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만 대한중환자의학회 회장, "전담전문의에 따라 환자 상태 달라져"

"중환자실이 사람이 사망하는 곳, 혹은 사망하기 전에 들르는 곳이라 생각하는 것을 바꿔야 한다. 앞으로는 치료를 받고 다시 사회로 복귀하는 곳이란 개념이 달라져야 한다"

대한중환자의학회 신임 임채만 회장(서울아산병원 내과)의 주장이다. 임 회장은 의사도 환자도 기존에 갖고 있던 중환자실 생각을 다시 짜야 한다고 주장한다. 

▲ 대한중환자의학회 임채만 회장.

상급종합병원 위치를 유지하려면 중환자실에 전담전문의를 둬야 한다는 법 조항이 생기면서 중환자실 상황이 조금 나아진 것이 사실이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중환자의학회는 지난해 말 2015년 1분기에 전국 중환자의학 세부전문의 수련병원 51개 190개 중환자실을 중심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환자의 치료와 관련이 있는 전담의사의 존재 유무는 하루 8시간 이상 중환자실에서만 근무하는 의사가 있는 곳을 대상으로 했다.

그 결과 전체 80.5%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고, 이 중 5일 이상 전문의가 근무하는 것은 97개 단위의 51.1%로 조사됐다. 2009년도 38개 단위의 17.3%에 비해 대폭 증가한 수치다.

또 성인 중환자실은 2009년 당시 17개 단위에만 전담 전문의가 5일 이상 근무했지만 현재 75개 단위에서 전담 전문의가 5일 이상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환자실 문제의 핵심은 "인력문제"

지난 22일 대한중환자의학회 학술대회에서 만난 중환자의학회 임채만 회장(울산의대 내과)은 중환자실 전담전문의 유무가 패혈증 사망률에서 2배 차이를 보인다며 인력문제는 여전히 어려운 숙제라고 말한다.

임 회장은 "중환자실 인력 부족 문제는 곧 인권문제다. 중환자실의 문제는 우리 의료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피부병에 걸려도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는데중환자실의 환자들이 전문가없이 방치돼 있는 것은 인권의 문제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사람의 노동이 꼭 필요한 곳이 중환자실이다. 따라서 중환자실에는 반드시 적정 인력이 있어야 한다"며 "배치된 전담전문의 1명이 너무 힘들어 그만두는 사례도 있다. 의료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 적정인원이 배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일본은 중환자실에서 전문의 1명이 볼 수 있는 환자수를 약 8~10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약 30명이다.

 

중환자의학회측은 중환자실 간호인력 부족도 풀어야 할 숙제로 보고 있다.

울산의대 고윤석 교수(서울아산병원 내과) 발표에 따르면 간호인력은 2009년에 비해 전혀 개선이 없다. 내과계 중환자실은 간호사 1인당 평균 2.9명으로 수간호사나 책임간호사의 숫자를 고려하면 1인 당 3명 이상의 환자를 담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고 교수는 "4명 이상을 보는 중환자실은 15개로 2009년도 19개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고, 2009년 조사에서는 병원규모가 커질수록 간호사 1명당 환자 수가 적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며 "이번 조사에서는 501~1000 병상 중환자실에서 간호사 1명당 3.1명으로 가장 많은 환자 수를 담당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지역 쏠림 문제도 중환자실 문제의 본질로 꼽는다. 2015년 현재 65%가 넘는 중환자실이 서울-경기지역에 분포하고 있다.

 

고 교수는 "2009년 서울-경기지역 56.4%보다 서울-경기지역 쏠림현상이 더 심해졌다. 또한 1000병상이 넘는 대형병원들이 40% 이상의 중환자실 병상을 점유하고 있다"며 "시급을 다투는 중환자의 특성을 고려할 때 자칫하면 중환자들이 제때에 중환자실에 입실하지 못하고 길거리에서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원가 50%에 못미치는 수가

병원 경영자 입장에서 중환자실 운영은 곧 적자라는 것을 의미한다. 중환자 급여체제가 원가의 50% 수준이라 중환자실을 운영할수록 적자폭이 커지는 상황이다. 결국 인력을 적정하게 채용할 수 없고, 업무가 많아 의사나 간호사가 이직을 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고 교수는 "부실한 중환자실 보험급여는 부실한 중환자실 운영을 가져왔고 이는 치료성적의 부실로 이어져 고비용 저효과의 진료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중환자진료 비용을 제대로 급여해 제대로 진료가 이루어지는 경우보다 비용의 지출이 오히려 더 커지는 모순을 초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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