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GINA Guideline

 

세계천식기구(Global Initiative for Asthma, GINA)는 지난해 5월 천식 가이드라인 업데이트판을 새롭게 발표했다. GINA는 업데이트를 통해 천식의 자연적인 양상에 대한 새로운 근거들을 추가하고, 이를 기반으로 천식의 진단 및 치료에 대한 새로운 접근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새 가이드라인에서도 천식의 정의, 증상관리 평가도구 및 유해한 아웃컴에 대한 위험인자, 교정 가능한 위험인자, 천식-COPD 중복증후군(ACOS), 진단 및 초기치료 등과 관련해 업데이트된 내용을 담았다.

통합적 관리 사이클 강조
GINA 가이드라인은 천식과 관련해 “이형접합적(heterogeneous)이면서 만성적 기류염증의 성향이 나타나는 질환으로 천명(wheezing), 숨가쁨, 흉부압박,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나타난다”고 기술했다. 폭넓은 범위로 정의될 수 있다는 것인데, GINA는 정의의 범위보다 환자의 개별적인 특성에 맞춰 관리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치료전략 부분의 주요한 변화로는 천식관리 사이클(cycle of asthma care)을 꼽았다. 관리 사이클은 평가(assess), 치료전략 조정(adjust treatment), 반응 검토(review response)로 구성된다. GINA는 “이 사이클이 통합적이면서 임상적으로 적용 가능한 접근전략”이라고 평했다.

‘평가’ 단계에서는 진단, 증상관리(ACT, 천식관리 설문조사), 폐기능을 포함한 위험인자, 흡입기술, 순응도, 환자 선호도가 포함됐다. ‘치료전략 조정’은 약물치료뿐만 아니라 비약물 치료전략, 교정 가능한 위험인자의 치료가 해당된다. ‘반응 검토’ 단계에서는 증상, 악화, 부작용, 환자 만족도, 폐기능을 평가한다.

티오트로피움 치료 권고
2015년판 GINA 가이드라인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COPD 치료에 사용돼 왔던 티오트로피움이 천식의 단계별 치료전략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연무흡입기(soft-mist inhaler)를 통한 티오트로피움이 천식악화 경험이 있는 10세 이상 성인 환자에서 천식치료 4·5단계의 새로운 추가요법으로 포함됐다(Evidence B).” 티오트로피움은 과거 가이드라인에서 중증천식 환자의 치료선택으로 언급된 바 있으나, 천식 적응증 승인에 따라 새 개정판에서 단계별 치료전략의 선택으로 공식권고된 것이다.

티오트로피움의 천식 적응증 승인은 국내에서도 이뤄졌다. 미스트 흡입기 디바이스가 적용된 스피리바 레스피맷으로, 흡입 코르티코스테로이드(ICS) 및 지속성 베타2 작용제(LABA)의 병용에도 불구하고 중증의 악화경험이 있는 천식환자의 병용 유지요법제로 쓸 수 있다.

천식의 단계별 치료전략
GINA 가이드라인은 환자의 임상특성, 즉 조절상태에 따라 1~5단계까지의 치료전략을 적용하고 조정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1단계에서는 필요할 때마다 증상 완화제를 사용하는데, 속효성 흡입 베타2 작용제(SABA)가 이에 해당한다.

다른 선택으로는 저용량의 ICS를 악화위험이 있는 환자들에게 권고했다. 성인에서 흡입 항콜린제, 속효성 경구 베타2 작용제, 속효성 테오필린 등도 대체수단으로 고려할 것을 주문했지만 약효 발현시작이 늦고 부작용 위험이 높다는 설명이 추가됐다.

2~5단계까지는 필요할 때마다 완화제를 사용하면서 정기적으로 질병조절제 치료를 병행하게 된다. 가이드라인은 2단계에서 모든 연령대의 천식환자에게 첫 질병 조절제 치료로 저용량의 ICS를 권고했다. ICS를 대신할 수 있는 조절제로는 류코트리엔 조절제가 언급됐다. 흡입제를 사용할 수 없거나 사용을 꺼리는 경우, ICS 치료 시 부작용 경험자, 알레르기성 비염이 동반된 경우 등이 해당한다.

3단계에서는 필요할 때마다 완화제의 사용이 유지되는 상태에서 저용량 ICS와 LABA의 병용이 권고된 가운데, ICS와 포르모테롤 병용은 증상완화와 질병조절 두 가지 용도로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권고됐다. 이 외에 고려할 수 있는 다른 선택으로는 중증도·고용량의 ICS, 저용량 ICS와 류코트리엔 조절제(또는 서방형 테오필린)가 언급됐다.

4단계에서는 2·3단계에서 사용된 약제에 기반해 새로운 약제가 추가되는데, 가이드라인은 임상시험에서 상대적 효과가 검증된 약제순으로 추가할 것을 권고했다. 특히 가이드라인은 3단계 치료에서 천식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들은 다른 질환이거나 난치성 천식이 원인이 아닌지를 검사하기 위해 천식 전문가에게 의뢰할 것을 주문했다. 4단계에서 선호되는 치료요법으로는 중간 또는 고용량 ICS와 LABA의 병용이 권고됐다.

바로 이 대목에서 티오트로피움이 고용량 ICS와 류코트리엔 조절제(또는 서방형 테오필린) 병용요법과 함께 4단계에서 고려할 수 있는 추가선택으로 등장한다.

5단계에서는 4단계의 조절제에 추가적으로 경구 스테로이드제의 사용이 언급된 가운데, 효과가 있을 수도 있으나 심각한 부작용이 있다는 주의가 뒤따랐다. 가이드라인은 4단계 치료에도 불구하고 일상생활이 어렵고 천식악화가 자주 발생하는 등 천식이 심각하게 조절되지 않는 환자들에게만 경구 스테로이드제 추가투여를 고려토록 했다. 이 5단계에서도 티오트로피움이 새로운 선택으로 권고되고 있다. 폐기능 감소와 잦은 천식악화를 보이는 아토피성 천식환자에서는 오말리주맙과 같은 항 면역글로불린 E 제제(anti-IgE)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표>.

 
 

천당과 지옥 오가는 천식환자
천식환자 상태의 분류는 치료를 결정하고 조정하는데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다. 과거에는 이 기준을 경증 간헐성, 경증 지속성, 중등증 지속성, 중증 지속성의 중증도로 잡아 분류했다. 하지만 천식의 유병특성으로 인해 이렇게 고정된, 틀에 박힌 중증도 분류가 임상현장과는 괴리감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중증도 분류 자체가 복잡하고 환자상태를 제대로 반영(설명)하지 못하다 보니 진료에 적용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의 조상헌 교수에 따르면, 천식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변화(變化)가 무쌍(無雙)한 다이나믹한 질환이라는 것이다. 하루 중에도 호르몬이나 자율신경계의 변화에 따라 조(朝)·주(晝)·야(夜)의 증상 정도가 달라진다. 또 먼지, 황사, 매연, 찬바람 등 일상생활에서 겪는 외부환경 요인에 따라 증상의 변화가 나타난다. 이렇다 보니 천식환자들 대부분은 하루 중에도 경증과 중증을 오가고, 몇 달 동안 정상소견을 유지하다 갑자기 증세가 악화되는 것이 부지기수다.

기도수축 - 기관지확장제
천식은 현재 ‘여러 세포와 다양한 매체들이 관여하는 기도의 만성 염증성 알레르기 질환(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진료지침)’으로 정의되고 있다. 하지만 과거에는 가역적인 기류장애, 기도과민증 등 폐기능 소견을 중심으로 정의됐다. 1980년대 이전에는 외부환경 변화에 기관지가 예민해지는 과정에서 급격한 기관지평활근의 수축이 일어나 호흡곤란, 숨가쁨, 기침, 천명음 등이 발생하는 기전을 중심으로 천식이 이해됐다. 이렇다 보니 치료 역시 가역적으로 수축된 기관지를 풀어서 다시 정상화시키는 기관지확장제(증상완화제)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었다.

기도염증 - 염증치료제
하지만 1980년대 이후부터 천식은 기도의 만성 알레르기 염증의 결과로 외부환경에 과민성을 나타내게 되고 이로 인해 반복적인 호흡곤란, 천명음, 기침 등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이야기되기 시작했다. 기관지평활근의 수축도 중요하지만, 기관지 내부에 생기는 염증이 부풀어 오르거나 여기서 나오는 분비물 등으로 인해 기관지가 막히는 증상이 합해진 결과로 천식의 발생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천식환자에서 평소에 지속적으로 만성적인 기도염증을 치료해야 한다는 것이 정론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혈압이나 혈당을 지속적인 약물요법으로 낮추고 유지하듯이 기도염증을 꾸준히 조절하는 염증치료제(질병조절제)를 써야 한다는 것이 최근 천식치료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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