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보다 효능` 의사가 선택

`PPA 파동` 이후에 국내에서 시판되고 있는 각종 약물들이 안전한지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과 궁금증이 가중되고 있다.
 또한, 위해성 우려로 외국에서 이미 사용 중지된 의약품의 국내 시판 현황과, 국내에서는 어떤 단계를 거쳐 시판되고 있으며, 의약품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미국식품의약국에서 판매금지 조치가 취해져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판매되고 있는 의약품인 설피린과 테르페나딘에 대해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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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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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과립구증등 부작용 심각
심각한 발열·암통증에 투여
1979년 美선 판금…英·獨 사용

 설피린은 다이피론, 아미노피린 설포네이트, 아날기넘, 메타미졸, 메타피론, 노라미도피린 등의 별칭을 가지는 피라졸론계 비스테로이드성소염제(NSAID)다. 다양한 원인에 의한 발열을 치료하는데 효과적이지만, 무과립구증, 용혈성빈혈, 재생불량성빈혈, 과민성쇼크 및 심각한 피부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이외에도 저혈압, 기관지경련, 구역, 구토 등의 부작용을 가진다.
 설피린은 효과적인 진통해열제이지만, 심각한 부작용(특히 무과립구증)이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진통제로는 잘 사용되지 않는다. 다른 방법으로는 해소되지 않는 심각한 발열 또는 생명을 위협하는 발열이나 암 통증에 이용된다. 미국에서는 1979년 판매가 금지되었으나, 영국·독일 등에서는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88년부터 8년간의 검토과정을 거쳐 96년 복합제에 대하여 허가제한하고 단일제의 경우 의사의 처방에 의해서만 사용토록 했으며 그 사용을 `다른 제제로 효과가 없을 경우`로 제한했다. 현재 단일제만 14개 품목이 생산되고 있다.
 국내 역학조사 결과, 무과립구증 발현율은 연간 100만 명당 2~3명으로 서유럽국가에 비해 발생수준은 다소 낮으나 성별, 연령별 발생양상은 거의 동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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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르페나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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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혈관계 질환 유발 가능성
특정약물 함께 사용때 위험 증가
美·加 판매 중단…英선 처방


 테르페나딘은 전통적인 항히스타민제와는 다른 구조를 가지는 선택적 히스타민-1 수용체 길항제다. 테르페나딘은 작용시간이 길어서 1일 2회 복용하며, 전통적인 항히스타민제와는 달리 졸음을 유발하거나 운전 능력을 손상시키지는 않는다.
 심혈관계 부작용(QT 간격 연장, 심실성 부정빈맥)이 가끔 발생할 수 있으며, 특히 케토코나졸, 에리스로마이신, 클래리스로마이신, 테르페나딘의 대사를 저해하는 다른 약물 또는 부정맥유발 약물과 함께 사용할 경우 그 발생률이 높아진다.
 테르페나딘은 1998년 제조사인 훽스트 마리온 러셀이 미국식품의약국의 권고에 따라 자발적으로 판매를 중지했다. 그 이유는 테르페나딘이 항생제와 항진균제를 포함하는 특정 약물과 함께 사용될 경우 심각한 심혈관계 질병이 발생할 수 있으며, 1997년 같은 회사의 펙소페나딘이 허가됨으로써 테르페나딘과 같은 적응증에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이 시판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98년 허가사항에 심혈관계 부작용을 추가했으며, 99년 약효재평가를 실시하여 120㎎ 이상은 허가를 제한하고 120㎎ 이하만을 사용토록 했다. 120㎎ 이하에서는 그 부작용 발생의 위험이 높지 않다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권고에 의한 결정이었다.
 테르페나딘은 현재 미국, 캐나다 등에서는 판매가 중단됐으며, 영국 등 몇몇 나라에서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복용하는 전문의약품으로 시판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20㎎ 이하 단일정제가 전문의약품으로 시판되고 있다.


 `PPA 파동`을 계기로 의약품의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하지만 효과를 나타내는 모든 약물은 부작용도 있게 마련이다.
 설피린과 테르페나딘도 그 위험에 비해 유효성이 뛰어나다는 판단 하에 지속적인 시판을 결정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환자에게 이들 약물을 사용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사람은 의사다. 약물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지식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도 의사다.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약물을 처방 하기 위해, 의사의 약물 안전성에 대한 지속적 관심이 요구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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