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래 변호사(국민건강보험공단 선임전문연구위원)

▲ ▲김준래 국민건강보험공단 선임전문연구위원(변호사)

의료법에 따른 1인 1개설 제도의 근본 취지는,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의료인은 자신의 면허를 바탕으로 개설된 의료기관에서 이루어지는 “의료행위에 전념” 하도록 하기 위해 장소적인 한계를 둔 것이다.

대법원 판결도 의사가 개설할 수 있는 의료기관의 수를 1개소로 제한하고 있는 법의 취지는 의사가 의료행위를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장소적 범위 내에서만 의료기관의 개설을 허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결을 선고한 바 있는데, 이는 의료인은 의료행위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자신의 의료면허를 기반으로 개설된 의료기관을 벗어나지 말라는 것이다.

의료인 1인이 많은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경우 환자의 진료·검안·처방·투약 등의 의료행위에 집중할 수가 없고, 이는 곧 의료의 질 저하를 초래하게 된다.

의료인은 의료에 있어서는 전문인이지만 경영에 있어서는 전문인이 아니다. 만일 진료가 아니라 다수의 의료기관들을 경영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전문 경영인이 의료기관들을 운영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즉 여러 개의 의료기관을 운영하려면 전문 경영인을 두고, 투명한 경영이 가능한 법인 형태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의료법인이나 비영리법인의 경우 분사무소의 형태로 여러 개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의료기관 운영으로 발생한 모든 수익금은 법인 본사무소에 귀속이 되고, 그 사용에 있어서도 이사회 등의 결의를 거쳐 정관에서 정하고 있는 법인의 목적사업에만 사용해야 한다. 즉 법인이 여러 개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경우에는 그 운영의 투명성이 보장되며, 그 수익금은 비영리 목적사업에 환원이 된다.

이에 비해 자연인인 의료인이 다수의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 의료행위와 경영에 모두 몰두해야 하기에 의료에 전념할 수도 없고, 전문 경영을 이루기도 힘들다. 뿐만 아니라, 공공재라 할 수 있는 의료를 통하여 발생한 수익금은 그 귀속이나 사용에 있어서 투명성이 담보되지도 않는다.

이미 자신의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으면서도 추가적으로 새로운 다수의 의료기관을 개설하고자 하는 목적은 공동구매 등 네트워크 병원 본연의 장점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다분히 영리사업을 확장하고자 하는 것이 그 주된 목적이라 하겠다. 즉 공동구매 등 네트워크 병원의 장점을 살리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반드시 의료기관을 자신의 소유로만 해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일부 의료인들은 공동구매 등 네트워크병원의 장점을 살릴 수 없기 때문에 동 조항은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현행 규정 하에서도 충분히 네트워크 병원의 장점을 살려 의료기관을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동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오히려 1인의 의료인이 다수의 의료기관들을 개설한 경우들을 보면, 의료기관들을 새로이 개설할 때마다 리베이트를 수수하고,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받으며, 의료기관에는 실질적으로 수익이 발생했는데 결산상 손실이 발생하는 등 구조적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고, 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을 모집해 수익을 배당하는 등 사실상 영리법인으로 운영되고 있는 경우들까지 확인되고 있다.

의료인의 이중개설금지 규정이 폐지돼 한 명의 의료인이 수많은 의료기관들을 개설할 수 있게 된다면, 굳이 어렵게 의료법인이나 비영리법인을 설립하여 여러 개의 의료기관들을 개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만일 의료인의 이중개설금지 규정이 폐지된다면 향후 의료법인과 비영리법인들은 법인을 청산하고 의료인 단독 소유로 여러 개의 의료기관들을 개설하는 길을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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