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OS 기획-1]증상 조절되지 않는 중증 천식, 폐기능검사 실시

▲ 호흡기분야에 천식-COPD 중복증후군, 일명 ACOS의 실체가 공인받기 시작했다. 논쟁이 말끔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최근까지 공대된 다양한 연구결과를 통해 발자취를 짚어봤다.
호흡기분야에는 천식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의 관리를 두고 시름이 깊다. 두 질환의 특징들이 한 환자에서 모두 발견되는 경우를 종종 마주하기 때문이다. 기존 진단법으로는 해당 환자에 아리송한 해석이 나오는 게 당연한 일.

오랜 논쟁이 말끔히 가신 것은 아니지만, 최근 학계는 이를 '천식-COPD 중복증후군(Asthma-COPD Overlap Syndrome, ACOS)'으로 새롭게 정의하는데 최종 합의를 마쳤다.

세계천식기구(GINA)와 세계폐쇄성폐질환기구(GOLD)가 작년 개정된 진료지침을 통해 ACOS의 임상적 실체(clinical entity)를 비로소 인정한 것이다. 국내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기존 치료전략으로 관리가 어렵던 난치성 천식 및 COPD 진단 환자에 보다 명쾌한 해법을 찾는 상황에서, 그간의 연구결과를 통해 이제 첫발을 내딛은 ACOS의 위치를 짚어봤다.

기획 1

기획 2

"천식·COPD 환자 15% ACOS일 것으로 추정"

현재 대부분의 진료지침에서는 환자들의 과거력, 폐기능검사 결과 등을 토대로 천식과 COPD를 따로 떼어놓고 바라본다.

이를테면 알레르기 질환인 천식과 흡연이 큰 영향을 미치는 COPD의 발생시기에도 구분을 둔다. 천식은 비교적 젊은 연령대에 호발하지만 COPD의 발병시기는 40세 이후로 이보다 늦다. 또 병태생리에 관계하는 세포도 전혀 다르다. COPD는 대식세포(macrophage)와 CD8 양성 T세포, 호중구(neutrophil)가 대표적인 반면, 천식은 비만세포(mast cell) 및 CD4 양성 T세포, 호산구(eosinophil) 등이 주로 관여한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천식과 COPD가 실제 진료현장에서도 이처럼 확연히 구별될까? 현실은 달랐다. 뒤늦게 성인에서 천식을 진단받는 경우도 적지 않았고, COPD 환자에선 악화를 반복하며 증세 역시 다양하게 보고됐다.

미국 UCLA 데이비드게픈의대 Tashkin DP 박사팀이 2008년 2월 6일 유럽 호흡기학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COPD 환자에서도 기관지확장제에 최소 한 번 이상 반응을 보인 경우가 절반 이상을 넘었다'고 보고했다.

천식 환자만이 기관지확장제나 스테로이드에 반응을 나타낸다는 그간의 구별점을 무색케 한 것이다. 때문에 발병시기, 질병과정, 기관지확장제반응(BDR) 등은 천식과 COPD를 구분 짓는데 도움은 될 수 있지만, 절대적인 판정 기준이 아니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ACOS가 자리한다. 과거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 천식환자 대부분은 중증천식으로 분류돼 진단과 치료가 이뤄졌지만, 이러한 환자들에 폐기능 검사를 통해 비가역적 폐기능 손상이 있다면 COPD가 동반된 ACOS로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울산의대 이상도 교수(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는 "GOLD 2015 업데이트에 따르면, ACOS는 천식과 COPD의 다양한 임상적 특징을 공유하며 특히 40세 이상에서 뚜렷한 발생률과 지속적인 기류제한을 나타낸다고 명시됐다"며 "현재 보고된 유병률은 15~55%로 그 격차가 큰데 이는 성별, 연령대 차이에 기인한 것으로 천식과 COPD 진단 환자 가운데 15~20%가 ACOS에 해당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문제점을 짚었다.

네덜란드 가설 vs 영국 가설

 

ACOS가 뜬금없이 등장한 개념은 아니다. 지금까지도 천식과 COPD가 별개의 질환인 동시에 같은 질환의 다른 표현형(phenotype)이라는 가설이 여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예가 '네덜란드 가설(Dutch hypothesis)'과 '영국 가설(British hypothesis)'. 전자는 천식과 COPD가 동일 질환이므로 이분법적인 잣대로 딱 잘라 구분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편다. 반면 영국 가설에서는 이를 전면 부정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논쟁의 시발점은 지난 196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Royal van Gorcum;1961:43-59). 네덜란드에서 열린 기관지염 국제심포지엄에서 ACOS의 단초가 되는 연구가 발표된 후로, 2004년 Chest 학회지에는 미국 웨이크포레스트의대 인간유전의학 Bleecker ER 교수팀의 Dutch hypothesis 연구결과가 실리면서 활발한 논의가 시작됐다(Chest. 2004; 126(2 Suppl):93S-95S; discussion 159S-161S).

이 기간에는 천식과 COPD의 확실한 감별법을 찾는 데 주력한 다양한 연구결과가 쏟아졌다. 프랑스 아르노빌누브병원 호흡기내과 Bourdin A 교수는 두 질환을 감별하는 데 기관지 생검이 필요한가를 주제로 흉부학(Thorax) 저널 2004년 5월판에 연구 한 편을 발표한다(Thorax. 2004; 59(6):488-93). 결과에선 이마저도 천식과 COPD를 감별하는 데 근거가 부족하다는 평이었다.

조직생검에 이어 유전자 연구에서도 두 질환에 확실한 감별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네덜란드 그로닝언의대 유전의학과 Smolonska J 교수팀은 2014년 Dutch hypothesis와 관련해 유전체 분석결과를 내놓는다(Eur Respir J. 2014;44:860-872). Smolonska 교수팀이 실시한 전장유전체연관분석연구(genome-wide association study, GWAS)는 유전자 하나 하나를 비교분석하는 첨단 연구법이다. 해당 코호트 결과에서도 천식과 COPD 사이에는 유전적 소인에 차이가 없으며, 여러 환경적 인자들에 의해 판별이 불분명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더해 해당 환자에서 나타나는 임상적인 표현형조차도 경계가 모호하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미국 브리검여성병원의 Hardin M 박사팀은 2014년 5월 29일 유럽 호흡기학저널에 ACOS 환자의 유전적·임상적 특징을 분석한 연구를 공개했다(Eur Respir J. 2014; 44(2):341-50). 환자의 표현형을 분석한 GWAS 연구결과 3개 유전자의 유전적다형성(polymorphisms)이 ACOS와 관련이 있었다고 보고했다.

"치료반응 없는 환자 ACOS 의심"

실제 천식과 COPD 환자의 구별에서 경계가 확실치 않다는 게 ACOS가 거론되는 이유기도 하다. 지난 1월 공개된 코호트 연구에서 ACOS의 실체는 다시금 확인됐다. 스페인 Son Espases병원 호흡기내과 Cosio borja 교수팀이 진행한 이번 COPD 코호트 연구(CHAIN 임상연구)는 국제 저널인 흉부학회지 1월 6일자에 게재됐는데, 주목할 점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된다(Chest 2016;149(1):45-52).

결과에서 COPD 확진 환자를 대상으로 1년간 추적관찰한 결과 총 831명의 COPD 환자에서 125명(15%)이 천식이 동반된 ACOS 환자들로 판명났다. COPD 환자 중에서도 치료가 잘 되지 않는 환자는 ACOS를 한번쯤 의심해 볼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ACOS로 확인된 이들 15% 가운데 98.4%는 관련 증세가 1년 후까지 지속됐고, ACOS 진단 환자들은 남성(81.6%)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증세는 경증에서 중등증인 경우가 67%로 많았다. 또 이들은 흡입용 스테로이드(ICS)를 사용하는 경우가 63.2%였다.

그러나 결과치를 살펴보면 ACOS가 동반된 환자에서 질환의 예후가 더 나쁠 것이란 기존 학계의 예상이 빗나갔다. 오히려 ACOS 환자가 COPD 단독 환자에서보다 예후가 좋았던 것.

이는 폐기능 손상, 악화, 입원율, 사망률 등의 환자 아웃컴과 관련해 ACOS로 진단되는 환자들의 예후가 상대적으로 나쁘다는 이전 소규모의 연구들과는 배치되는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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