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TECOS 연구를 정밀검토한 2차분석결과 통해 입증

지난 2013년부터 DPP-4 억제제의 안전성을 입증한 연구가 나오면서 일단 '합격점'이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심부전 입원 발생률을 두고 연구들마다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다. DPP4-억제제의 심부전 위험 가능성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8일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삭사글립틴과 알로글립틴이 심부전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성명서를 발표해 DPP4-억제제 심부전 위험성에 또 한번 적신호가 켜졌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레드카드를 받지 않은 DPP-4 억제제가 있는데 바로 시타글립틴이다. 최근 시타글립틴을 대상으로 한 TECOS 2차분석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심부전 위험 종지부를 찍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FDA 성명서가 나온지 얼마되지 않아 JAMA Cardiology 4월 13일자 온라인판[JAMA Cardiol. Published online April 13, 2016]에 시타글립틴 관련 2차 분석결과가 게재되는 우연을(?)을 보여줘 또 한번 전문가들의 관심을 끌었다.

TECOS 연구 완결판 버전… 위험 없다 주장 뒷받침하는 근거는?

TECOS 연구논문 제 1 저자인 미국 텍사스대학 사우스웨스턴메디칼센터 Darren K. McGuire 박사는 기존 TECOS 연구를 추가적으로 정밀검토한 결과에서 심부전 안전성을 확인해 TECOS 연구의 완결판을 선보였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연구팀이 TECOS 연구에서 심부전 입원율 종료점을 평가할 때 사용된 평가도구들의 세밀한 부분까지 검토한 결과 하위분석 대상별, 시간별 여러가지 요인 등을 보정해도 심부전 위험이 유의미하게 증가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에 McGuire 박사는 "이번 2차 분석에서 DPP-4 억제제의 심부전 위험을 전적으로 안심시켜주는 결과를 보여줬다"면서 "이를 계기로 시중에 나온 DPP-4 억제제 중 시타글립틴이 가장 안전하다는 근거를 확보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최종 결과를 정리하면 "제2형 당뇨병 약물치료 시 시타글립틴 투여가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또는 심혈관계 관련 사망 위험을 높이지 않았다"고 요약할 수 있다.

심부전 병력 환자도 시타글립틴 복용 '안전'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율이 시타글립틴군과 위약군 모두 3.1%로 나와 DPP-4 억제제가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율을 높일 수 있다는 의심을 잠재우는 데 충분했다는 것이다.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또는 심혈관 사망률 역시 각각 7.3%, 7.2%로 큰 차이가 없었다.

연구에 참여한 대상군은 약 11.6년간 당뇨병을 앓고 있었고, 당화혈색소(A1C) 6.5~8%, 심근경색증, 관상동맥재관류술, 관상동맥 50% 이상 협착, 허혈성 뇌졸중, 경동맥 50% 이상 협착, 말초동맥질환을 동반했다.

연구팀은 1·2차 심혈관 종료점에서 세부적인 인자인 △심혈관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증 △비치명적 뇌졸증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또는 심혈관 사망 등을 통합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률을 알아본 기간은 3.02년으로 1차 심혈관 종료점과 2차 심혈관 종료점 관찰기간이 각각 2.84년, 2.87년인것과 비교했을 때 가장 긴 기간을 할애했다.

세부적인 결과를 살펴보면 1차 심혈관 종료점을 평가한 결과 시타글립틴군 11.4%, 위약군은 11.6%로 심혈관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증, 비치명적 뇌졸중, 불안정 협심증으로 인한 입원율 등이 두 군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고, 2차 심혈관 종료점 결과 역시 시타클립틴군과 위약군이 10.2%로 모두 동일했다.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률은 시타글립틴군 7.5% 위약군 7.3%, 심혈관 사망률은 각각 5.2%, 5%로 비슷한 수치를 나타냈다. 심부전 병력을 동반한 환자가 시타글립틴을 복용해도 안전하다고 밝힌 하위분석도 이번 2차분석결과에 포함됐다.

9월 유럽심장학회(ESC 2015)에서 공개된 하위분석결과는 TECOS 연구 대상 환자 중 심부전 병력을 가진 2643명의 환자들에 대한 사전지정 분석결과로 심부전 입원률이 시타글립틴군에서 7.4%, 위약군에서 7.0%였다. 심혈관계 관련 사망도 시타글립틴군과 위약군에서 각각 9.2%, 9.9%로 나타났다.

짧은 연구 기간과 심부전 위험성이라는 한계 극복

이로써 TECOS 연구가 SAVOR-TIMI 53(삭사글립틴)·EXAMINE(알로글립틴) 연구에서 드러났던 짧은 연구 기간과 심부전 위험성이라는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AVOR-TIMI 53 및 EXAMINE 연구와 비교했을 때 TECOS 연구결과를 보면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률이 유의미하게 증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3년 유럽심장학회(ESC)에서 발표된 SAVOR-TIMI 53 연구에서 식사글립틴군에서 심부전 입원률이 위약군보다 27% 높았다.

SAVOR 연구와 동시에 나온 EXAMINE 연구에서도 알로글립틴군에서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환자가 발생했다. 다만 피시험자 숫자가 SAVOR 연구의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쳐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기 어려웠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DPP-4 억제제어의 심부전 우려를 완벽히 씻어내는 데는 두 연구 모두 몇가지 제한점이 존재했다. 모두 DPP-4 억제제 복용 환자에서 심부전 위험이 증가했고, 안전성을 평가하는 데 해당 연구들의 기간이 짧아 전체적인 결론을 내리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가천의대 김병준 교수(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는 "DPP-4 억제제와 심부전의 상관관계를 밝히기 위한 대규모 임상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모였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TECOS 연구결과 등이 발표됐다"면서 "심부전 진단을 받은 환자에서 DPP-4 억제제를 사용한다고 입원을 더 늘리지 않고 사망률 역시 증가시키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심부전 환자가 약제를 복용해도 괜찮다는 정론이 어느 정도 생겼다"고 설명했다.

경희의대 전숙 교수(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도 "SAVOR-TIMI 53와 EXAMINE 연구를 비롯한 몇몇 연구에서 DPP-4 억제제가 심부전 입원율을 증가시킨다고 나오면서, 처방해도 괜찮을까라는 불안감이 존재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DPP-4 억제제 성분 중에서도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시타글립틴군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에서 '심부전 환자의 입원율을 증가시키지 않는다'고 밝혀지면서, 심부전 문제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실마리를 푼 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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