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경쟁·사업제한 처분사유 없다” 판결…‘긍정적 영향’ 의견 많아

의협의 지난 2014년 3월 집단휴진에 부과된 공정위의 과징금 5억원이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오면서 이번 판결이 노환규 전 회장의 사건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노 전 회장에게 징역 1년을, 방상혁 전 기획이사에겐 벌금 2000만원을 구형했지만, 이번 판결에서 집단휴진이 공정거래를 제한하지 않았다는 취지인 이상, 노 전 회장과 방 전 이사에게 유리한 결과가 내려질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서울고등법원 제7행정부는 지난 17일 대한의사협회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취소’ 소송에서 공정위의 처분을 취소했다. 공정위는 지난 2014년 5월 원격의료 및 의료영리화 반대 등을 주장하며 집단휴진을 주도한 의협에 대해 공정경쟁을 제한했다며 시정명령 및 과징금 5억원을 부과하는 처분을 내린 바 있다.

공정위의 처분에 의협은 “공정거래법 제26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사업자단체가 구성사업자들에게 구속력이 있는 결정을 했을 경우”라며 “의협의 의사결정이 의사회원들에게 구속력을 가지거나 회원들 사이에 이를 준수해야한다는 공동인식이 형성됐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집단휴진은 의사회원들은 자유의사에 따라 참여 여부가 결정된 것으로, 의협은 휴업을 하라고 강요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의사들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이 집단휴진으로 제한된 사실도 없다는 게 의협의 또 다른 주장이다.

재판부는 의협의 손을 들어줬다.

먼저 의협의 집단휴진이 경쟁제한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의협과 회원들이 휴업을 결의하고 이를 실행한 목적 또는 이유는 정부의 원격진료허용 및 영리병원허용 정책에 반대하기 위한 것으로 의료서비스의 가격·수량·품질 기타 거래조건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의사나 목적이 없었으며, 실제로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집단휴진을 한 당일 일부 의료기관의 휴업으로 인해 의료기관 수가 줄어들었다고 하더라도 의료소비자로서는 휴업하지 않은 의료기관에서 종전과 동일한 비용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었다”며 “집단휴진에 참여하지 않은 의료기관으로서도 의료서비스 공급량이 줄어들었음을 이유로 의료소비자에게 종전보다 높은 진료비를 요구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집단휴진으로 의료소비자가 불편을 겪었어도 의협이나 의사들의 경제적 이익이 늘어난 것도 아니고, 의료소비자가 동일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 더 많은 경제적 지출을 하거나 진료시간 단축 등 의료서비스 품질 저하를 감수하게 된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여기에 재판부는 의협이 집단휴진에 참여하지 않은 회원들에 대해 제재를 가하지 않은 점을 이유로 들어, 사업제한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의협은 의사들에게 휴업에 참여할지 여부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강요하거나 휴업 불참에 따른 불이익이나 징계를 사전에 고지한 바도 없을 뿐만 아니라 사후에도 휴업 불참에 따른 불이익이나 징계를 가했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이유로 집단휴진을 실행하기 전 의협의 대회원 찬반투표보다 실제 휴업참여율이 낮은 점을 거론했는데, 당시 대회원 찬반투표에서 76.69%가 휴업이 찬성했지만, 실제 집단휴진 때 참여율은 개원의 20.9%, 전공의 30%로 더 낮았다.

“노환규 전 회장 소송에 긍정적 영향 끼칠 것”

▲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전 회장.

집단휴진과 공정거래법이 무관하다고 못을 박은 이번 판결로 인해 노환규 전 회장의 소송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노 전 회장의 기소 역시 공정거래법 위반이 주된 혐의인데, 이번 판결로 노 전 회장의 혐의에 대해서도 같은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는 것.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 내용을 살펴보면 의협의 집단휴진을 담합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을 했고, 담합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공정위가 노 전 회장과 방 전 이사를 고발한 것은 집단휴진의 주도자였기 때문인데 담합이 아니라는 판단이 나와버렸기 때문에 주도자인 노 전 회장의 혐의도 없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도 “이번 판결을 보면 재판부가 경쟁제한과 사업제한이라는 2가지 사유로 판단을 내렸다”며 “경쟁제한이 되려면 가격이나 수령 등 거래조건에 영향을 미쳐야하는데 그럴 우려가 없어 경쟁제한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업제한에 대한 부분도 휴업을 강제할 수 있어야하는데 그런 혐의가 없어, 처분 사유가 없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라며 “노 전 회장 소송도 이런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해 판결이 내려질 거라고 생각되며, 유리하게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의협 강청희 상근부회장은 “이번 판결로 집단휴진이 공정위의 논리가 깨졌다”며 “이번 재판 결과가 앞으로 있을 노 전 회장의 재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밝혔다.

공정위 과징금 취소 판결이 내려진 직후, 열린 의협 기자회견에서 김해영 법제이사는 “공정위 과징금 소송과 노 전 회장의 소송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며 “재판부에 따라 입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100% 장담은 못하지만 같은 취지의 판결이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의협은 노 전 회장에 대한 선처를 위해 6302명의 서명을 받은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소송 당사자인 노 전 회장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의협의 공정위 과징금 취소선고가 내려진 후, 노 전 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에 의협에 내려진 공정위 과징금 처분이 취소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 생각하고, 공정한 판결이 내려졌다고 본다”며 “이를 통해 공정위가 공정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판결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조만간 공정위 고발에 대한 재판 선고일이 정해질 예정인데, 이 재판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과연 의협의 공정위 과징금 취소판결이 노 전 회장과 방 전 이사를 도와줄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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