관합병증 위험이 감소함을 입증했다. 연구는 세계 20개국 제2형 당뇨병 환자 1만 1140명을 대상으로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의 주요 합병증 위험감소 효과를 검증했다.

6주간의 시험시작 전 투여기간에서 내약성이 유지된 환자들에게 무작위 선정 방식으로 두 약물의 병용이 실시됐으며 위약군과 비교가 이뤄졌다. 1차 종료점은 대혈관 및 미세혈관사건(심혈관질환 원인 사망, 비치명적 뇌졸중 또는 비치명적 심근경색증, 신규 또는 악화된 신장질환이나 당뇨병성 안질환)의 복합빈도를 평가했다.

평균 4.3년간 관찰결과, 위약군 대비 페린도프릴 병용군의 혈압강하 정도는 5.6/2.2mmHg로 나타났다. 혈압강하 효과는 합병증 위험감소로 이어져, 병용군의 주요 심혈관 또는 미세혈관사건이 위약군 대비 9% 유의하게 감소했다(병용군 15.5% 대 위약군 16.8%, hazard ratio 0.91, P=0.04). 심혈관 원인 사망의 위험도는 각각 3.8%와 4.6%로 페린도프릴 병용군이 18% 유의하게 낮았다(0.82, P=0.03).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사망률) 역시 병용군에서 14%의 감소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7.3% 대 8.5%, 0.86, P=0.03).

ADVANCE 연구가 종료된 후에, 남은 생존자(1만 1140명 중 8494명)들을 대상으로 5.9년(중앙값)의 확대관찰이 진행됐다. 결과는 ADVANCE 종료 후 두 그룹 간에 혈압의 차이가 소실됐음에도 불구하고, ADVANCE를 통해 적극적으로 혈압을 조절했을 당시의 전체 사망률과 심혈관 원인 사망의 감소효과가 다소 완화되기는 했으나 계속 유의한 상태를 유지했다(사망률 hazard ratio 0.91, P=0.03, 심혈관 원인 사망 0.88, P=0.04).

 

ONTARGET
ONTARGET 연구(NEJM 2008;358:1547-1559)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인 당뇨병 환자에서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텔미사르탄이 ACEI와 비교해 비열등(non-inferior)하면서 내약성이 우수한지, 두 약물의 병용이 각각의 단독과 비교해 우수한지(superior)를 평가했다. 55세 이상 연령대로 관상동맥질환·말초동맥질환·뇌혈관질환 또는 표적장기손상의 증거가 있는 고위험군 당뇨병 환자 2만 5620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심부전 환자는 제외됐다.

환자들은 라미프릴(10mg), 텔미사르탄(80mg), 또는 라미프릴 + 텔미사르탄(10 + 80mg)군으로 나뉘어 56개월간 치료·관찰이 진행됐다. 1차 종료점은 심혈관 원인 사망·심근경색증·뇌졸중·심부전 원인 입원의 복합빈도였다.

관찰결과 라미프릴군과 비교해 텔미사르탄군의 혈압이 0.9/0.6mmHg, 병용군은 2.4/1.4mmHg 더 감소했다. 세 그룹의 1차 종료점 빈도는 16.5% 대 16.7% 대 16.3%로 라미프릴 단독 대비 텔미사르탄 단독요법의 비열등성을 입증할 수 있었다. 심혈관 원인의 사망·심근경색증·뇌졸중에 대한 분석 역시 14.1% 대 13.9% 대 14.1%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라미프릴군과 비교해 텔미사르탄군의 기침(1.1% 대 4.2%, P<0.001)과 혈관부종(0.1% 대 0.3%, P=0.01)은 낮았고, 저혈압 증상의 빈도(2.6% 대 1.7%, P<0.001)는 높았다.

ASCOT-BPLA
ASCOT-BPLA 연구(Lancet 2005;366:895-906)는 40~79세 연령대로 최소 3개의 심혈관 위험인자를 보유한 고혈압 환자들(1만 9257명)을 대상으로 신·구 항고혈압제 요법의 임상혜택을 비교·검증하고자 했다. 심혈관 위험인자가 다중발현된 대규모 환자들을 대상으로 혈압강하력(marker)에서 더 나아가 궁극적인 심혈관 임상결과(outcome)를 검증했다.

연구는 칼슘길항제(CCB) 암로디핀 5~10mg ± ACEI 페린도프릴 4~8mg(암로디핀 기반요법)과 베타차단제 아테놀롤 50~100mg ± 이뇨제 벤드로플루메티아지드 1.25~2.5mg(아테놀롤 기반요법) 병용치료를 비교했다. 암로디핀과 아테놀롤 초기용량 5mg과 50mg을 시작으로, 추가적인 혈압조절 필요 시에 페린도프릴과 벤드로플루메티아지드가 각각 병용됐다.

치료·관찰 5.5년(중앙값) 시점에서 비치명적 심근경색증과 치명적 관상동맥질환(CHD)은 429명 대 474명으로 암로디핀 기반요법군의 위험도가 10% 낮았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치는 아니었다(hazard ratio 0.90, P=0.1052). 반면 아테놀롤 대비 암로디핀 기반요법의 치명적·비치명적 뇌졸중은 23%(327명 대 422명, hazard ratio 0.77, P=0.0003), 전체 심혈관사건이 16%(1362명 대 1602명, hazard ratio 0.84, P<0.0001), 사망률은 11%(738명 대 820명, hazard ratio 0.89, P=0.025) 감소하는 등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가 나타나면서 연구가 조기종료됐다. 여기에 당뇨병 위험 또한 암로디핀군이 유의하게 낮았다.

 

ASCOT-LLA
ASCOT-LLA 연구(Lancet 2003;361:1149-1158)는 항고혈압제 요법의 심혈관사건 혜택을 검증키 위한 ASCOT-BPLA에서 기저시점의 총콜레스테롤 수치가 6.5mmol/L(250mg/dL) 이하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아토르바스타틴과 위약을 비교했다. 총 1만 9342명이 ASCOT-BPLA를 위해 항고혈압제 치료군으로 무작위 배정됐으며, 이 가운데 1만 305명이 아토르바스타틴(10mg) 또는 위약군으로 나뉘어 치료를 받았다. 즉 항고혈압제 치료를 받고 있는 고혈압 환자에서 지질수치가 크게 높지는 않지만 스타틴으로 치료했을 경우, 심혈관사건 위험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고자 했던 것이다.

ASCOT-LLA 연구는 관찰 3.3년(중앙값) 시점에서 아토르바스타틴군의 비치명적 심근경색증과 치명적 관상동맥심질환(1차 종료점 복합빈도)이 위약군에 비해 36% 유의하게 감소하면서 조기종료됐다. 뇌졸중 역시 27% 의미있게 감소했다. 총 심혈관사건도 아토르바스타틴군에서 21%(P=0.0005)의 유의한 감소효과를 보였다. 전체 사망률과 심혈관 원인의 사망은 각각 13%와 10%씩 줄었으나 위약군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치는 아니었다. 하지만 전체 사망률은 ASCOT-LLA 연구를 11년까지 확대해 관찰한 ASCOT-LLA-11 연구에서 12%(P=0.02) 감소하면서 유의한 혜택으로 이어졌다.

이 연구는 고혈압 관련 임상시험에서 항고혈압제와는 상관이 없는 것으로 여겨졌던 스타틴을 투여함으로써 적극적인 심혈관질환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한 대표적 사례라 하겠다. 특히 대상환자들의 총콜레스테롤이 250mg/dL 미만으로 경계치보다 다소 높은 상태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여러 위험인자가 동반된 고혈압 환자에서 지질수치가 그리 높지 않더라도 조기에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전반적인 심혈관사건 위험을 줄일 수 있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다.

 

HOPE-3
가장 최근에는 미국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된 HOPE-3 연구(NEJM 2016년 4월 2일자 온라인판)가 심혈관질환 중등도 위험군에서 혈압·지질치료의 심혈관 임상혜택을 보고해 주목을 받았다. 항고혈압제 병용요법 치료군에서는 위약 대비 심혈관사건이 감소하지 않은 반면, 여기에 로수바스타틴이라는 스타틴 치료를 더한 결과 심혈관사건 위험이 유의하게 줄었다.

연구는 심혈관질환이 없는 중등도 위험군 환자들을 대상으로 지질(로수바스타틴 10mg), 혈압(칸데살탄 16mg + 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 이뇨제 12.5mg), 지질·혈압(로수바스타틴 + 칸데살탄 + 이뇨제) 치료의 심혈관사건 예방효과를 위약과 비교·평가했다.

로수바스타틴 10mg 치료의 심혈관 임상혜택이 입증됐고 칸데살탄 + 이뇨제 요법의 혜택은 없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로수바스타틴 + 칸데살탄 + 이뇨제의 혈압·지질치료 연구에서는 심혈관 임상혜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로수바스타틴 10mg 치료군에서는 위약군 대비 심혈관질환 위험이 24%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감소했다(hazard ratio 0.76, P=0.002). 반면 칸데살탄 + 이뇨제 치료그룹에서는 심혈관사건 발생률이 4.1%로 위약군(4.4%)와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hazard ratio 0.93, P=0.40).

로수바스타틴 + 칸데살탄 + 이뇨제 치료군과 위약군 간 1차 종료점(심혈관 사망, 심근경색증, 뇌졸중) 발생률은 3.6% 대 5%로 치료군의 위험도가 29% 낮았다(hazard ratio 0.71, P=0.005). 세부평가에서 심혈관 사망은 2.4% vs 2.9%(P>0.05), 뇌졸중 1% vs 1.7%(P<0.05), 심근경색증 0.7% vs 1.2%(P<0.05), 심혈관 원인 입원율 4.4% vs 6%(p=0.005)로 일관된 경향을 보고했다.

이와 관련해 캐나다 맥마스터대학 Eva Lonn 교수는 “칸데살탄 + 이뇨제의 항고혈압제 요법이 혜택을 보이지 못했다는 점은 혈압강하만으로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고,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에 로수바스타틴을 추가했을 때 유의한 효과가 나타났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 Salim Yusuf 교수는 “대부분의 고혈압 가이드라인은 항고혈압제의 종류, 혈압 목표치에 대해 강조하고 있지만, 고혈압 환자 치료 시 스타틴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크게 무게를 두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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