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환자 7200만 명 전망, 서양의 4배…고령화·미진한 항응고치료가 원인"

2050년까지 아시아에서만 심방세동(AF) 환자수는 약 7200만 명, 이로 인한 뇌졸중 환자수는 290만 명으로 서양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는 지난해 말 Europace에 실린 같은 기간 조사 결과로, 미국 심방세동 환자는 1590만 명, 유럽 1710만 명과 비교할 때 3~4배 많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증가세의 주된 원인으로 심방세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뇌졸중의 낮은 인지도와 미진한 항응고제 치료를 꼽았다. 현 시점에서 심방세동 증가세를 늦추기 위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아시아 지역을 넘어서 전 세계에서 심방세동, 뇌졸중 유병률이 현저히 증가해 막대한 의료비 지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심방세동으로 인한 뇌졸중 위험 심각

그렇다면 비아시아 대비 아시아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위험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대만 양밍의대 Chiang CE 교수팀의 연구결과를 보면 아시아인과 비아시아인이 뇌졸중 발생 위험도 측정 기준인 'CHA2DS2-VASc score'가 비슷함에도 뇌졸중 사망률은 아시아인에서 더욱 높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CHA2DS2-VASc score가 2점 이상인 고령 환자는 비아시아인 환자보다 뇌졸중 위험이 훨씬 높았다. 치료를 받지 않은 아시아 고령 환자도 뇌졸중 위험이 8.2배인 반면, 비아시아인은 3.7배로 나타났다[Europace. 2015 Oct;17 Suppl 2:ii31-ii39. doi: 10.1093/europace/euv231].

이뿐만이 아니다. 심방세동으로 인해 뇌졸중이 발생한 환자는 다른 원인으로 인해 뇌졸중에 걸린 환자보다 입원 기간이 길고, 영구장애를 입을 가능성은 60%, 사망위험은 20%, 생존하더라도 다른 유형의 뇌졸중을 동반할 위험 역시 배제할 수 없다[Int J Cardiol. 2015 Jul 15;191:244-53. doi: 10.1016/j.ijcard.2015.03.369. Epub 2015 Mar 27].

아시아 환자 와파린 출혈위험 높아

여기서 주목할 점은 아시아 심방세동 환자 사망률이 비아시아인보다 상대적으로 높다는 사실이다.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진한 항응고제 치료로 인해 심방세동 환자가 전혀 줄지 않는 현실을 방증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실제 아시아 심방세동 환자의 경구용 항응고제 치료율은 서양과 비교했을 때 매우 낮은 수준이다[Circulation 2014;129:837-847].

 

급속한 고령화를 겪고 있는 아시아 지역에서 심방세동 유병률이 가속화될 전망인 가운데 치료적 혜택을 고려한 항응고요법이 적절히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이 같은 문제의 중심엔 와파린 요법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항응고요법 중 경구용 항응고제는 광범위한 영역에서 유발되는 혈전증의 장기적인 치료 및 예방에 사용되는데, 비타민 K 길항제와 헤파린에 의한 항응고 요법이 시작된 지 50여 년이 지났음에도 와파린은 신규 경구용 항응고제가 개발되기 전까지 장기간 투여가 인정된 거의 유일한 치료제였다.

하지만 이후 개발된 신규항응고제(NOAC)와 와파린을 비교·분석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비타민 K 길항제인 와파린이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이 많았다. 환자 질병 상태에 따라 약물 영향이 달리 반응해 치료 적정선을 맞추는 데 어려움이 따랐고, 일부 환자들에서 출혈합병증 동반 위험성도 나타났다.

이는 아시아 심방세동 환자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와파린 치료 시 아시아 심방세동 환자가 비아시아인보다 두개내 출혈 위험이 2~4배 정도 높았고, 이로 인한 사망률도 훨씬 증가했기 때문이다[Int J Cardiol. 2015 Jul 15;191:244-53. doi: 10.1016/j.ijcard.2015.03.369. Epub 2015 Mar 27].

대표적인 연구결과들이 몇 가지 있지만, 아시아인과 비아시안인 심방세동 환자 모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를 보면, 와파린 치료군에서 주요출혈에 비열등성이 입증됐고, 뇌졸중 및 전신색전증 위험도 높았다.

아직까지 아시아인만을 대상으로 한 하위분석 데이터가 많지 않지만, 지금까지 나온 연구결과들을 감안하면, 아시아 환자들이 와파린을 지속 복용할 경우 두개내 출혈 위험 등을 비롯한 여러 가지 부작용을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 필요"

최근 싱가포르에서 만난 싱가포르 국립심장센터 Tan Ru San 교수는 "아시아 지역 고령화 인구가 증가하는 만큼 심방세동 유병률도 치솟고 있지만, 여전히 진단이 안 되거나, 치료가 덜된 환자들이 많다"면서 "또 와파린은 뇌졸중 유병률 및 사망률은 물론, 출혈위험과도 연관이 있다는 보고가 축적되고 있다. 와파린도 분명 좋은 약제지만, 환자에게 적용하는데 매우 까다로운 약물로, 이제는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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