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효율적인 의료전달체계 경제적 영역뿐만 아니라 환자 건강까지 위협

 

국내 메르스 사태의 가장 핵심적인 원인으로 주치의 제도의 부재라는 지적이 나왔다. 메르스 확산속도는 원산지인 사우디아라비아 보다 빨랐는데, 주치의 제도 부재가 메르스 사태를 폭팔시킨 도화선이였다는 것.

23일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에서 열린 의료소비자중심 의료전달체계를 위한 과제와 방안 모색 세미나에서는 "그동안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한 자부담 강화 등의 정책을 펼쳐왔지만, 지난 해 메르스 감염사태에서와 같이 비효율적인 의료전달 체계가 경제적 산업적 영역에서 뿐 아니라 의료 서비스 이용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에 까지 직면하게 됐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세미나에서 발표된 일차의료연구회 자료를 보면, 주치의 제도가 잘 시행되는 영국의 사례와 비교해 보면 주치의 제도 부재인 우리나라와 현저한 차이가 났다.

영국 중년 남성이 2013년 1월 20~28일 사우디아라비아를 여행한 다음 상기도 감염 증상이 있어 1월 30일 자신의 주치의를 방문했고, 그 주치의의 적절한 의뢰 덕분에 여러 의료기관을 전전하지 않고 다음날 바로 병원에 입원해 대규모 확산 없이 추가 2명 감염되는 것에 그친 것으로 보고됐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국내 보건의료 현실에 알맞는 주치의 제도 도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지식이나 정보가 난무해 신뢰할 수 없는 정보를 판단하기 힘든 상황에서 주치의 제도 도입을 통해 이러한 의료 공백을 잘 조정해주는 역할이 그만큼 필요하다는 것.

이를위해 주치의 제도를 통해 양질의 일차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3가지 핵심요소도 함께 공유했는데, 여기에는 △일차의료 의사 △일차의료보건의료 팀 △지불제도 필요성이 포함됐다.

현재 일차의료 의사는 유럽의 GP 또는 북미의 패밀리 의사(family physician)를 의미하며 일차의료 의사가 되기 위해 의대 졸업 후 3~6년의 임상수련을 받는 것이 세계적인 동향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회는 "국내 주치의 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의료를 산업으로 간주하는 국가의 정책기조를 바꾸는 것이 우선되야 한다"면서 "향후 정책의 창이 열려 주치의제도 도입을 설계할 때에는 과거의 실패 경험을 교훈 삼을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한림의대 가정의학과 조정진 교수도 "현재의 단골병원 의사가 주치의 역할을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제는 나를 잘 아는 의사가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나를 잘 아는 의사로 부터 지속적인 관리를 받으면 환자 스스로도 조심하게 된다. 환자의 상태를 잘 알고 있어 오진의 가능성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필히 고려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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