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지방 조절 통한 심혈관질환 예방 가능성은 여전히 숙제

높은 중성지방(triglyceride, TG)과 심혈관질환 이환 및 사망률 증가의 상관관계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로 고중성지방혈증의 잠재적 역할을 재확인했지만, 중성지방을 낮춤으로써 심혈관질환 이환 및 사망위험을 막을 수 있다는 가설은 아직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Circulation: Cardiovascular Quality and Outcome 3월 8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된 장기간의 등록관찰연구에 따르면, 관상동맥질환 환자에서 중성지방 수치가 높을수록 사망률은 유의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중성지방혈증 경계치라 할 수 있는 100~149mg/dL 환자에서도 그 미만과 비교해 사망이 더 발생했다.

△ 고중성지방혈증 치료전략 주목

현재 이상지질혈증의 치료는 LDL 콜레스테롤에만 집중하던 과거의 패턴에서 벗어나 고LDL콜레스테롤혈증, 고중성지방혈증, 저HDL콜레스테롤혈증을 총괄하는 종합적인 접근법을 구사하고 있다.

LDL 콜레스테롤은 여전히 이상지질혈증 치료의 1차타깃이다. 스타틴을 통한 적극적인 LDL 콜레스테롤 조절이 이상지질혈증 치료전략의 핵심이다.

한편 중성지방, HDL 콜레스테롤 등이 심혈관질환의 새로운 위험인자로서의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는 가운데, LDL 콜레스테롤 조절에도 불구하고 남아 있는 심혈관질환 위험을 근절하기 위한 방안으로 고중성지방혈증과 저HDL콜레스테롤혈증에 대한 공략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유럽심장학회(ESC)•동맥경화학회(EAS)는 "관상동맥질환 환자에서 LDL 콜레스테롤이 70mg/dL 미만이더라도 중성지방이 높고 HDL 콜레스테롤이 낮으면 심혈관질환 이환 및 사망위험이 증가한다"고 강조해 왔다.

학계는 이상지질혈증 환자에서 관찰되는 이러한 특성을 '심혈관질환 잔여 위험도(residual risk)'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스타틴 하나만으로는 이상지질혈증 병태 전체를 치료하기 어렵다는 것으로, 높은 중성지방과 낮은 HDL 콜레스테롤 환자의 심혈관질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스타틴과 비스타틴계 지질치료제의 병용이 요구되고 있다.

△ 한국인 고중성지방혈증 위험 높아


특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인들은 고중성지방혈증 위험이 서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아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우리나라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30세 이상 성인의 고콜레스테롤혈증(총콜레스테롤 240mg/dL 이상 또는 콜레스테롤강하제 복용) 유병률은 2011년 현재 13.8%를 기록 중이다.

반면 고중성지방혈증(중성지방 200mg/dL 이상)은 16.5%로 고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을 웃돌고 있다.

가장 최근에 보고된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의 'Dyslipide-mia Fact Sheet in Korea 2015'에서도 이상지질혈증의 3개 카테고리별 유병률이 고LDL콜레스테롤혈증 15.5%, 고중성지방혈증 18.6%, 저HDL콜레스테롤혈증 28.4% 순으로 보고됐다.

 
△ 중증 환자 생존율, 정상군보다 1.68배 낮아

이스라엘 카임쉐바의료원의 Aharon Erez 교수팀은 Bezafibrate Infarction Prevention (BIP) 연구에 참여했던 1만 5000명 이상의 환자 데이터를 코호트로 구성해 중성지방 수치에 따른 사망률 변화를 관찰했다.

환자들은 중성지방에 따라 정상단계의 저중성지방(<100mg/dL), 정상단계의 고중성지방(100~149mg/dL), 고중성지방혈증 경계치(150~199mg/dL), 중등도 고중성지방혈증(200~499mg/dL), 중증 고중성지방혈증(≥500mg/dL)으로 분류됐다.

이들을 22년간 장기적으로 관찰한 결과 연령과 성별을 보정한 상태에서 생존율이 각각 41%, 38%, 36%, 35%, 25%로 차이를 보였다(P<0.001). 중증 고중성지방혈증 그룹의 사망위험은 정상단계의 저중성지방 그룹과 비교해 1.68배나 높았다(P<0.001).

특히 중성지방이 100~149mg/dL로 위험수위에 걸려 있는 경우에도 이보다 낮은 환자들과 비교해 사망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피브레이트 병용 부분적 권고…맞춤형 지질치료 주문

미국당뇨병학회(ADA)는 올 초 발표한 새 당뇨병 가이드라인에서 스타틴과 피브레이트 병용요법을 부분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당뇨병 환자의 지질조절에 있어 중성지방 치료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아직 중성지방 치료의 심혈관질환 예방효과가 명확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특정 하위그룹 환자에게 사용을 주문한 것이다.

ADA는 당뇨병 환자의 지질치료와 관련해 "스타틴과 피브레이트의 병용은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개선혜택을 입증하지 못해 전반적으로는 권고되지 않는다"면서도 "중성지방이 204mg/dL 이상이면서 HDL 콜레스테롤이 34mg/dL 이하인 경우에서 스타틴과 페노피브레이트 병용요법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며 환자의 임상특성에 따른 맞춤형 지질치료를 주문했다.

△ 피브레이트


현재까지 중성지방을 조절하는 대표적인 약제는 피브린산유도체로 알려져 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이상지질혈증 치료지침에 따르면, 이 약제는 중성지방을 20~50%까지 낮추고 HDL 콜레스테롤도 10~15% 정도 증가시킨다.

특히 중성지방이 높고 HDL 콜레스테롤이 낮은 경우에 더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학회는 피브린산유도체의 임상적용과 관련해 "고중성지방혈증에 투여할 수 있으며, LDL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 동시에 증가돼 있는 혼합형 이상지질혈증에서 스타틴과 병용투여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이러한 중성지방 조절효과가 궁극적으로 심혈관사건 위험을 줄이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학계의 컨센서스가 명확히 확립돼 있지 않다.

다만 중성지방이 높고 HDL 콜레스테롤이 낮은 복합형 이상지질혈증 또는 죽상동맥경화증 호발성 이상지질혈증 환자에서 일관되게 스타틴과 피브레이트 병용요법의 심혈관사건 감소혜택이 보고되고 있다.

△스타틴 + 피브레이트

ACCORD-Lipid 연구는 피브레이트의 지질인자 표적치료 효과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전반적인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심바스타틴으로 치료받고 있는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을 페노피브레이트와 위약군으로 나눠 치료•관찰한 결과, 심혈관사건 발생빈도가 10.52%(연간 2.2%) 대 11.26%(연간 2.4%)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연구팀은 특정 하위그룹에 주목했다. 중성지방이 200mg/dL를 초과하고 HDL 콜레스테롤은 35mg/dL 미만으로 낮은 하위그룹을 별도로 분석한 결과, 피브레이트 병용군의 심혈관사건 빈도가 위약군에 비해 30% 가까이 감소한 것.

통계적 유의성의 기준인 P값이 0.03으로 피브레이트의 추가적인 임상혜택에 유의성을 부여할 수 있는 수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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