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DO 2016]연관성 밝힌 첫 연구 공개…TSH 수치 높을수록 제2형 당뇨병 위험 증가

 

갑상선 기능이 저하된 사람에서는 제2형 당뇨병 발생이 증가한다는 최신 연구 결과가 나왔다.

주목할 점은 갑상선호르몬의 수치가 정상치보다 살짝 낮은 경우에서도, 당뇨병 전단계와 제2형 당뇨병의 발생이 뚜렷이 늘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에서 실시된 이번 대규모 전향적 코호트 연구 결과는 지난 3일 미국 보스톤에서 열린 미국내분비학회(ENDO)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Abstract OR33-2). 구연발표 연구 가운데 '최우수 논문상(Outstanding Abstract Award)'으로도 선정된 해당 연구의 의미는 남다르다.

그동안 체질량지수(BMI)와 인슐린 저항성 등이 갑상선 기능과 제2형 당뇨병 발생에 관련이 있다는 주장들이 제기됐지만, '갑상선 기능과 향후 당뇨병 발생'에 초점을 맞춘 연구들은 전무했기 때문이다.

연구를 발표한 네덜란드 에라스무스의대 갑상선센터 Layal Chaker 박사는 "연구 결과 갑상선 기능이 저하된 사람에서는 당뇨병 악화 위험이 증가했고, 당뇨병 전단계에서 당뇨병으로 진행되는 데도 영향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주립대 Margaret Eckert-Norton 교수는 "지금껏 제1형 당뇨병 환자에서 갑상선 기능장애를 선별해온 것은 자가면역반응과 관련된 이유에서였다"며 "하지만 최근 제2형 당뇨병과 갑상선 기능저하증 사이에서도 일부 중첩되는 부분이 발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갑상선 기능이 떨어진 사람에게서 제2형 당뇨병 선별검사를 진행해야 할 근거가 마련되기 시작했다는 데 동의한 것이다.

TSH와 2형 당뇨병 발생 연관성 포착

무엇보다 흥미로은 점은 갑상선 호르몬 변화에 제2형 당뇨병의 발생이 너울거렸다는 결과다. 갑상선자극호르몬(TSH)이 0.4에서 4.0mIU/L로 늘자,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은 19%에서 35%까지 늘었고, 혈중 갑상선 호르몬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리형 티록신(FT4)이 11~25pmol/L 증가한 경우에선 당뇨병 위험이 35%에서 15%로 떨어졌다.

그렇다면 연구의 대상이 된 이들은 어떤 특징을 가졌을까.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거주하는 45세 이상 당뇨병 진단을 받지 않은 8452명이 대상이 됐다. 참여자의 절반 이상(58%)은 여성으로 평균 연령 65세, 평균 체질량지수(BMI)는 26.5kg/㎡였다. 참여자 대부분이 과체중에 해당된 것. 관건이 된 갑상선기능도 TSH 평균 수치는 1.91mIU/L, FT4의 수치는 15.7pmol/L을 나타냈다.

이들에선 △전당뇨병 및 당뇨병의 발생 △전당뇨병에서 당뇨병으로 진행 여부가 주요 평가변수였다.

때문에 질병의 진행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인자를 찾아보는 종단적 연구(longitudinal assessment)가 이용되는 한편, 8년치에 달하는(평균 7.9년 추적관찰) 병원 의무기록, 입퇴원기록지, 혈당 측정값 등을 포함해 세계보건기구(WHO) 가이드라인에 따라 전당뇨병과 당뇨병 증례가 속속 수집됐다. 여기에 성별, 연령, HDL 콜레스테롤, 혈압, 혈당 변수 보정을 위해 다변량 분석이 이루어졌다.

8년차 결과에 따르면, 참여자 가운데 1100명은 전당뇨병으로 진행됐고 798명은 제2형 당뇨병으로 진단받았다. 더욱이 TSH의 증가추이를 3개 환자군으로 분류한 결과, TSH 수치가 가장 높았던 환자군은 가장 낮았던 환자군에 비해 제2형 당뇨병 진행 위험이 13% 높았다. TSH가 정상 범위 안에 있는 85%에서도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은 24% 증가한 것.

이러한 양상은 전당뇨병에서 제2형 당뇨병으로 진행한 경우에서도 동일했다. TSH가 높은 상위 30% 환자군에서 '전당뇨병(공복혈당 106~126mg/dL)에서 제2형 당뇨병(공복혈당 126mg/dL 초과)으로의 진행'이 25% 높았다.

하지만 FT4는 당뇨병 발생을 두고 얘기가 달랐다. FT4 수치가 높은 이들에선 당뇨병 발생 위험이 낮았는데, 발생 위험도는 pmol/L당 4%가 줄었다.

"인종별 영향 밝힐 연구 필요"

연구팀은 "이는 시상하부(hypothalamus)-뇌하수체(pituitary)-갑상선이 하나의 축을 이루는 상황에서 갑상선 호르몬의 되먹임 기전(feedback mechanism)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TSH가 증가하면 갑상선 기능저하증을 의심해 볼 수 있는 데, 갑상선 기능이 저하된 사람에서는 향후 당뇨병 발생 위험인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결과에서 확인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향후 연구에서는 당뇨병 발생 위험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이들 무증상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의 선별 및 치료 근거를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학계는 "갑상선 기능과 관련, 당뇨병의 발생기전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다"며 "다만, 갑상선 호르몬이 에너지 소비와 체중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인자로 BMI와 기타 대사증후군은 물론 췌장의 베타세포 기능 변화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근거의 실마리가 잡힌 만큼 앞으로 라틴계, 미국 및 아프리카, 아시아인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지 두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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