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부 고신정 기자

C형간염 집단발생 사건의 원인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1회용 주사기 재사용이 원인이라는 얘기부터, 오염된 리도카인(마취제)을 반복 사용한 탓이라는 주장, 최근에는 자가혈소판풍부혈장(PRP) 추출 주사기를 다시 쓴 것이 원인이 됐을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아이러니하게도 C형간염 집단발생 사태의 원인을 찾는데 더 열심인 것은 의료계다.

사건의 원인을 명확히 파악해야, 실제 의료현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또 다른 재앙을 막을 수 있겠는데,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정보만으로는 사건의 전후관계를 파악하기에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사건의 원인을 '의사의 양심'에서 찾고 있다. 

복지부는 이번 사건을 "일부 비윤리적인 의료인이 1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해 벌어진 일"로 규정하고 있다. 일부 의료인이 비용절감 등을 이유로 재사용해서는 안 될 1회용 주사기를 수차례 반복해 사용해 대규모 감염사건을 일으켰다는 얘기다. 

그래서 나온 해법은 1회용 주사기 재사용 금지와 처벌 강화다. 현재와 같은 미약한 처벌로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킬 수 없으니, 비윤리적인 의료행위로 국민건강에 위해를 끼친 의료인의 처벌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료계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수십원 혹은 수백원짜리 주사바늘, 주사액이 아까워 이 같은 일을 벌인다는 것을 쉽게 납득할 수 없다는 것. 전후 사정이 명확히 밝혀지지 못한 상황이다보니, 정부가 관리소홀의 책임을 벗어나기 위해 '의사의 양심'에 손쉽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개원의는 "문제가 생긴 부위를 정확히 진단한 뒤 개선책을 마련해야지, 원인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처벌만 강화한다고 문제가 해결되겠느냐"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어느 집이나 못난 자식이 있을 수 있듯, 어느 집단이든 비양심이 끼어있을 수 있다"며 "하지만 여기에만 집중해 다른 가능성을 배제한다면 제2의 집단감염 사태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양심을 논하기 이전에, 의사가 양심을 의심받지 않는 진료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도 강조했다.

"양심을 요구하기 이전에 비양심이 끼어들 소지를 줄이는 것이 진짜 정부의 역할"이라는 일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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