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부 박선재 기자

에이즈 환자를 병원에 입원시켜야 한다는 정부 발표에 대처하는 노인요양병원협회의 자세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백범기념관에서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춘계 학술세미나가 개최됐다. 두번째 세션에서 '에이즈환자의 요양병원 입원 강행에 따른 문제점'에 대해 발표하고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노인요양병원 학술 세미나에서 에이즈 환자에 입원에 대한 토론의 장이 열린 것은 지난해 12월 30일 보건복지부가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 환자가 요양병원에 입원이 가능하고, 병원이 입원을 거부하면 진료거부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법령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세션의 발표자는 물론 패널들은 에이즈 환자를 입원시켰을 때 입원환자의 감염관리가 어렵고, 에이즈환자를 케어할 병원 내부의 준비 부족 등의 이유를 들어 복지부의 법령을 따를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러한 요양병원들의 주장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협회가 일반인, 환자, 보호자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95%가 복지부 지시에 동의할 수 없다고 답했다. 에이즈환자의 입원이 요양병원의 존립을 흔들 수 있는 폭탄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문제는 이날 학술대회 패널로 초대된 모 학부모 단체 인사의 발언이었다. 그는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무시하는 막말을 거침없이 쏟아냈고, 질병관리본부 인사들이 복지부로 복귀해야 하기 때문에 일처리에서 에이즈환자들을 봐주고 있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말들을 했다.

협회가 하고 싶은 말을 타인의 입을 통해 듣는 것은 잠깐 속시원할 수 있지만,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은 요양병원협회다. 정부를 원초적으로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지금 요양병원협회에게 필요한 것은 한번의 감정풀이가 아니라 정부를 논리적으로 설득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제안으로 어려움을 풀어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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