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 서울의대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제2형 당뇨병은 죽상동맥경화증을 바탕으로 한 심혈관질환이 발생해 사망하는 경우가 높으며, 당뇨병의 유병기간이 길수록 결국 대부분이 관상동맥질환이나 뇌졸중 등 심혈관 합병증으로 사망한다. 이런 과정은 당뇨병과 동반된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이 같이 작용해 죽상동맥경화증을 일으키고 이로부터 심·뇌혈관질환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간 많은 연구에서 혈당, 혈압, 고지혈증의 조절이 이러한 죽상동맥경화증 발생을 억제하는 데 효과적임을 보여주었다. 최근에는 혈소판 활성화가 죽상동맥경화증의 시작 및 진행에 주요인자로 작용하고 있음에 주목하여 항혈소판제 사용에 관심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당뇨병 환자는 심혈관질환의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만큼, 항혈소판제를 처방하는 것이 대원칙이다. 중등도 이상의 심혈관질환 위험 환자에게는 어떠한 형태로든 항혈소판제의 처방을 권고하지만, 위험도가 매우 낮은 경우에는 처방에서 제외할 수도 있다. 항혈소판요법의 위험 대비 혜택(또는 혜택 대비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사용되는 아스피린은 여러 임상연구와 메타분석에서 심혈관질환 1차예방 목적으로 적용 시에 위약 대비 유의한 혜택을 확인하지 못했다. 반면 부작용, 즉 위장관계 출혈·식도염·위궤양 위험은 2배 이상 높았다.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1차예방 전략에 반드시 필요한 항혈소판요법이기는 하지만, 혜택과 위험의 균형을 고려한다면 전반에 무조건적으로 적용하기는 힘들다.

 

이에 환자의 죽상동맥경화증에 대한 평가를 하고, 이런 상태가 이미 존재하는 경우 항혈소판제를 처방하는 보다 안전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경동맥 초음파를 통해 경동맥내의 죽상동맥경화증을 평가할 수 있다. 이는 경동맥의 내막-중막 두께(carotid intima-media thickness)를 측정하고 석회화된 죽상반의 유무 등을 관찰함으로써 관상동맥의 죽상경화의 정도를 예측하는 방법이다. B-mode 영상으로 내강-내막의 경계선에서부터 중막-외막의 경계선까지의 거리를 측정해 총 경동맥부, 경동맥 구부, 분지부로 나눠 각각의 최고 측정치를 구한다<그림 1>. 보통의 경우 0.9mm 이상이거나 죽상경화반이 존재하는 경우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

요약해보면, 당뇨병이면서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흡연 등의 위험인자를 하나 이상 보유한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환자의 1차예방을 위해 적극적으로 항혈소판제를 처방하는 것이 대원칙이다. 일반적으로 아스피린이 권고되지만, 맞춤치료를 고려하면 고연령에 따른 출혈위험과 함께 말초동맥질환(peripheral arterial disease)이나 뇌졸중 위험이 높은 환자들에게는 실로스타졸(cilostazol)을 선택할 수 있다. 실로스타졸은 PDE3(phosphodiesterase type 3)를 억제해 cAMP(cyclic adenosine monophosphate)의 수치를 증가시킨다. cAMP가 혈소판 활성화의 모든 과정에서 중심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cAMP를 통해 혈소판 활성화의 대부분의 기전을 차단할 수 있으므로 이론상 가장 이상적인 항혈소판제라 할 수 있다<그림 2>.

 

특히 이런 통합적인 혈소판 억제작용으로 실로스타졸을 적용한 많은 임상연구에서 경동맥 죽상경화증의 발생 및 진행을 아스피린 대비 현저히 줄임을 보여 주었다. 또한 PDE3는 혈소판 외에 혈관 평활근세포, 심근세포, 지방세포 등에도 존재하기 때문에 다각적인 측면에서 부가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일부 보고에 따르면 아시아인, 특히 한국인의 경우에는 아스피린 저항성과 위장관계 출혈 부작용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말초동맥질환 관리나 심·뇌혈관질환 예방이 목적이라면 아스피린 이외에도 실로스타졸 등 조금 더 효과적인 약제를 선택하는 것이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최근 실로스타졸의 작용시간을 늘려 하루 한 번 복용할 수 있는 서방형 제형이 소개되어 환자들에게 보다 편하게 투여할 수 있게 되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