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2]항생제 투약, 소아 비만 이슈 놓고 갑론을박

 

항생제 사용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단연 내성 발생이다. 하지만 최근 연구들에선 항생제 남용을 두고 또 다른 문제점을 짚어내고 있다.

특히 감염에 취약한 소아층에서 항생제를 남용하거나 오용할 경우, 소아 비만의 위험이 늘어난다는 게 주장의 요지다. 물론 과다한 열량섭취나 운동부족과 같은 생활습관보다는 그 영향력이 적은 편이지만, 어린 시절 일찍부터 복용한 항생제가 이후 체중 증가에 영향을 미쳐 소아 비만 발생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이미 가축에서는 항생제 투약이 체중을 증가시킨다는 쪽으로 결말이 난 만큼, 인간에까지 그 연관성이 확인됐다는 게 이슈의 관전 포인트다.

이와 관련 지난 3월, 항생제 사용과 소아 비만의 발생을 조사한 두 편의 대규모 연구가 국제 학술지에 실린다. 비록 이들 결과가 상반된 답변을 내놓았지만, 소아에서 항생제 사용이 체중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근거가 하나 둘 쌓이고 있다. 이들 연구의 시사점을 살펴봤다.

1. 소아에 잦은 항생제 복용, 과체중 근거 포착

2. 항생제 투약, 소아 비만 이슈에 갑론을박

"체중에 BMI 지표 추가했더니 과체중 위험 명확"

하지만 Gerber 박사팀의 연구 결과보다 3년가량 앞선, 2012년 8월 21일 국제비만학회지에는 이와는 분명 대치되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뉴욕의대 Leonardo Trasande 교수팀은 출생 후 6개월 내에 항생제를 투여한 소아에서는, 특히 3세 시점에서 과체중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Trasande 교수팀 연구의 피험자 규모는 Gerber 박사팀의 연구(총 3만 8522명)보다는 작았지만 1만 1532명으로 대규모였으며, 항생제 투여에 따른 비만 발생을 평가하기 위해 생후 6주, 10개월, 20개월, 38개월, 7살에서 소아의 몸무게와 체질량지표(BMI)를 비교했다.

차이점이라면 Gerber 박사팀의 연구는 소아의 '체중'만 비교 지표로 삼았지만, Trasande 교수팀의 연구는 체중에 더해 'BMI'까지 이용했다.

그 결과 생후 6개월 이전에 항생제를 치료받은 아이에서도 38개월 후 과체중이 될 가능성은 항생제를 복용하지 않은 아이보다 평균 22% 높았다.

 

"체중만 비교지표 삼는 건 객관적 결과 얻는데 한계"

생후 6개월 이전에 항생제를 복용한 소아에서는 이후 체중 증가에 의미 있는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는 Gerber 박사팀의 연구 결과를 반박하는 주장에도 이유는 있다. 분석과정에서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들을 포함시키지 않아, 항생제 영향력이 과소평가됐을 수 있다는 게 요지였다.

해당 연구 결과를 놓고 미국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보건대학 Brian Schwartz 교수는 "소아의 체구가 성장하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체중만 비교 지표로 설정했다는 것은 객관적인 결과값을 얻는 데 한계가 있다"며 "대부분의 연구들이 체중이 아닌 BMI를 사용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생후 6개월부터 7세까지의 체중 변화를 평가하면서 '산전 항생제의 사용 여부'나 '분만 방법'을 평가 변수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도 문제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유인 즉, 분만 방법 가운데 제왕절개는 소아의 장관내 미생물의 조성에 영향을 미쳐 추후 체중 증가를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또 Gerber 교수의 연구 결과에서 3년째 시점에서 약 150g의 체중 증가가 있었다고 명시한 부분도 실제 임상에서는 크게 의미 있는 수치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마크로라이드 계열, 증가 폭 가장 크게 나타나"

이번 Gerber 박사팀의 연구 결과를 지적한 Schwartz 교수도 작년 12월 8일자 국제비만학회지에 소아에서 항생제의 사용과 체중 증가의 연관성을 밝혀낸 바 있다(doi: 10.1038/ijo.2015.218). 해당 연구에는 Gerber 박사팀의 연구와 마찬가지로 소아의 전 연령대에서 시간 흐름에 따라 결과를 분석하는 '종단적 연구법'이 사용됐지만, 주요 평가 변수로 BMI와 분만 방법 등이 포함됐다는 게 가장 큰 차이다.

연구를 살펴보면, 3세에서 18세까지의 16만 3820명의 전자의무기록 차트를 이용해 항생제의 처방과 매년 BMI 그래프 사이에 연관성을 선형분석으로 따져봤다.

결과에 따르면, 14만 2824명이 전년도 항생제 처방으로 단기간 BMI가 증가했고, 연령이 늘면서 이러한 연관성은 더욱 강력하게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7회 이상 항생제를 투여한 소아에서는 항생제를 전혀 투약하지 않은 소아와 비교해 15세 시점에서 평균 체중이 약 1.4kg 더 증가했다. 특히 항생제 가운데서도 마크로라이드 계열을 사용했을 때 체중 증가 효과가 가장 컸다.

Schwartz 교수는 "연구 결과 항생제 사용이 체중 증가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소아 초기에 강력한 효과가 발견된 것은 아니었다"며 "이번 Gerber 교수팀의 연구도 생후 6개월 이내로 투양시기를 제한한 결과, 체중 증가에는 어떠한 연관성도 확인하지 못했지만 기준 시점을 2년으로 늘린다면 Scott 교수팀의 연구나 그간 앞선 연구와 일관된 결과를 보였을 것"이라고 의견을 내놓았다.

항생제 사용과 소아 BMI의 곡선을 분석한 결과에서는 연령에 따라 연관성이 나타나는데, 아주 이른 시기에 항생제를 사용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항생제 사용에 따른 체중증가의 영향력은 분명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항생제 무조건 피할 순 없어…오남용에 대한 경종으로 해석해야"

결국 이들 세 편의 연구 결과는 결국 같은 내용을 시사한다. 소아에서 생후 6개월내에 항생제를 복용한 경우를 제외하면 출생 후 2년 내에 항생제를 복용한 경우 체중 증가를 야기시켰다는 게 공통점이다.

김민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항생제가 필요한 상황임에도 사용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라, 의사나 부모들이 자녀에 항생제를 사용할 때 재차 이 같은 문제를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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