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산의회, 한날한시 학술대회 개최…참석회원 수 ‘박빙’

회장 직선제로 시작된 두 산부인과의사회의 갈등이 이젠 ‘내전(Civil War)’으로 보이는 지경까지 치닫고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산부인과 회원은 두 단체의 ‘통합’을 염원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박노준)과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회장 김동석)은 지난 10일 각각 소공동 롯데호텔, 그랑서울 나인트리컨벤션에서 동시에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관계를 보여주듯 이들 단체는 학술대회 규모 및 참석 회원 수를 언론에 적극 유포하는 등 세 과시에 나선 상황이다.

▲ 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박노준)과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회장 김동석)은 지난 10일 각각 소공동 롯데호텔, 그랑서울 나인트리컨벤션에서 동시에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산부인과 회원들의 주문, 어떻게든 통합해라

두 산의회 갈등에도 회원들은 통합에 대한 간절한 염원을 드러냈다.

직선제 산의회 학술대회에 참석한 한 회원은 “직선제 산의회에 힘을 실어주고 싶어 참석했다”며 “어떻게든 한 쪽으로 통합해야 한다고 본다. 산부인과가 분열돼 있는 모습은 보기 안 좋다”고 밝혔다.

또 다른 회원은 “은혜를 갚는다는 심정으로 참석했다. 이제까지 직선제 산의회 임원진들이 개원가 의사들을 위한 여러 가지 도움을 줬고 생존에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또 "회원이 많이 참여하는 의사회를 인정해야 하지 않은가!"라고 직선제 산의회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했다.

한 회원은 “두 산부인과의사회 헤게모니에는 관심없고 프로그램이 직선제 산의회 쪽이 좋다고 판단해 참석했다”며 “두 산의회의 갈등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지만 원만하게 해결돼 하나로 통합하는 방법을 찾아야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통합에 대한 염원은 산부인과의사회 학술대회에 참석한 회원들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한 회원은 “기존에 학술대회에 참석하던 대로 참석했다”며 “지금 산부인과의 분열은 기존 집행부, 대의원에 대한 불신으로 시작됐는데, 총 사퇴를 하고 전 회원 선거를 통해 집행부, 대의원을 선출하는 방식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회원도 “분열된 모습은 좋아보이지 않는다. 두 산의회가 협의를 통해 통합을 이루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산의회 갈등이 길어지자 회원들 내에서는 회비를 내지 않는 움직임도 있었다. 한 산부인과 의사는 “작년까지 회비 냈다가 올해부터 회비를 안냈다. 어떻게 될 단체인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내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두 산의회의 내전은 여전

통합에 대한 회원들의 열망에도 불구하고 두 단체의 통합은 요원하다. 이날 학술대회 기자회견에서 두 산의회는 상호 간의 고소고발 건에 대한 자료를 유포하며 비판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었다.

▲ 두 산의회가 언론 배포용으로 작성한 단체간 법정공방 자료.

지난 2년 동안 각 집행부의 고소고발전이 난무한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소송은 ‘대의원총회 개최금지 가처분 소송’으로, 당시 서울, 경기, 강원지회로 구성된 비대위는 3차례에 걸쳐 산의회의 임시총회 가처분소송을 승소로 이끌어냈다.

이 기세로 비대위는 ‘박노준 전임회장 직무정지 가처분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해당 소송은 재판부가 구 집행부의 손을 들어주며 박노준 회장의 직위는 유지를 했다.

이에 박노준 회장 측은 직선제 산의회가 검찰에 사소한 것조차 고소·고발을 진행하며 진흙탕 싸움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년 반 동안 직선제 산의회가 고소·고발한 소송은 총 4건으로 먼저 업무상 횡령, 비자금 3억 업무상 배임, 보험업법 위반, 명예훼손,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박노준 회장 등 집행부 4명을 형사고소 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한 건은 지난해 7월 8일 혐의 없다는 것이 결론이 나자 30일 서울고등검찰에 항고를 진행했지만 기각 판단이 났다.

나아가 지회 명예훼손, 학술대회 협찬사 공문 등 업무방해, 임상지침서와 판례집 횡령 등으로 박노준 회장과 이충훈 부회장을 고소했고 이 역시도 혐의 없음으로 결론이 났으며 고문에 대한 모욕죄 역시도 공소권 없음으로 결론이 났다.

마지막으로는 학술대회비, 캠페인 협찬비, 기타 협찬비 등 제약회사로부터 받은 협찬에 대해 수익금 부당사용에 대한 리베이트로 박노준 회장과 두 명의 부회장, 이사, 사무국장을 기소했고 현재 동부지검에서 수사 중에 있다.

이 같은 산의회의 주장에 직선제 산의회 측은 “이는 비대위에서 진행한 것이지 직선제 산의회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며 “오히려 소모적인 소송전은 산의회에서 계속 벌이고 있다”고 반박했다.

직선제 산의회에 따르면 구 집행부가 회원들을 상대로 총 8건을 고소했는데 ▲회관방문시 112 신고 ▲절도 고소(임상지침서) ▲업무방해(회관 방문) ▲정보통신상의 명예훼손(홈페이지 게시글) ▲명예훼손(비대위 서신문, 카톡방 글) 등이며, 이 중 7건이 종결되고 1건이 현재 진행 중이다.

김동석 회장은 “새 집행부에서 고소고발을 남발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오히려 만나서 필요 없는 고소를 취하하고자 제안을 했지만 구 집행부 측에서 이를 번복했다”고 지적했다.

강력한 비대위 구성 VS 산의회와 관계 끝났다

과연 두 산의회가 가지고 있는 통합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박노준 회장.

먼저 산의회는 오는 23일 다시 임시총회를 열어 회장을 선출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제까지 그랬듯 직선제 산의회 측에서 가처분신청을 넣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으로, 박 회장은 이번에도 총회가 금지되면 모든 권한을 가진 강력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비대위를 구성,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비대위 구성은 전국지회장 및 상임이사, 대의원운영위원, 고문들로 구성할 예정으로, 대전에서 개최한 전국 지회장 회의에서 비대위 구성을 결의했다”고 강조했다.

비대위에서 추진할 정상화 방안으로 ▲대의원을 선출하지 않은 곳은 지회총회를 재창립해 대의원 선출할 것 ▲이후에도 총회를 열지 못하면 회원총회를 개최하는 것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와의 협상을 통한 단일화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와의 협상은 비공식적으로 회장 직선제안만 넣은 대의원총회를 개최할 테니 함께 논의하자고 제안했지만 그들은 직선제를 무조건 담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아직 서로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조병구 총무이사도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에서 직선제를 요구하는 것은 스스로 정통성이 없다고 인정한 것”이라며 “지금 각과별 개원의단체 중 직선제를 통해 회장을 선출하는 곳이 4곳인데 이를 제외한 나머지 단체들을 비민주적이라고 볼 수 없다. 직선제만 민주적인 절차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

이에 반해 직선제 산의회는 산의회와의 관계는 이미 끝났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 회장은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는 산부인과의사회와의 관계 같은 건 생각 안 한다”며 “우리는 어디까지나 회원에 의해 뽑힌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로, 민심을 전하고 따르는 의사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직선제 산의회는 앞으로 산부인과의사가 될 후학을 생각해 만든 단체”라며 “오직 회원만을 위한 의사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숙희 서울시의사회장, 직선제 산의회 두둔…구설수 논란 오를 듯

한날 한시에 학술대회를 연 두 산의회 중 직선제 산의회에만 참석한 서울시의사회 김숙희 회장이 직선제 산의회를 두둔하는 발언을 해 향후 논란이 될 전망이다.

김 회장은 “의협에서 나온 연수평가단이 이야기하길, 산의회는 200명에 나머지는 간호사이고, 직선제 산의회는 500명 이상 참여했다는 말을 들었는데 너무나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직선제 산의회가 여러분의 성원으로 산부인과 의사를 대표하는 의사회로 지속되고, 회원들의 모든 어려움을 해결해줄 의사회가 될 것이라 믿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회장의 발언에 대해 박노준 회장은 “김 회장의 발언에 분노를 금치 못한다”며 “산의회 학술대회에 참석한 회원은 706명에 간호사가 43명이다. 그런데 200명 참석했고 나머지는 간호사를 채웠다는 발언은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서울시의사회장이라면서 이런식으로 말하면 안된다”며 “김 회장에게 사과를 받아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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