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민 회
이미지 전략가
이미지21 대표
이미지 리더십 저자
흔히 첫 인상이 이미지의 80%를 결정한다고 한다. 좋은 첫인상은 보다 원활한 관계를 형성하고 신뢰감을 높여준다.
 병원에도 첫 인상이 있다. 병원장의 인지도나 의료진에 대한 평판, 병원의 간판이나 위치 심지어 전화문의에 응대하는 병원스태프의 태도에 이르기까지 병원의 첫인상을 구성하는 요소는 다양하겠지만 병원의 인테리어는 사람에 있어 외모와 같은 역할을 한다.
 병원 문을 들어서면서 환자가 느끼는 짧은 순간의 인상은 병원과 의료진에 대한 기대와 신뢰에 직결되어 치료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렇다면 병원 인테리어에서 가장 중요시 여겨야 할 점은 무엇일까?
 한 동안 개원가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병원답지 않은 병원`의 컨셉 도입이 인테리어의 주류를 이루었다. 병원이라기 보다는 특급 호텔의 로비를 연상시키는 안락함과 고급스러움이 강조되면서 인테리어에 따르는 비용 역시 개원의에게는 큰 부담이 되었다.
 경쟁이 치열한 강남의 한 성형외과 원장님은 평균 2년에 한 번씩은 인테리어를 바꾸고 있다며 워낙 신규 개원병원이 늘고 있는데다 환자들 또한 인테리어나 설비, 기자재에 민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병원의 인테리어에 대해 환자들도 같은 생각일까?
 얼마 전 브랜드 치과병원을 다녀왔다는 한 환자는 병원 바닥에 깔린 대리석과 대기실 천정의 샹들리에를 보며 진료비가 비쌀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꼭 그렇게 까지 해야 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고 했다.
 라식 시술로 유명한 한 안과를 찾아갔던 환자는 유리벽을 통해 수술과정이 들여다 보이는 수술실을 보고는 되돌아 왔다며 대기실을 고급 가구로 꾸미고 색다른 인테리어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자의 프라이버시 존중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병원답지 않은 병원`이란 인테리어의 개념은 그 동안 병원이 가지고 있던 차가운 이미지를 벗어 던진, 편안하고 따스한 공간으로의 변화를 뜻한다.
 막연한 고급화나 사치스러움 보다는 환자가 보살핌과 배려를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환자 중심의 편리 공간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보다 효과적인 병원의 인테리어는 환자와 의료진의 동선은 물론 각 공간에서의 환자의 니즈(needs)를 세심하게 고려해 기능적인 측면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눈으로 보고 느끼기에도 부담이나 거부감이 없도록 안정감 있는 아름다움을 갖춰야 한다.
 적은 비용으로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병원 인테리어 방안을 몇 가지 소개한다.
 첫째, 컬러 이미지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우선, 병원의 이미지를 상징하는 색을 정하고 이에 어울리는 색상 한 두 가지를 포인트 색으로 선택해 병원 인테리어에 전체적인 통일감을 준다. 예를 들어 병원의 간판색과 인테리어의 포인트 컬러, 소품이나 안내표지의 색으로 활용하거나 스태프의 유니폼 컬러 등으로 쓰는 방법이다. 전체적인 색상의 통일감은 안정감과 단아함을 연출한다.
 최근에는 색 속에 사람의 건강, 안락, 행복, 안전 등에 영향을 미치는 에너지가 있다는 사실이 각종 임상연구를 통해 입증되면서 색이 사람의 신진대사 작용에 영향을 주거나 이를 활용하는 색채요법을 생활에 도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LA 캘리포니아 대학의 로버트 제라드 박사(Robert Gerad)는 색이 사람에게 일으키는 생리적인 변화를 혈압과 손바닥의 땀, 호흡주기, 심장박동주기, 근육활성도, 눈 깜박임의 빈도, 뇌파 등을 통해 관찰했는데 특히 활동적인 사람들, 외모가 잘 차려진 사람들, 소심한 성향의 사람들 그리고 어린이들이 학교와 병원에서 색의 환경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병원의 경우엔 가운이나 유니폼, 대기실의 의자나 벽에 걸린 액자나 화분에 이르기까지 병원의 컬러 환경이 단지 병원의 이미지 뿐 아니라 환자가 느끼는 감정이나 생리적 현상을 통해 진료성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신중하게 택할 필요가 있겠다.
 둘째, 가능한 변화가 용이하고 관리가 쉬운 인테리어를 도입하도록 한다.
 대리석이나 유리벽, 스테인드 글라스에 비해 목재나 플라스틱, 패브릭은 바꾸기에도 용이하고 비용도 저렴하다. 재질이나 컬러의 변화 만으로도 큰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싱싱하고 보기 좋은 화분 몇 점만 비치해도 웰빙 트랜드에 걸맞는 자연친화적 인테리어를 연출할 수 있다.
 셋째, 환자에게 작은 감동을 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치과라면 처치실 근처에 파우더 룸을 만들어 굳이 화장실로 가지 않더라도 모습을 다듬고 나설 수 있다면 한결 편리할 것이며 성형외과의 대기실에는 사이 사이에 화분이나 소품을 세워두거나 의자의 등받이를 높여 개별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두는 것이 좋다. 대기실 한 켠에 있는 정갈한 커피 테이블 역시 안락한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깨끗하고 정리되고 산뜻한 병원의 인테리어는 환자에게 신뢰감과 자부심을 심어준다. 하지만 지나친 고급스러움과 화려한 인테리어는 오히려 환자에게 부담을 주고 경계심을 불러 일으킨다. 경쟁력 있는 병원은 인테리어도 친절하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