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 관리전략의 큰 틀은 환자의 특성을 고려해 적절한 치료전략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른바 맞춤치료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맞춤치료 담론은 호흡기질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대표적 만성 호흡기질환인 만성폐쇄성폐질환(COPD)과 천식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질병부담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치열하게 논의되고 있다.


국내외 유병률 자료는 맞춤치료가 필요한 현황을 뒷받침한다. 세계보건기구(WHO) 2012년 세계 10대 사인에서 COPD는 허혈성 심질환, 뇌졸중에 이어 3위로 집계됐다. WHO는 “COPD는 전 세계 사망률 중 6%를 차지하고 있고, 저중소득국가에서 90%의 유병률을 보인다”고 부연했다. 천식은 10대 사인에 꼽히지 않았지만, 2억 3500만명의 환자를 양산한 주요한 비전염성 질환으로 꼽혔다.

국내 유병률도 WHO 자료와 비슷한 수준으로 집계되고 있는 가운데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는 2014년 COPD·천식 진료지침을 통해 COPD와 천식 모두 사회 고령화 및 생활패턴의 서구화로 인해 유병률이 사회경제적 부담과 함께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맞춤치료’ 필연적 귀결
국제적으로 증가하는 유병률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COPD와 천식 관리에서 맞춤치료는 필연적 결론이다. 이는 각 질환의 정의에서도 드러난다.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2014년 COPD 진료지침에서는 비가역적 기류제한을 특징으로 하는 폐질환으로 만성 염증에 의한 기도와 폐실질 손상이 나타난다고 COPD를 정의했다. 주요 원인은 흡연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내와 대기오염, 사회 경제적 상태, 호흡기감염 등 외부인자와 유전자, 연령, 성별, 기도과민반응, 폐성장 등 인자들의 상호작용 역시 원인이 될 수 있다. 주요 증상은 만성적 호흡곤란, 기침, 가래다.

천식에 대해서는 2014년 천식 진료지침을 통해 만성 기도염증을 특징으로 다양한 임상양상을 보이는 질환이라고 정의했다. 원인은 만성 염증이지만 아토피 등 유전적 요인, 바이러스, 알레르기 항원, 직업적 노출 등 다양하다. 주요 특징은 가변적 호기 기류제한, 시간에 따라 중증도가 변하는 천명, 호흡곤란, 답답함, 기침 등이다.

즉 두 질환이 기저 주요원인은 다르지만 공유되는 원인들이 있고, 다양하게 발현되는 증상들도 중복되는 부분이 있다는 것. 이를 고려할 때 유사한 측면을 보여주는 COPD, 천식 등 호흡기질환의 미로(迷路)에서 올바른 출구를 찾아가기 위해서는 맞춤치료 패러다임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COPD 치료전략 추가
맞춤치료의 필요성이 갑자기 제시된 것은 아니다. 그런만큼 현재의 COPD, 천식 관리전략에는 이 패러다임이 반영돼 있다. COPD에서는 세계폐쇄성폐질환기구(GOLD)가 2012년 가이드라인을 통해 맞춤치료 기틀을 마련했다. 기존 1초강제호기량(FEV₁) 기준의 중증도 구분에서 종합적인 평가를 통한 환자구분으로 틀을 전환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COPD 의심환자에서 흡연 등 위험인자, 만성적인 호흡곤란, 기침, 가래 증 증상평가, 폐기능 등 기류제한 정도, 악화(exacerbation) 병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토록 했다. 이후 평가결과를 기반으로 환자를 4개군으로 구분해 적합한 기관지확장제, 흡입 코르티코스테로이드(ICS), PDE-4 억제제 단독·병용요법을 권고했다.

GOLD는 2012년 이후 가이드라인 업데이트에서도 환자 종합평가 및 환자군에 따른 치료전략 틀은 그대로 유지하는 한편 새로운 약물들을 지속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베타2 작용제, 항콜린제를 중심으로 임상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치료전략들이 있지만, 치료가능한 환자범위를 확장하고, 기존 치료전략보다 더 나은 효과 및 새로운 병용요법을 제공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지속성 베타2 작용제(LABA) / 지속성 항콜린제(LAMA) 복합제인 유메클리디니움 / 빌란테롤, 올로다테롤 / 티오트로피움, 포르모테롤 / 아클리디니움과 함께 LABA / ICS 복합제인 포르모테롤  /  베클로메타손이 추가됐다.

특히 단일요법으로 이미 승인받은 약물들의 복합제가 발빠르게 추가됐다는 점은 임상현장에서 효율적인 병용요법이 필요한 환자의 비율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점을 시사한다.

천식 페노타입 심화
천식에서는 세계천식기구(GINA)가 2014년 업데이트를 통해 맞춤치료 패러다임을 반영했다. 진단 영역에서는 질환의 정의가 포괄적으로 제시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환자의 개별적인 특징에 초점을 맞출 것을 당부했다. 특히 치료 영역에서는 ‘치료반응 검토(증상, 급성악화, 부작용, 환자만족, 폐기능)’, ‘평가(진단, 증상조절과 위험인자, 흡입기 사용기술 및 순응도, 환자선호도)’, ‘치료조정(천식약물, 비약물 치료요법, 교정가능한 위험인자 치료)’의 순환사이클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저용량 ICS부터 ICS / LABA, 항IgE 제제까지 투여하도록 했다. 티오트로피움도 단계별 치료전략에 적용토록 했다.

가이드라인의 변화와 함께 임상현장에서는 페노타입(phenotype)이 맞춤치료 전략으로 부각되고 있다. 울산의대 조유숙 교수(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는 “GINA 가이드라인이 기본적인 치료전략의 틀이라면 페노타입은 세부적인 약물의 선택 및 강도조절 등에 대한 가이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현재까지 임상현장에서는 알레르기성 천식, 호중구성 천식, 아스피린 과민성 천식이 주요 페노타입으로 합의가 모였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중증천식(severe asthma)이 또다른 페노타입으로 논의되고 있다. 미국흉부학회(ATS)·유럽호흡기학회(ERS) 태스크포스팀의 가이드라인은 이런 임상의 관심을 대변해준다.

가이드라인에서는 중증천식을 높은 강도의 치료가 필요하거나 치료 저항성이 있으면서, 동반질환이 있는 천식으로 정의했다. 세부적으로는 GINA 가이드라인의 4·5단계에 해당하는 고용량 ICS와 2차 조절제(전신성 코르티코스테로이드 포함) 병용요법이 필요하고, 병용요법에도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 이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치료전략으로는 고용량 ICS를 우선 제시했고, 기류폐쇄 치료 시에는 LABA를 추가하고, 필요할 경우 티오트로피움도 고려할 수 있도록 했다.

 

ACOS 실체 확인
천식-COPD 중복증후군(ACOS)은 호흡기질환 전체의 페노타입으로 주목받고 있다. COPD와 천식이 별도의 영역으로 구축된 가운데 ACOS는 두 질환의 특징이 중복되는 영역으로 정의된다.

ACOS는 COPD와 천식 단독 이환보다 예후는 물론 사망률도 악화시킨다. GOLD·GINA의 공동 가이드라인은 ACOS에 대한 학계의 관심을 반증한다. 결론적으로는 COPD와 천식의 특징이 함께 보이는 환자를 선별하고, COPD와 천식 중 비중이 높은 쪽의 관리전략을 적용토록 한 것이다.

이를 위해 가이드라인에서는 만성 기도질환 확인 - 천식·COPD·ACOS 진단 - 폐기능검사 - 초치료전략 선택 - 전문의료기관 전원환자 선별의 5단계 관리 알고리듬을 제시했다.

특히 강조한 부분은 천식·COPD·ACOS 구분으로 발생시기(20세 이전: 천식 / 40세 이후: COPD), 호흡기증상의 양상, 폐기능, 증상 간 폐기능, 과거 및 가족력, 질환 경과, 흉부 X-사진 등 주요인자를 면밀히 평가하도록 했다.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와 천식알레르기학회도 ACOS에 대해 GOLD·GINA 가이드라인과 같은 방향이다. 각 가이드라인에서는 ACOS 환자 및 의심환자에서 COPD 가능성이 낮을 경우 천식 치료지침을 따르고 그 반대일 경우에는 COPD 치료지침을 따르도록 했다.

그렇지만 아직 임상현장에서 ACOS를 특정 환자군으로 적용하기까지는 추가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추가되는 연구들을 통해 COPD와 천식의 특징이 중복된 환자군의 실존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ACOS라는 ‘증후군’ 개념으로 정리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ACOS보다는 COPD와 천식의 페노타입(Asthma-COPD Overlap, ACO)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종합적 평가’통한 감별
COPD와 천식의 미로에서 올바른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하지만, 호흡기질환이라는 큰 틀에서 방향을 잡아가야 한다는 점도 강조되고 있다.

만성 기침과 특발성 폐질환은 이런 맥락에서 부각된 질환이다. 만성 기침은 다양한 호흡기질환에서 나타나는 흔한 증상이지만, 환자의 삶의 질을 악화시키고 사회·경제적으로 부담을 야기할 수 있다.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는 기침 관련 내용들을 가이드라인 형식으로 정리한 바 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지속기간이 2주 이상일 경우는 급성, 3~8주는 아급성, 8주 이상은 만성기침으로 분류했다. 급성기침은 대증요법·1세대 항히스타민, 아급성기침은 기저 원인 관리와 함께 이프라트로피움, ICS, 진해제 등으로 치료하도록 했다. 만성기침은 정확한 원인 감별 후 원인에 따라 치료한다.

특발성 폐질환도 학계의 관심이 높은 질환이다. 대표적인 특발성 폐질환인 특발성 폐섬유화증 가이드라인이 지난해 발표됐는데 이전 가이드라인 대비 임상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치료전략의 방향을 명확하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닌테다닙, 피르페니돈이 조건부 사용가능한 약물로 권고됐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 결핵
한편 감염성 호흡기질환인 결핵은 우리나라에서 아직 관심을 놓아서는 안되는 질환으로 꼽힌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의 유병률과 사망률은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

WHO는 3월 24일 ‘세계 결핵의 날’을 맞아 국제적인 공조를 강조함과 동시에 “결핵은 공기로 감염되는만큼 사회 전반적인 경각심이 필요하다”며 인지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나라 결핵 유병률이 196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했지만 SARS, 신종 인플루엔자, MERS 등으로 사회적 관심이 희석되면서 정체 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쉽게 흘릴 수 없는 부분이다.

결핵 퇴치를 목표로 WHO와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는 사회적 인지도 고취와 함께 다제내성결핵, 잠복결핵 관리전략 강화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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