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 이홍균 원장…"의료전달체계 확립, 장기적 안목 갖춰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10월 3년 동안 공석이었던 건강보험정책연구원장에 이홍균 전 여의도연구소 연구위원을 임명했다.
어느덧 연구원장이 된 지 6개월. 그는 이제야 건보공단의 싱크탱크의 수장으로 자리 잡았다.
출입기자협의회는 건보공단 이홍균 정책연구원장을 만나 올해 정책연구원의 주요 이슈에 대해 들어봤다.
- 정책연구원장에 취임한 지 6개월이다. 올해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가장 우선적으로 비급여를 관리하고자 한다. 정부에서 정책적 지원을 통해 보장성을 확대해도 보장률이 그만큼 따라오지 못하는 이유는 비급여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책연구원에서는 비급여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다차원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보다 효율적인 관리를 통해 국민 의료비 지출을 줄이는 방안을 연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건보공단 일산병원 연구소와 연구협의체를 운영하며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아울러 건보공단은 원가분석시스템과 의료패널을 갖추고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한 다차원적인 고민을 통해 방안 모색을 고심하고 있다.
건보공단 측은 올해 11월까지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원가분석을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원가분석이 마무리되면 실질적으로 비급여 파악이 가능해지는건가.
- 실질적인 비급여 가격에 대한 파악이라기 보다는 비급여 관리를 위한 근거자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비급여 관리를 올해 가장 핵심 연구분야인 것처럼 말했지만, 비급여에만 치중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비급여 관리만큼 장기요양시설의 질 제고 등 해야 할 일과 할 일은 많다.
-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정부가 의료전달체계 재정립에 나섰다. 정책연구원도 일조하는가.
의료전달체계 확립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한다.의료전달체계 재정립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물론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의료생태계상 당장 극복하긴 어렵겠지만,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추진할 수 있는 방법을 정책연구소에서도 고민하고 있고, 보건복지부와의 회의에 참석해서도 우리의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의료전달체계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동네의원에서도 가정의학과나 일반의사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전문의가 이미 공급초과인 상태임에도 다들 전문의를 하고자 하는 것이 문제다. 정부 측에서는 수가 또는 인센티브 지급 등을 통해 굳이 전문의를 하지 않아도 의사들이 먹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또 다른 문제는 우리 국민들의 잘못된 인식도 들 수 있다. 일단 상급종합병원을 가야 믿고 안심한다. 이로 인해 상급종합병원들은 해야 할 역할과 기능을 하지 못한 채 환자 진료에만 치중하게 됐다. 규모만 키웠지 정작 국민건강 향상에는 기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내 주변만 보더라도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 동네의원이 아닌 상급종합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있다.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고 올바른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해서는 단기간 내에 정책을 마련하기 보다는 10년~20년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 최근 호스피스·완화의료법이 국회를 통과, 시행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호스피스·완화의료 제도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많은 준비를 해야 하기에 정책연구원에서도 가능하면 여러 지원을 하려고 한다.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수행하는 의료기관 선정 범위부터 시작해 인력, 여건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계획이며, 호스피스·완화의료 대상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설정할 예정이다. 아울러 시행령, 시행규칙, 요양급여 기준, 수가체계 등도 차근차근 마련할 방침이다.
호스피스·완화의료 제도가 본격 시행됐을 때를 대비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파악하고 대안을 마련, 제도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최선을 다 하겠다.
- 이외에 정책연구원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업이 있다면.
현재 정책연구원 부원장이 단장을 맡고 있는 글로벌협력사업단이다. 사업단에서는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관심 있는 국가를 대상으로 건강보험 제도 컨설팅을 진행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에 오는 4월 멕시코와 건강보험 제도 컨설팅 관련 업무협약을 맺을 계획이며, 아울러 이집트를 비롯한 아프리카 국가와의 업무협약도 예정돼 있다.
물론 이들 국가에 우리나라의 방식을 강요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해당 국가의 상황을 파악하고 그에 맞추는 방향성을 취하되, 가능하면 우리나라처럼 단일보험자 형태로 업무협약을 맺을 계획이다.
-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글로벌 진출에 전력을 쏟고 있다. 업무 중복이 있지 않나.
업무가 중복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심평원은 심사평가 업무를 담당하고 있고, 건보공단은 건강보험 제도의 전반을 다루고 있기에 서로 다르다.
-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의료의 패러다임은 치료 중심에 예방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건보공단도 건강수명 증진을 위해 집중해야 하는데 건강증진 사업을 확대하기에는 법적 근거가 미비한 게 사실이다. 이에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
아울러 선진국에서는 어떤 건강증진사업을 진행하는지 사업을 발굴하고 이를 벤치마킹할 수 있는지 검토하는 등 정책연구원에서 수행하는 업무는 점차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연구 인력은 50명에 불과한 수준이다. 정부 측에서 국민건강을 감안해 보다 많은 인력 충원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