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규 신경과의사회장, 진료시간·환자특성 반영한 수가 다변화 필요

"초저수가 정책은 단순히 이윤의 문제를 떠나, 의사들의 책임과 희생만을 강요하는 비윤리적이며, 가학적인 정책이다. 이 같은 시스템이 몇 십년째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신경과의사회가 저수가 정책에 날카로운 일침을 가하며, 정책 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신경과의사회 이태규 회장

대한신경과의사회 이태규 신임회장은 1일 기자들과 만나 "초저수가는 우리나라 의료보험 체계를 왜곡하는 가장 큰 문제"라며 "수가를 바로 잡지 않고는 그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신경과의 경우 진료시간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지불되는 진료비, 임상현장을 반영하지 못한 급여기준으로 인한 혼란이 크다.

이 회장은 "신경과 오래의 주된 증상은 어지럼증으로 진단을 위해서는 정확한 병력 청취가 필수적"이라며 "그러나 현행 수가는 문진을 1분을 진행하든, 10분을 진행하든, 1시간을 진행하든 같다. 이 같은 수가가 몇 십년째 유지되다보니 상담 대신 검사를 많이 하는 의료왜곡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신과는 상담료가 있고, 소아청소년과는 영유아 가산이 인정되지만 신경과는 그런 보상이 전혀 없다"며 "진료시간과 노인·치매환자의 특성을 반영해 수가를 가산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직적인 급여기준도 문제라고 했다. 일례로 신경과에서 시행하는 신경학적 진찰은 보행이나 감각, 인지기능 테스트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체적으로 이를 시행하려면 1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현행 급여기준은 구성안에 포함된 모든 검사를 시행했을 때만 검사비용을 급여로 인정한다.

이 회장은 "워낙 검사시간이 길어 전체 검사를 하기 쉽지 않다"며 "환자의 상태를 보고 의학적 판단에 따라 필요한 검사만 시행하면 좋겠지만, 검사 중 하나라도 빼먹으면 부당청구로 삭감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다보니 현장의 의사들은 일부 검사를 한 뒤 급여로 청구하는 비윤리적인 의사가 되거나, 아예 청구를 하지 않고 손해를 떠 안는 방법 중 한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야말로 잘못된 제도로 인한 딜레마"라고 꼬집었다.

보호자 대리처방 수가도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현행 급여기준은 거동불능 환자이면서, 환자 상태의 변화가 없을 때, 직계가족이 대신 방문해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하며, 이 경우 대면진료의 50%만 수가를 인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 회장은 "신경과의 특성상 노인이나 치매환자가 많다보니 대리처방이 흔하다"며 "보호자 대리처방시 오히려 더 많은 시간과 확인작업이 필요하지만 오히려 수가는 절반만 인정돼 개원가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정책은 합리적으로 마련돼야 하며, 제도 시행 후 문제점이 나타난다면 적극적으로 이를 검토하고 개선해야 한다"며 "이런 노력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의료왜곡 현상이 나타나고 환자와 의사 모두가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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