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대비 2013년 60% 증가
대상포진 환자 늘면서 덩달아 많아져

국내에서 처음으로 대상포진 후 신경통(Postherpetic neuralgia, PHN) 발생률을 조사한 역학 데이터가 나와 주목된다.

연구 결과, 최근 5년간 PHN 환자가 60%가량 증가하고 있고, 또한 PHN를 치료하기 위해 많은 비용이 지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를 치료하기 위해 마취통증학과가 아닌 내과를 주로 방문한다는 흥미로운 결과도 도출됐다.

국내 첫 PNH 역학 조사

통증 질환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한 대상포진은 소아기에 수두를 일으킨 뒤 몸 속에 잠복상태로 존재하고 있던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다시 활성화되면서 발생한다. 주로 중년에서 발생률이 높다.

최근에는 암환자, 수술 후 면역력이 저하, 당뇨, 결핵, 자가면역질환등 만성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나 젊은층의 경우에도 나타나고 있다. 때에 따라선 과도한 업무로 인한 피로 및 스트레스 누적, 우울증, 다이어트 등으로 인한 영양불균형 등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문제는 대상포진을 앓은 이후 대부분은 PHN를 경험하는데 그 숫자가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그 규모에 대한 보고는 없었다.

이에 따라 원광의대 김연동 교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청구데이터와 건강보험공단 비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PHN 발생률, 계절별 다양성, 지역적 분포도, 의료비용 등을 분석한 국내 첫 PNH 역학 연구 결과를 냈고 논문이 국제 의학 학술지(SCIE)인 'Medicine'4월호에 실렸다.

연구 결과, 2013년 한해 동안 PHN를 진단받은 환자는 12만7657명으로 전반적인 발생률은 인구 1000명년(person-years) 당 2.5명으로 분석됐다. 이는 해마다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2009년 8만389명, 2010년 9만706명, 2011년에는 10만3577명, 2012년에는 11만9390명 등 매년 1만명 이상씩 증가하고 있었다.

▲ PHN 환자들이 지난 5년간 60% 가량 늘고 있으며, 이에 들어가는 치료비용도 40% 증가했다.
2009년 대비 2013년에만 58% 증가했으며, 특히 60세 이상 환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가장 많이 발생하는 연령대는 70~79세였다(10.5 명년 당). 또한 남성보다는 여성 환자의 빈도가 높았다.

이번 연구에서는 계절에 따른 발생률도 조사했는데, 연구 결과, 계절과 발생률 증가의 상관관계는 크지 않았다. 2013년 심평원 데이터를 근거로 조사한 결과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발생률은 각각 23.3%, 24.4%, 26.7%, 25.6%로 유사했다. 지역적 차이에 따른 발생률도 특이할 만한 점은 없었다.

김 교수는 "외국과 비교해 볼 때 인구 1000명당 대상포진의 발생율은 10.4명으로 미국이나 캐나다 영국 (인구 1000명당 4-4.5명) 등에 비해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로 인해 고령화와 맞물려 주요 합병증인 대상포진후 신경통도 인구 1000명당 2.5명으로 외국(인구 1000명당 0.5명)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후유증 발생 연령층도 외국에 비해 높은 연령인 70대에서 가장 높다"고 특징을 소개했다.

치료 비용 꾸준히 증가 의료이용 행태도 드러나

PHN 환자들이 늘어나면서 의료비용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우선 환자들은 동네 병원을 가장 많이 찾고 있지만, 재방문율 횟수는 동네 병원 대비 병원급 이상이 3~4배 높았다.

2013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PHN 환자의 76.5%가 일차의료기관을 방문했고, 병원과 대학병원을 찾는 비율도 각각 16.7%와 6.8%를 차지했다. 하지만 일차 의료기관과 비교했을 때 대학병원과 병원의 평균 방문율은 각각 3.8회와 4.7회로 더 높았다.

1년간 치료비용은 환자 1인당 약 1300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2009년인 약 800만원 대비 40% 가량 증가한 수치다. 환자수가 증가하면서 덩달이 의료비용도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어떤 의료기관을 방문하느냐에 따라 진료과도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차의료기관을 방문한 PHN 환자들이 치료를 위해 주로 마취통증학과, 피부과, 내과를 찾는 비율은 각각 8%, 19%, 20%로 나타난 반면 대학병원은 25%, 25%,10%로 차이를 보였다. 또한 병원급은 5%, 5%, 37%로, 주로 내과 방문하는 비율이 높았다.

▲ 환자들이 PHN를 치료하는 과가 병원별(대학병원, 병원, 일차의료기관)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차의료기관에서(PHCF)에서는 내과와 피부과를 많이 찾는 반면, 대학병원(GM)은 마취통증학회의 방문율이 25%에 이른다. 이는 상담사의 역할도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김 교수는 "병원에 방문해 진단받은 환자수 이므로 실제 환자는 진단되지 못한 환자수를 추정하면 더욱 많은 것으로 사료된다"고 밝히고 "의료비용 역시 단순 진찰료만을 산정했기 때문에 통증 관리 및 기타 다른 보조 요법을 포함한 금액을 고려하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이 소모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전문과가 아닌 내과 위주의 방문이 이뤄지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인식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대상포진은 피부병아닌 신경의 염증과 손상으로 시작되는 신경계 통증질환으로 질환이다. 신경계 염증이 발생한 뒤 피부 수포로 이어지는 질병으로 칼로 베거나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을 유발하며 특정한 자세나 동작과 관계없이 일정한 통증이 지속되는 것이 특징"이라며 통증전문의 진단이 필요한 질환임을 강조했다.

그는 "경우에 따라서는 물집 없이 신경 염증만 유발하는 경우도 찾아볼 수 있을 만큼 신경에서 시작되는 통증은 대상포진의 가장 중요한 증상이며 초기부터 통증 치료 전문의 진료로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후유증을 예방하는게 효과적이다"고 전했다.

다양한 치료법 비용대비효과 연구 필요

이런 가운데 학계는 PHN 치료에 대한 표준적인 지침도 곧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양한 치료법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다양한 의료기관에서 통증치료가 이뤄지고 있는데 진료과목마다 진료 지침이 다르고 통증치료 방법의 표준화 역시 정립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현재 한국내 대상포진통증과 관련된 통증치료 현황을 연구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올 하반기 발표되면 이후 학계서 표준 신경차단 치료 지침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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