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틴 + 피브레이트로 맞춤형 지질치료 담보

 

최근의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이 전하는 핵심 메시지는 ‘보다 엄격한 지질조절’로 함축할 수 있다.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에서 LDL 콜레스테롤 70mg/dL 미만 목표치는 이제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여기에 이상지질혈증의 진단과 치료에 있어 LDL 콜레스테롤과 함께 중성지방, HDL 콜레스테롤, LP(a), apoB 등 여타 지질인자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현재 이상지질혈증의 치료는 LDL 콜레스테롤에만 집중하던 과거의 패턴에서 벗어나 고LDL콜레스테롤혈증, 고중성지방혈증, 저HDL콜레스테롤혈증을 총괄하는 종합적인 접근법을 구사하고 있다. LDL 콜레스테롤은 여전히 이상지질혈증 치료의 주요 타깃이다. 스타틴을 통한 적극적인 LDL 콜레스테롤 조절이 이상지질혈증 치료전략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한편 중성지방, HDL 콜레스테롤 등이 심혈관질환의 새로운 위험인자로서의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는 가운데, LDL 콜레스테롤 조절에도 불구하고 남아 있는 심혈관질환 위험을 근절하기 위한 방안으로 고중성지방혈증과 저HDL콜레스테롤혈증에 대한 공략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유럽심장학회(ESC)·동맥경화학회(EAS)는 “관상동맥질환 환자에서 LDL 콜레스테롤이 70mg/dL 미만이더라도 중성지방이 높고 HDL 콜레스테롤이 낮으면 심혈관질환 이환 및 사망위험이 증가한다”고 강조해 왔다.

학계는 이상지질혈증 환자에서 관찰되는 이러한 특성을 ‘심혈관질환 잔여 위험도(residual risk)’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스타틴 하나만으로는 이상지질혈증 병태 전체를 치료하기 어렵다는 것으로, 높은 중성지방과 낮은 HDL 콜레스테롤 환자의 심혈관질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스타틴과 비스타틴계 지질치료제의 병용이 요구되고 있다.

한국인의 고중성지방혈증
특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인들은 고중성지방혈증 위험이 서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아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우리나라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30세 이상 성인의 고콜레스테롤혈증(총콜레스테롤 240mg/dL 이상 또는 콜레스테롤강하제 복용) 유병률은 2011년 현재 13.8%를 기록 중이다. 반면 고중성지방혈증(중성지방 200mg/dL 이상)은 16.5%로 고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을 웃돌고 있다.

가장 최근에 보고된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의 ‘Dyslipidemia Fact Sheet in Korea 2015’에서도 이상지질혈증의 3개 카테고리 별 유병률이 고LDL콜레스테롤혈증 15.5%, 고중성지방혈증 18.6%, 저HDL콜레스테롤혈증 28.4% 순으로 보고됐다.

중성지방 강하기전
현재까지 중성지방을 조절하는 대표적인 약제는 피브린산유도체로 알려져 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의 이상지질혈증 치료지침에 따르면, 이 약제는 중성지방을 20~50%까지 낮추고 HDL 콜레스테롤도 10~15% 정도 증가시킨다. 특히 중성지방이 높고 HDL 콜레스테롤이 낮은 경우에 더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학회는 피브린산유도체의 임상적용과 관련해 “고중성지방혈증에 투여할 수 있으며(Class I), LDL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 동시에 증가돼 있는 혼합형 이상지질혈증에서 스타틴과 병용투여할 수 있다(Class IIa)”고 권고했다.

2011년 발표된 유럽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은 대표적 피브린산유도체인 피브레이트가 중성지방을 50%까지 낮추고 HDL 콜레스테롤은 10~15%까지 높인다며 고중성지방혈증(Class I)과 저HDL콜레스테롤혈증(Class IIb)의 약물치료에 권고하고 있다. 이처럼 피브레이트의 지질조절 효과와 안전성은 여러 연구를 통해 검증받아 왔다.

하지만 이러한 중성지방 조절효과가 궁극적으로 심혈관사건 위험을 줄이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학계의 컨센서스가 명확히 확립돼 있지 않다. 다만 중성지방이 높고 HDL 콜레스테롤이 낮은 복합형 이상지질혈증 또는 죽상동맥경화증 호발성 이상지질혈증 환자에서 일관되게 스타틴과 피브레이트 병용요법의 심혈관사건 감소혜택이 보고되고 있다.

피브레이트
피브레이트 단독 또는 스타틴에 더해지는 병용요법의 임상혜택을 검증한 무작위·대조군 임상연구(RCT)는 HHS, VA-HIT, BIP, FIELD, ACCORD-Lipid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연구는 FIELD와 ACCORD-Lipid 연구다.

FIELD 연구는 스타틴 치료를 받지 않았던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페노피브레이트와 위약의 관상동맥사건 감소효과를 비교·평가했다.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두 그룹의 관상동맥사건 빈도가 5.2% 대 5.9%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세부분석에서 피브레이트는 위약에 비해 비치명적 심근경색증과 관상동맥 재형성술 위험을 낮추면서 전체 심혈관사건 빈도를 유의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보고됐다. 또한 알부민뇨나 망막증 등 당뇨병 환자의 미세혈관합병증 위험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FIELD 연구 하위분석에서는 만성 신장질환과 당뇨병을 동반한 이상지질혈증 환자에서 페노피브레이트가 위약군에 비해 심혈관사건 위험을 유의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확인됐다(Diabetes Care 2012:35:218-225).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만성 신장질환 환자에서 나타나는 높은 중성지방과 낮은 HDL 콜레스테롤의 특성을 피브레이트가 효과적으로 공략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스타틴·피브레이트 병용
ACCORD-Lipid 연구는 피브레이트의 지질인자 표적치료 효과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역시 전반적인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심바스타틴으로 치료받고 있는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을 페노피브레이트와 위약군으로 나눠 치료·관찰한 결과, 심혈관사건 발생빈도가 10.52%(연간 2.2%) 대 11.26%(연간 2.4%)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연구팀은 특정 하위그룹에 주목했다. 중성지방이 200mg/dL를 초과하고 HDL 콜레스테롤은 35mg/dL 미만으로 낮은 하위그룹을 별도로 분석한 결과, 피브레이트 병용군의 심혈관사건 빈도가 위약군에 비해 30% 가까이 감소한 것.

통계적 유의성의 기준인 P값이 0.03으로 피브레이트의 추가적인 임상혜택에 유의성을 부여할 수 있는 수치였다. 한편 2010년 발표된 메타분석에서는 피브레이트를 통해 심혈관사건 위험을 13% 감소시킬 수 있으며, 이같은 효과는 중성지방 수치가 200mg/dL 이상으로 높은 환자들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으로 보고됐다(Lancet 2010;375;1875-1884).

 

ADA says…
미국당뇨병학회(ADA)는 이 같은 근거에 기반해 올해 초 발표된 새 당뇨병 가이드라인에서 스타틴과 피브레이트 병용요법을 부분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ADA는 당뇨병 환자의 지질치료와 관련해 “스타틴과 피브레이트의 병용은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개선혜택을 입증하지 못해 전반적으로는 권고되지 않는다”면서도 “중성지방이 204mg/dL 이상이면서 HDL 콜레스테롤이 34mg/dL 이하인 경우에서 스타틴과 페노피브레이트 병용요법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며 환자의 임상특성에 따른 맞춤형 지질치료를 주문했다.

신장질환 환자
피브레이트의 임상혜택은 만성 신장질환(CKD)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에서도 제시되고 있다. 중성지방 저하, HDL 콜레스테롤 상승 기전의 피브레이트가 CKD 환자의 심혈관사건 위험을 30%까지 낮추는 것으로 보고됐다. 호주 시드니대학의 준(Min Jun) 교수팀은 J Am Coll Cardiol 2012;60:2061-2071에 ‘신장질환 환자에서 피브레이트의 효과’에 관한 메타분석 결과를 발표, “CKD 환자의 지질이상과 심혈관사건 위험을 개선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경증 ~ 중등도의 CKD 환자에서 피브레이트의 광범위한 적용을 지지한다”며 비스타틴계 지질치료제의 선택을 주문했다.

사구체여과율(GFR)이 60 미만인 경증 ~ 중등도의 CKD 환자에서 피브레이트는 총콜레스테롤(-0.32mmol/L, P=0.05), 중성지방(-0.56mmol/L, P=0.03), HDL 콜레스테롤(+0.06mmol/L, P=0.001) 등 지질 전반을 개선했다. GFR이 30~59.9인 환자에서는 주요 심혈관사건 위험이 30%(P=0.004), 심혈관 원인의 사망은 40%(P=0.03)까지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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