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 8만 4000달러 기준 약가 30% 인하시, 비용 효과성 확인 근거

 

길리어드의 차세대 경구용 C형간염 치료제 소포스부비르(제품명 소발디)와 소포스부비르/레디파스비르 고정용량복합제(제품명 하보니)가 작년 하반기 국내 승인후 오는 1일부터 보험 적용을 받게 됐다.

관건은 역시나 비싼 가격을 필두로 한 '비용-효과성'이었다.

먼저 급여를 받은 닥순요법(다클라타스비르+아수나프레비르 병용요법)에 비해 비용 효과가 낮다는 이유로, 국내 가장 많은 유전자형 분포를 보이는 1b형이 급여범위에서 제외된 것이다. 일단 ICER(점증적 비용-효과비값)값이 높게 나왔다게 그 근거였다.

개정 고시된 보건복지부의 보험급여 기준에 따르면, 하보니의 급여 상한금액은 시판가의 65% 수준인 정당 35만 7142원, 소발디는 시판가의 60% 수준인 27만 656원이었다.

이는 12주간 소포스부비르 단독 치료에 8만 4000달러가 요구되는 미국보다는 분명 저렴한 상황. 이와 관련 소포스부비르 기반 치료법의 비용 효과성을 따져본 연구 결과가 있다(doi: 10.1186/s12876-015-0320-4). 다만, 비교 대상은 이번 급여과정에서 언급됐던 닥순요법이 아닌 인터페론 기반 치료법이었다.

 
결과만 놓고 보면, 국내 급여 상황에서 소포스부비르의 비용 효과성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놓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8만 4000달러라는 미국내 가격을 기준으로, 소포스부비르의 약가를 30% 낮춘다면 얘기가 달라진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었다. 국내 약가 상황에선 유전자형 1형에 충분히 비용 효과성이 있다는 의미가 성립하는 것이다.

더불어 소포스부비르 + 리바비린 요법은 유전자형 2형과 3형에선, 페그인터페론 + 리바비린으로 초치료를 시작한 환자의 후속 치료제로서 비용 효과적이었다는 결과를 내놨다.

간경화 동반 환자, 소포스부비르/레디파스비르 비용 효과적

BMC Gastroenterol 2015년 8월 5일자에 게재된 해당 연구의 배경은 미국 상황이라는 단서가 붙는다. 전 세계적으로 C형간염바이러스(HCV)에 감염된 환자 수가 약 1억 7천만명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이 중 400만명이 미국 환자. 국내 유병률이 1% 수준인 것과는 비교가 안 되는 큰 규모인 것이다.

주저자인 미국 펜주립대 산업공학과 Sai Zhang 교수팀은 소포스부비르 기반 치료법의 가격이 논란이 된 상황에서, 미국내 만성 C형간염 환자를 대상으로 해당 치료전략의 비용 효과성에 주목했다.

대상이 된 유전자형도 많은 분포를 보이는 1, 2, 3형이었으며 만성 C형간염이 악화됐을 경우도 분석에 포함시켰다. 가이드라인에 권고된 투약 용량을 이용해, 그동안 발표된 임상연구를 바탕으로 비용 효과가 비교됐다.

연구를 살펴보면, 비교 대상에 닥순요법이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기존 표준치료제인 페그인터페론 병용전략에 더해 하보니나 비에키라 팩과 같은 최신 DAA가 포함됐다. 특히 이들에서는 투약 환자의 기대여명 동안 의료비용과 환자의 삶의 질 수준을 반영한 건강수명지표인 '질보정수명'(Quality Adjusted Life Years, 이하 QALY)이 계산됐다.

▲ 길리어드 C형간염 치료제 소발디(왼쪽)와 하보니.
유전자형 1형의 경우, 다섯개 치료법이 비교됐다. △ 페그인터페론 + 리바비린 + 텔라프레비르 12주 치료 후 대상 환자의 HCV RNA 수치에 따라 12주 혹은 24주간 페그인터페론 + 리바비린 병용요법을 시행 △ 하보니 12주 치료 △ 간경화 없는 환자서 시메프레비르(제품명 올리시오) + 소발디 12주 치료, 간경화 동반 환자는 24주 △ 간경화 없는 환자서 비에키라 팩에 리바비린 추가 12주, 간경화 동반 환자는 24주 △ 간경화 동반 여부에 상관없이 소포스부비르 + 페그인터페론 + 리바비린 12주 치료법이 대상이었다.

이어 유전자형 2형과 3형에선, △ 치료경험이 없는 환자 대상 페그인터페론 + 리바비린 24주 요법 △ 유전자형 2형은 소포스부비르 + 리바비린 12주 요법, 유전자형 3형 동일 요법 24주 △ 초치료시 페그인터페론 + 리바비린 24주간 유지 후 비반응군과 재발 환자에서 소포스부비르 + 리바비린 12/16주 치료를 실시하는 것이었다.

결과에 따르면, 간경화가 동반되지 않은 유전자형 1형에선 옴비타스비르 + 파리타프레비르 + 리토나비르(제품명 비에키라 팩)의 비용 효과성이 확인됐다. 반면 간경화가 동반된 환자에선 하보니가 비용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관건이었던 소포스부비르 기반 치료법은 유전자형 1형에선 미국내 상당히 비싼 치료비용으로 인해 비용 효과성이 확인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간경화가 동반된 유전자형 2형 환자와 유전자형 3형에선 추가 치료전략으로, 12주/16주 치료전략은 비용 효과적이었다는 주장이다.

치료비용 부담…비용 효과는 높아

이보다 앞선 작년 3월에도, HCV 치료에서 소포스부비르 기반 치료의 비용 효과성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해당 연구 결과에선 소포스부비르 요법이 기존 인터페론 병용치료보다 비싼 가격임을 고려해도, 비용 효과성은 80% 수준을 웃돌았다.

미국내과학저널(Annals of Internal Medicine) 3월 17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된 텍사스 엠디엔더슨 암센터 Jagpreet Chhatwal 교수팀의 연구 결과는 소포스부비르/레디파스비르 요법이 비용 효과성이 결코 낮지 않다는 의견이었다(doi:10.7326/M14-1336).

비용 효과와 부담수준은 환자 본인이 아닌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같은 제3의 지불인(Third-party payer)의 관점에서 평가된 결과다. 물론 분석에 리얼데이터가 포함되지 않아 실제 적용에는 일부 한계가 있다.

소포스부비르/레디파스비르의 비용 효과성에 초점을 맞춘 연구에는 미국에서 초치료 환자를 비롯해 치료 경험이 있는 HCV 환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HCV 유전자형과 연령대, 간섬유화 진행정도가 포함됐다. 마찬가지로 기존 인터페론 기반 치료와 QALY, ICER, 5년간 항바이러스제 투약비용을 비교했다

결과에 따르면 소포스부비르/레디파스비르를 포함하는 치료법은 기존 인터페론 병용요법 대비 0.56 QALY로 나타났다. 1QALY당 5만 5400달러(한화 6260만 7540원) ICER가 증가됨을 의미한다.

또 해당 환자의 치료 경험, HCV 유전자형, 간경화 존재 유무 등에 따라 QALY당 ICER의 범위는 9700달러부터 28만 4300달러로 다양했다. 주목할 점은 소포스부비르 기반 치료가 기존 인터페론 치료와 비교해 초치료 환자에서는 비용 효과성이 83%, 치료 경험이 있는 환자에선 81%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HCV 치료에서 비용 효과성을 따질 때, 무엇보다 치료에 따른 추가적인 혜택이나 궁극적인 목표를 고려해 우선순위를 매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비용 효과 평가, 간경화·간암 차단 궁극적 목표 고려해야

비용 효과성은 단순히 공급가격만 따져서는 올바른 결론을 내놓기 어렵다는 게 연구를 발표한 전문가들의 주장이기도 하다. 미국 펜주립대 Zhang 교수는 "C형간염 관리전략의 궁극적인 목적은 간경변증 또는 간암으로 인한 사망을 예방하는 데 있다. 만성 C형간염 환자의 42% 정도가 간경화로 진행되며, 치료받지 않은 23%는 결국 간세포암으로까지 악화되기 때문"이라며 "완치율을 90% 수준으로 끌어올린 일부 경구용 직접작용항바이러스제(DAA) 치료전략의 강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간경화가 한창 진행 중인 환자에서는 간이식만이 유일한 대안이 되는 현재 상황과도 결부된다.

국내 간학계 관계자는 "비대상성 간경변증 환자 가운데서도 유전자형 1형의 경우 소포스부비르/레디파스비르 복합제에 리바비린을 섞는 12주 요법이나 소포스부비르/레디파스비르 복합제 24주 치료, 다클라타스비르 + 소포스부비르 병용요법이 우선 치료옵션으로 권고된다"며 "하지만 치료가 시급한 합병증을 동반한 이들 비대상성 간경변증 환자에서는 현 급여범위에 따라 보험혜택이 제한될 것"이라고 사각지대의 발생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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