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당선자 19대 절반 '조정타' 상실 우려...여소야대, 원격의료 등 제동 기대

 

4.13 총선 결과 의사 3명, 약사 4명, 치과의사 2명, 간호사 1명이 20대 국회 입성을 확정했다.

19대 국회에 비해 의사 당선자의 숫자가 절반으로 줄었다는 점은 부담이지만, 여당이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원격의료 등 국정 독주에 부담을 느끼게 됐다는 점은 나쁘지 않은 신호다.

신상진·박인숙·안철수 의원 당선...의사 비례대표 '전무'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보건의약인은 현재까지 모두 10명이다. 

의사출신 가운데서는 새누리당 신상진·박인숙 의원,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 3명이 국회 재입성에 성공했다. 20대 총선에 도전한 의사 후보자는 지역구 9명, 비례대표 4명 등 총 13명이었다.

▲20대 국회 의사출신 당선자. 왼쪽부터 신상진, 박인숙, 안철수 당선자

새누리당 신상진 의원은 4선 의원이 됐다. 신 의원은 경기 성남중원에서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후보를 꺾고 여의도 입성을 확정했다. 신 의원을 서울의대를 졸업했으며 대한의사협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같은 당 박인숙 의원도 재선에 성공했다. 박 의원은 서울 송파갑에서 접전 끝에 더민주 박성수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됐다. 박인숙 의원 또한 서울의대 출신으로, 서울아산병원 교수, 울산의대 학장, 한국여자의사회장 등을 지냈다.

안철수 의원은 서울 노원병에서 일찌감치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당선을 확정지었다. 지난 19대 국회에 이어 재선에 성공한 것. 안 의원은 서울의대를 졸업했으며, 기업가, 학자의 길을 걷다 직업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단 20대 국회에서 의사 출신 비례대표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당초 김철수 양지병원장이 새누리당 비례대표 18번을 받아 당선권으로 분류됐으나, 선거결과 새누리당이 약세를 보이면서 아쉽게 낙선했다. 새누리당 비례대표 당선자는 17번까지다. 

약사 4-치의 2-간호사 1인 국회 입성...한의사 '제로(0)'

▲전혜숙 당선자

약사 직역은 4명의 당선자를 배출하며 약진했다.

지역구 선거에서는 더민주 김상희 의원이 경기 부천소사에서, 같은 당 전혜숙 전 의원이 서울 광진갑에서 각각 당선됐다.

김상희 의원은 18대에 처음으로 국회에 입성해 연이어 3선을 지내는 기염을 토했으며, 약사이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감사를 지내기도 한 전혜숙 전 의원은 18대 국회에 이어 재선에 성공했다.

약대 출신 김승희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 김순례 대한약사회 부회장도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국회 입성을 확정지었다. 김 처장은 새누리당 비례대표 11번을, 김 부회장은 15번을 받아 당선자로 이름을 올렸다.

▲전현희 당선자

치과의사 출신 당선자는 모두 2명이다.

인천광역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더민주 신동근 후보(인천 서구을)와 18대 국회의원을 지냈던 전현희 전 의원(서울 강남을)이 그 주인공.  

국내 1호 치과의사 출신 변호사인 전현희 의원은 18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약했으며, 과거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를 지내는 등 의료계와도 인연이 깊다.

치과의사 출신이자 19대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을 지낸 김춘진 의원은 전북 김제부안에서 국민의당 김종회 후보에 아쉽게 패해 4선에 실패했다.

한편 한의사 직역에서는 19대에 이어 20대에도 국회의원 당선자가 나오지 않았다. 간호사 직역에서는 윤종필 전 국군간호사관학교장이 새누리당 비례대표(13번)로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의사 국회의원 숫자 절반으로....'정책 조정타' 상실 우려

보건의약계를 통틀어 20대 국회 입성이 확정된 인물은 모두 10명으로, 19대 국회에 비해 그 수가 줄었다.

의사출신 의원은 3명으로 19대 국회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19대 국회에서는 정의화 국회의장을 비롯해 안홍준, 신상진, 박인숙, 신의진, 안철수, 문정림, 김용익 의원 등 모두 8명의 의사출신 국회의원들이 활약한 바 있다.

특히 비례대표였던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과 더민주 김용익 의원은 국회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동하며 각종 보건의료 입법과정에서 '정책 조정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의사 직역의 이익을 대표한다기 보다는, 의학적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각종 법률이 실제 진료현장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또는 법 시행 과정에서 부작용이 발생하지는 않을지 사전에 점검하고 조정하는데 이들의 역할이 컸다.

그러나 20대 국회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의사 당선자 대부분이 직업 정치인으로 전업한 상태여서 보건의료정책 조정자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는 게 공통적인 시각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20대 국회를 생각하면 걱정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의료는 일반 산업이나 서비스와 달리 매우 특수성을 가지는 분야로 의료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경우 국민건강을 위하자는 일이 자칫 국민건강에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 내에 조정자 역할을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은 의료계에 큰 손실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용익 의원 또한 최근 서울시의사회 총회에 참석해 "20대 국회 보건복지위가 어떻게 꾸려질지 난감한 것이 사실"이라며 "19대 국회에서는 (의사출신 비례대표인) 문정림 의원과 제가 있어서 각종 의료현안에 관한 상임위 논의과정에서 조율할 수가 있었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될 지 걱정도 되고 마음이 개운치 않다"고 말했다.

원격의료 등 국정 독주 저지 기대감...세부 현안은 '명암'

다만 정치지형이 여소야대로 재편된 점은 나쁘지 않은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원격의료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제정 등 현 정부에서 추진 중인 의료산업화 정책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기대다. 당초 의료계 안팎에서는 새누리당이 과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할 경우, 의료산업화 정책이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그러나 총선 결과 새누리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하는데 실패했고, 나아가 더불어민주당에 제1당 자리를 내줬다. 여당 일방으로 입법을 추진할 수 없게 된데다, 더민주가 오히려 정책의 주도권을 잡게 될 모양새다.

더민주는 그간 원격의료 허용, 의료서비스를 포함하는 서비스산업발전법의 제정에 대해 일관되게 반대 입장을 밝혀온 바 있다.

다만 세부현안에 대해서는 명암이 엇갈린다.

일단 국립의대 신설은 전남 순천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재선되면서 20대 국회에서도 재추진 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도 공공의대 신설 필요성을 공공연히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논란의 불씨는 여전하다.

박인숙 의원의 재선 성공으로 박 의원이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 이른바 '의료인 행정처분 공소시효법'도 재추진 동력을 얻게 됐다. 해당 법안은 의료인 행정처분에 대해서도 타 전문직과 같이 처분의 소명시효를 정하자는 내용으로, 의료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