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준 기자
면역항암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난해부터 암관련 국내외 학회의 핫 토픽은 모두 면역항암제가 차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새로운 면역항암제가 주목받는 이유는 효과와 부작용 개선이다. 면역항암제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사이토카인은 모든 면역세포의 기능을 항진시킨다.

그 덕분에 효과는 크지만 부작용이 매우 크다는 단점이 있다. 정상적인 면역기전까지 파괴하면서 정상 면역세포를 파괴하거나 늘리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최근 허가된 면역항암제는 면역세포에 있는 PD-1과 같은 수용체 관문(Checkpoint)을 억제하므로 효과는 높고 부작용은 거의 없앤 기전이다. 따라서 명칭도 면역관문억제 항암제가 더 정확한 표현이다.

실제 효과도 드라마틱한 것으로 보고된다. 올초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4기 이상의 흑색종 환자였는데도 거의 완치가 됐다고 소개한 것처럼 실제로 말기 암환자에도 효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정상생활이 가능한 상태로 말이다.

지난해 아시아 최초로 열린 유럽임상종양학회 아시아(ESMO-AISA)에서는 중국인 폐암환자 사례가 소개됐는데, 당시 싱가포르대학 다니엘 찬 교수는 암종양이 거의 사라지고 정상생활이 가능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국내에도 있다. 연세의대 폐암센터 조병철 교수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임상 증례를 통해 환자 종양이 한달만에 눈에 보일 정도로 줄었다고 보고했다. 또 삼성서울병원 암센터 안명주 교수도 한 환자에서 뛰어난 효과를 경험했다고 털어놓았다.

이러한 효과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국내 환자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아직은 적응증을 받지 못한 폐암에 환자들의 관심이 높다.

하지만 장벽은 높다. 한 달에 천여만원이나 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부유한 환자외에는 엄두조차 내기 힘들다. 결국 급여가 관건이다. 학계는 면역항암제를 필요로 하는 환자군을 모두 급여해줄 경우 약 2조원의 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대한임상종양학회는 이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테스크포스팀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회가 보험정책 제안을 위해 보험위원회를 두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TF팀까지 꾸리는 것은 그만큼 사안이 다르다고 보기 때문이다.

때문에 학회가 제시한 기준이 이번 급여화에 매우 중요한 기준점이 될지도 모른다. 학회는 환자선정과 투여대상 그리고 투여기간에 대한 기준을 제시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특히 어디서 어떻게 누가 주도해 투여해야 하는 부분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하다는 이유로 비 전문의들의 사용에 따른 우려다. 연세의대 조병철 교수는 "면역치료제가 만병통치약처럼 사용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아직 준비과정인데 관계 당국도 면역항암제 급여를 놓고 고민이 역력한 모습이다. 고민이 큰 만큼 학회와 협력을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만큼은 제약사들의 판단도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면역항암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제약사도 있기 때문에 급여 실패는 치명적이다. 그런 만큼 이번만큼은 제약사도 현명한 협상력을 보여줘야할 때다.

약물 중에서도 가장 어렵다는 항암제 급여 통과. 또한 고가 면역항암제라서 더더욱 어렵다는 편견이 지배적인데 이번 기회에 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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