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오작동으로 기능 하나가 좋은 시냅스를 먹어치우기 때문이다?

미 연구진이 치매 발병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뇌의 발달 과정에서 기능 하나가 오작동으로 일부 면역세포들로 하여금 좋은 시냅스를 먹어치우기 때문이라는 것.

 

미국 보스턴 아동병원 Beth Stevens  교수팀은 "치매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 99%가 실패한 데는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제거에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라면서 "초기 치매 환자에서 증가하는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무조건 치매 유발의 원인은 아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전문가들 사이에서 치매는 타우를 비롯한 베타아밀로이드가 뇌에서 지나치게 증가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베타아밀로이드 농도가 높아지면, 뇌의 신경세포가 파괴되고 결국 기억이 지워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치매를 진단할 때 베타아밀로이드는 질병 진단의 중요한 바이오마커로 사용된다.

하지만 Kipnis 교수팀이 치매를 유발시키는 특정 유전자를 보유한 쥐를 분석한 결과 인지능력이 쇠퇴하는 것은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증가해서가 아닌, 시냅스가 본연의 기능이 상실했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가지치기 과정 고장나면 치매도 유발할 수 있다

즉, 치매 초기단계에서 면역계의 정상적인 가지치기(prunes) 과정에서 시냅스에 문제가 발생해 질환이 악화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지치기는 뇌가 발달하는 과정에서 약하거나 불필요한 시냅스를 제거해 좀 더 중요한 시냅스를 강화시켜 준다. 이 과정에서 C1q이라는 단백질이 일련의 화학반응을 일으켜 시냅스에 꼬리표를 붙이고, 꼬리표가 붙은 시냅스는 뇌의 쓰레기 처리(trash disposal) 과정에서 파괴되는 것이다. 뇌에서 청소부 역할을 하는 면역세포가 미세아교세포(microglia)다.

연구팀은 "미세아교세포가 꼬리표가 붙는 시냅스를 먹는다"면서 "하지만 가지치기 시스템이 고장이 날 경우 미세아교세포는 좋은 시냅스마저 먹어치우기 때문에, 조현병 등의 정신건강질환은 물론 인지기능마저 손상돼 치매까지 발병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연구팀은 치매로 인해 베타아밀로이드가 과잉 생산된 쥐와 기억력이 상실되고 학습능력이 저하된 쥐들의 뇌 조직을 분석했다. 그 결과 두 쥐 모두 C1q 수치가 높았다. 이에 연구팀이 쥐들의 C1q 수치를 차단해 미세아교세포 활동을 중단시켰더니, 시냅스가 제 기능을 못하는 등의 이상 반응은 더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Stevens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태아때부터 청소년기까지의 뇌가 발달하는 과정에서 겪는 가지치기가 성인기에도 나타나 치매 등의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면서 "다시말해 흥분한 미세아교세포가 필요없는 시냅스만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시냅스도 함께 없애 뇌 기능을 급격히 퇴화시킨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를 두고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캐나다 몬트리올대 병원 Edward Ruthazer 박사는 한 외신(sciencemag)과의 인터뷰를 통해 "흥분한 면역계 시스템 과정에서 미세아교세포가 치매를 유발시키는 요인이라는 주장에 논란이 많다"면서 "이번 연구결과가 신빙성을 얻기 위해서는 뇌척수액에서 고농도의 C1q가 발견된 사람이 향후 나이가 들고 치매에 걸린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입증할 만한 또 다른 증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C1q를 차단하는 약물을 주입한 치매를 동반한 쥐에서 어떠한 반응을 일으키는지 알아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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