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상임이사에 환경공학과 교수 출신 내정…정부 목표 추진 vs 전문성 부족 제시

“이번에 급여상임이사에 내정된 김성옥 교수가 누구에요? 혹시 아세요?”

지난 23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급여상임이사에 내정된 김성옥 교수의 내정배경을 취재하던 기자에게 되레 물어오던 질문들이다.

이처럼 의료계와 병원계는 당장 5월 수가협상을 앞두고 내정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김성옥 교수의 성향과 이력을 파악하기에 분주했다.

▲ 국민건강보험공단 급여상임이사에 내정된 김성옥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겸임교수.

앞서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에 따르면 신임 급여상임이사에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김성옥 교수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내정자는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과 대한적십자사 전문위원, 복지부 중앙보육정책위원 등을 역임했다. 아울러 (사)한국여성유권자연맹 제18대 회장을 지내며 여성 정치 참여를 위한 제도개선에 힘써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회와 건보공단 등 다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교수의 내정 배경에는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전언.

국회 한 관계자는 “국회 안에서 복지부 인사가 아닌 외부 인사가 임명된다는 소문이 돌긴 했었다”며 “급여상임이사 공모를 공고한 후 채용 과정에서 청와대의 추천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내정이 결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건보공단 한 관계자도 “공모절차를 진행하면서 복지부 소속 고위 공무원 중 채용 요건에 적합한 인사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와중에 청와대 측에서 추천이 들어왔던 게 사실이고, 이후 외부인사로 영입하자고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동안 건보공단 급여상임이사직은 관례적으로 복지부 고위 공무원 출신이 임명됐던 자리였던 만큼 이번 내정 소식이 이례적인 인사라는 것이다.

실제 일각에서는 건보공단이 급여상임이사를 공고한 이후 이태한 前인구정책실장(행시 31회), 김원종 前복지정책관(행시 31회) 등 복지부 퇴직 인물이 하마평에 오르내린 바 있다.

아울러 한문덕 前급여상임이사는 복지부 관료 출신으로, 노인정책과장·생명과학단지팀장·질병정책과장 등을 역임한 바 있고, 복지부 감사관 출신인 이상인 前급여상임이사 역시 운영지원과장·기초노령연금과장·노인지원과장 등으로 근무했었다.

이 같은 김 교수의 내정 사실이 알려지자 의료계와 병원계는 김성옥이라는 인물 파악에 분주한 모습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김 내정자가 그동안 보건의료계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라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력이나 성향 등 인물 전반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계 한 관계자도 “김 내정자에 대해 알려진대로 환경공학과 교수이자 여성운동을 해왔던 사람이라고 알고 있는 게 전부”라며 “수가협상을 앞두고 인물파악이 먼저 이뤄져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김 내정자가 보건의료분야의 이력이 전무한 것을 두고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업무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전문성과 관계없이 임명을 강행하는 것은 문제다”라면서도 “다만 비전문가가 되레 추진력은 좋을 수 있다. 본인이 모르는 부분이 많다보니 직접 판단하기 보다는 정부의 목표를 실행하는 데 집중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총선거라는 이슈가 지나가면 대선을 앞두고 건강보험 재정 관리, 포퓰리즘에 입각한 보장성 강화 정책 등을 추진하며 정부의 정치적 목표 달성에 필요한 인물일 수 있다는 것이다.

병원계 한 관계자는 “사실 수가협상을 실제로 진행하는 실장들의 인사이동은 없었기에 예년과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보건의료분야 이력이나 경력이 전무한 인물을 수가협상을 주도할 인물로 내정했다는 것은 전문성 부족으로 인한 우려를 현실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지적은 복지부 내부에서도 이어졌다.

복지부 한 관계자는 “수가협상을 위한 실무적인 논의를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당장 5월 수가협상을 앞두고 있는데 보건의료분야를 전혀 모르는 인물을 내정했다는 게 의아한 게 사실”이라며 “사실 수가협상이라는 게 전문적인 부분 그리고 실무적인 부분은 실장들이 하다보니 크게 영향을 미치진 않겠지만 난감한 상황은 마찬가지다”라고 전했다.

한편, 김 교수의 급여상임이사 내정이 확정될 경우 오는 5월 진행될 건보공단-요양기관 대표단 수가협상단에서 보험자 협상단장을 맡는 것을 시작으로 주요 건강보험 정책 이슈를 진두지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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