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용량 로수바스타틴, 심혈관질환 저위험군 환자서 혜택 입증

▲ 혈관 사진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이상지질혈증 치료제인 스타틴. 1995년 4S 연구를 시작으로 심혈관 효과를 입증한 뒤로 수많은 대규모 연구가 쏟아지며 고콜레스테롤 환자의 심혈관 질환 예방약으로 자리매김한 지도 올해로 20년이 넘었다. 이를 근거로 많은 의사들이 심혈관 사건 일차 또는 이차 예방목적으로 스타틴을 처방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밝혀지지 않는 영역이 있다. 바로 중증도 이하의 환자군에서 적정 투여 용량이다. 이들은 심혈관 질환 이력도 없고, 지질과 혈당도 다분히 정상이지만, 약간의 대사증후군을 갖고 있는 환자들로 정의할 수 있다.

이들을 어떻게 치료하고 또 어떤 용량의 스타틴을 투여할 것인가는 그 근거가 거의 없어 명확한 권고 가이드라인도 없다. 무작위 대조군 연구(RCT)를 기반으로 만든 2013년 미국심장학회/미국심장협회(ACC/AHA) 가이드라인에서도 이들에 대한 치료법은 명쾌하지 않다. 환자들의 특성을 감안해 생활습관 개선과 필요하면 저용량을 투여하라는 권고안이 전부일 뿐이다.

이 와중에 최근 미국심장학회(ACC)에서 발표된 HOPE 3 연구는 스타틴 연구 가운데 중간위험도 환자군을 대상으로 상용량 스타틴의 근거를 입증한 연구로 평가받고 있다. HOPE 3가 나오면서 밝혀지고 있는 새로운 사실들을 대한심장학회 학술이사이자 울산의대 심장내과 한기훈 교수의 조언을 담아 함께 풀어봤다. 

issue 1 새롭게 밝혀지는 10mg의 효과

HOPE 3 연구가 주목받는 배경은 비교적 낮은 위험도 환자를 대상으로 한 스타틴 연구라는 점이다. 하지만 이전에도 유사한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1995년 발표된 WOSCOPS 연구가 있다. 이 연구는 심근경색증 병력이 없고, 당뇨병도 없는 6000여 명의 저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프라바스타틴 40mg을 위약과 비교한 연구다.

1차 종료점이었던 관상동맥사건(비치명적 심근경색증 또는 관상동맥질환 원인 사망)은 174건 대 284건으로 프라바스타틴군의 상대위험도가 31% 낮았다(P<0.001). 하지만 이 연구에 참여한 환자층은 평균 총 콜레스테롤이 272mg/dL인 고콜레스테롤 환자였고 스타틴 용량도 40mg으로 고용량을 썼다는 점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MEGA로 불리는 일본인 대상 연구도 있다. 이 연구 역시 8200여 명의 저위험군 환자를 프라바스타틴 10~20mg+식이요법 병용군과 식이요법 단독군으로 나눠 비교한 연구인데, 병용군이 식이요법만 실시한 환자군에 비해 관상동맥심장질환과 전체 심혈관 사건 발생률을 각각 33%, 26% 낮추면서 저용량 스타틴의 가능성이 확인된 연구다(P<0.01). 2006년 Lancet에 실리며 주목받았지만 오픈 레이블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신뢰성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또 대상군을 떠나 용량이 같은 연구도 있는데, 성공한 사례가 적다. 2008년 발표된 CORONA 연구는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로수바스타틴 10mg과 위약을 비교한 연구였는데 예후 개선을 보이지 못해 실패로 끝났고, 투석 중인 말기신부전환자를 대상으로 한 AURORA 연구에서도 같은 결론이 나오면서, 로수바스타틴 10mg의 근거는 이때부터 정체되기 시작했다.

당시 연구자들은 너무 고위험도 환자군에게 저용량을 투여해 큰 기대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평가했지만 한편으론 10mg 효과는 점점 더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그런 측면에서 HOPE 3는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한 로수바스타틴 10mg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진행됐던 대상군과 정반대로 이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은 심장질환이 없었고 지질도 정상인 환자들이었다. 이들에게 로수바스타틴 10mg과 위약을 투여하고 예후를 관찰한 것이다.

1차 종료점을 두 개로 나눠 평가했는데, 첫 번째는 심혈관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비치명적 뇌졸중의 종합적 발생률이었고, 두 번째는 재관류술, 심부전, 심장발작 등의 발생률을 종합한 것이다.

평균 5.6년 관찰한 결과, 전반적인 심혈관 사건 발생률(첫 번째 일차 종료점)은 로수바스타틴 10mg이 3.7%였으며, 위약은 4.8%로 나타나면서, 결과적으로 약물을 복용했을 때 약 24%의 심혈관 사건을 덜 발생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재관류술, 심부전 등을 포함한 두 번째 심혈관 사건 발생률에서도 각각 4.4%와 5.7%로 나타나면서 역시 스타틴이 25%의 심혈관 사건을 예방하는 것으로 재확인됐다.

흥미로운 점은 질환별로도 예방 효과가 나타났다는 점이다. 심근경색도 35% 예방하는 것으로 나왔고, 뇌졸중 또한 30% 덜 발생한 것으로 나오면서 부가적인 혜택도 입증됐다.

울산의대 심장내과 한기훈 교수는 "HOPE 3는 로수바스타틴 10mg의 역할을 보여준 연구"라면서 "다만 LDL-C 감소율은 위약보다 26.5% 더 낮은 것으로 나왔지만, 기대수치보다 덜 나온 것이며, 강하율이 높을 경우 심근경색과 뇌졸중 예방효과 또한 더 높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issue 2 심혈관질환 없는 환자 10mg vs 20mg?

이런 상황에서 현존하는 연구 중 HOPE 3와 가장 유사하다고 보는 연구는 JUPITER 연구이다. 한 교수는 "HOPE 3와 JUPITER 연구에 참여한 환자가 거의 유사하다"며 "다만 고민감도 C 반응성단백 수치가 높은 환자들이 JUPITER에 참여한 것과 로수바스타틴 20mg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재미있는 비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HOPE 3와 JUPITER 연구 환자 특성 및 결과
실제로 두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의 위험도를 살펴보면 TC, LDL-C, HDL-C, TG 등이 모두 비슷하다. 또 혈압은 전 단계 고혈압으로 평가될 정도로 두 군 모두 비교적 정상이었으며 혈당(공복)으로 확인된 당뇨병도 없었다. 신장에 문제가 있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다만 차이는 JUPITER 연구에서는 고민감도 C 반응성 단백 수치가 평균 4.3으로 정상보다 높은 환자들이 참여했고 HOPE 3 연구에서는 LDL-C의 평균 점수가 JUPITER 대비 20mg/dL 더 높았다<표>.

연구 결과도 일관적이다. JUPITER 연구는 연구 초반 결과가 큰 차이로 벌어지면서 조기 종료된 연구다. 때문에 평균 관찰기간은 1.9년에 불과하다.

결과를 보면, 로수바스타틴 20mg은 심혈관 예방 사건을 위약대비 44% 더 감소시켰다. 또한 비치명적 심근경색증 발생도 65% 줄여줬으며, 비치명적 뇌졸중 발생률을 48% 감소시키는 결과가 나타났다. 궁극적으로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도 20% 줄였다.

한 교수는 "기저치에 상관없이 LDL-C를 30% 낮추면 심혈관 예방효과도 30% 나타난다는 법칙 아닌 법칙이 있는데 HOPE 3 연구에서 거의 근사치를 보인다는 점은 흥미롭다"면서 "또한 세세한 변수 하나하나에 대한 통계적인 분석이 안 돼 있지만 뇌졸중이 줄었다든지, 심혈관(관상동맥) 질환이 줄어드는 경향은 JUPITER 연구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현상으로 서로 맥을 같이 한다"고 말했다.

다만 총 사망률에서 차이 나는 부분은 위약군에 배정된 환자가 스타틴을 복용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는 "HOPE 3에서 위약군의 심혈관 발생률이 4.8%로 나온 반면, JUPITER 연구에서 평균 1.9년에 5%의 발생률이 나왔다”며 “환자군은 비슷하고 용량은 고용량을 썼음에도 심혈관 사건 발생률이 더 짧은 시간 높게 나타난 것으로 미뤄볼때 HOPE 3 위약군에 배정된 환자들이 스타틴을 복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리하면 로수바스타틴 10mg과 20mg은 중등도 이하 환자에게 심혈관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렇다면 10mg을 써야 할까 아니면 20mg을 써야 할까?

이에 대해 한 교수는 "환자 상태를 봐야 한다. 고용량에서 조금 더 부가적인 이득은 가능하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위험도 환자에게 약간의 부가적인 효과를 더 보기 위해 부작용을 감수하고 두 배 이상의 약물을 쓰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JUPITER에서도 나타난 것처럼 당뇨병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고, HOPE 3 연구에서도 백내장이 우려되는 등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issue 3 중등도 정의에 대한 새로운 궁금증

심혈관 질환이 없고 지질이 정상이라는 이유만으로 과연 중등도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HOPE 3 연구가 나오면서 나타난 새로운 궁금증이다. 사실 이번 연구에서 중등도 위험도를 정의한 기준으로 NCEP Ⅲ 가이드라인을 따랐다는 점은 다소 혼란스러운 부분이다. 이 가이드라인에서 중증도 위험군의 기준은 10년 내 심혈관 사건 발생률이 10% 초과 20% 이하인 군이다.

HOPE 3 연구에서 환자들의 특성을 보면 심혈관 질환이 전혀 없고, 혈압도 140/90mmHg 이하, LDL-C 130mg/dL 이하 등 대부분 위험도가 높지 않은 사람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또한 심혈관 위험요소를 정의하는 고혈압, 흡연, 남성/여성, 낮은 HDL-C, 가족력 등 5개 항목 중에서 2개 이상을 보유한 환자비율이 47%나 됐고, 3개 이상도 24%나 된다.

이를 2013년 ACC/AHA 가이드라인 알고리즘에 적용하면 상당수 환자들이 고위험군에 편입된다(10년 내 심혈관 질환이 발생할 비율 7.5% 이상). 새로운 가이드라인에서는 나이, BMI, 대사증후군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허리둘레/엉덩이 비율이 높은 사람이 87%나 포함됐다는 것은 많은 수가 대사증후군으로 진단받을 소지가 있다. 이 경우라면 새로운 가이드라인에 따라 고용량 스타틴을 복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교수는 "중등도 위험군에 대한 정확한 해석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번 연구는 위험이 낮은 군이라고 단정 지을 게 아니라 상대적으로 위험이 낮은 사람에게 스타틴을 고용량을 쓰지 않고도 LDL-C를 100mg/dL 미만으로 낮추는 것도 심혈관 질환 예방을 충족시키는 데 충분하다는 것을 말해준다”며 확대해석을 경고했다.

issue 4 예방약으로 써도 될까?

이번 결과를 토대로 궁극적으로 로수바스타틴 10mg을 예방약으로 쓸 수 있을까?

▲ 대한심장학회 학술이사 및 울산의대 심장내과 한기훈 교수
한 교수는 개개인의 상황이나 문제점을 잘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틀리고 맞는다는 개념보다 똑같은 상황이라도 환자 본인의 상태에 대해 얼마나 걱정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약물 투여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아스피린도 수많은 사람이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먹는다지만 본인이 걱정하고 위험요소를 감소시키겠다고 하면 쓰는 게 맞다. 그런 면에서 환자들의 의견이나 스스로의 상태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또 무엇을 원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마찬가지로 ACC/AHA 가이드라인에서 정한 중등도 위험도(5~7.5%)로 나왔더라도 의사가 단독으로 결정하지 말고 환자와 대화를 통해 존재할 수 있는 다른 위험성을 찾아보고 합의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예방약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환자 상태, 의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결론이다. 한편 로수바스타틴 10mg은 이상지질혈증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쓰는 상용량이다. 20mg은 고용량으로 분류돼 시술 후 관리 목적으로 많이 처방된다.

그는 "10mg이 많은 환자에게 처방된다는 점에서 볼 때 적절한 약물이 투여되고 있다는 것을 재확인한 연구"라며 "지금까지는 무조건 고용량이 좋다는 입장이었는데 적절한 용량을 환자와 의사가 협의하고, 환자 위험도를 평가하는 맞춤 치료가 맞을 수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자료라 가치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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