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의대 김철식 교수

▲ 사진·고민수 기자

“메트포르민이 최근 개발됐다면 어떤 신약보다도 큰 가치를 부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혈당조절과 궁극적인 혈관합병증 예방에서 안전성까지, 뒤이어 나온 어떠한 혈당강하제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이처럼 신약의 가치를 지니고 유지해 온 약제를 저비용으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메트포르민의 역설적 가치를 엿볼 수 있다. 여기에 최근 일부 부작용 위험, 제형, 용법 등 복약 순응도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을 개선하는 쪽으로 혁신이 이뤄지고 있어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서 메트포르민의 미래가 여전히 밝다.”


‘메트포르민 치료에 더해지는…’. ‘메트포르민과 병용전략으로서…’. 최근 발표되는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약물치료 관련 임상연구들은 이 같은 제목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2형 당뇨병의 치료에서 메트포르민이 1차선택으로서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국내외 가이드라인 대부분은 메트포르민을 제2형 당뇨병 약물치료의 1차선택으로 제시하고 있다. 2015년 대한당뇨병학회 진료지침에 이어 2016년의 미국당뇨병학회(ADA) 가이드라인 역시 어김없이 메트포르민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림의대 김철식 교수(한림대성심병원 내분비내과)는 이처럼 특정 계열의 약제가 오래도록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데 대해 “메트포르민이 신약의 가치를 계속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꼽았다.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약제면서도 뒤이어 개발된 어떤 혈당강하제와 비교해도 우수한 유효성과 안전성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기본 전제다. 메트포르민의 오랜 임상경험은 저비용을 담보하는 동시에 또 다른 혁신도 예고하고 있어 더욱 큰 새로움의 이미지로 다가온다.

- 올해도 어김없이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약물치료 1차선택에 메트포르민이 포진됐다. 메트포르민 1차치료의 근거는 무엇인가?
현대사회에서 제2형 당뇨병의 병태생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인슐린 저항성이다. 메트포르민은 이 저항성을 개선하는 기전이다. 티아졸리딘디온계와 같은 약제도 있지만 혈당조절 효과에 더해 안전성, 비용 등 다방면에서 상대적으로 우수한 유용성이 입증돼 왔다. 소화기계 부작용 위험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환자에게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이환 및 사망위험을 고려한다면, UKPDS 연구를 통해 심혈관 임상혜택이 입증된 경구 혈당강하제라는 점도 상당한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메트포르민은 당뇨병 전단계 환자의 혈당을 정상으로 낮춰 제2형 당뇨병 예방효과를 담보한다.

- ADA는 당뇨병 전단계 등 고위험군 환자에게 제2형 당뇨병 예방을 목적으로 메트포르민 요법을 고려하도록 권고했는데, 타당성은 어느 정도인가?
당뇨병 전단계 환자, 특히 체질량지수(BMI) 35kg/㎡ 초과, 60세 미만 연령대, 임신성 당뇨병 병력의 여성에게 고려하도록 권고했다. 내당능장애(IGT), 공복혈당장애(IFG), 임신성 당뇨병, 다낭성난소증후군, 비만 등의 환자에서 제2형 당뇨병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 특히 IGT와 IFG가 동시에 나타나면 당뇨병 위험도가 더 높아진다. 단독 IGT나 IFG의 경우 당뇨병 발생비율이 연간 20명당 1명 정도라면, 두 병태의 동반 시에는 연간 10명당 1명꼴이다. 여기에 IGT의 경우 그 자체가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기치료의 필요성이 더해진다.

이러한 환자들에게 혈당강하제 예방요법을 적용할 경우 위험 대비 혜택과 비용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돼 왔다. 당뇨병 전단계 병태생리에 중요한 인자인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메트포르민을 투여하는 것이 합리적인 전략일 수도 있다. 다만 우리나라 의료환경을 고려할 때 임상진료에 이를 일괄적용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2016년 새 가이드라인에는 사구체여과율 45mL/min/1.73㎡, 또는 30mL/min/1.73㎡에서도 메트포르민이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는 것으로 언급돼 있다. 신장기능에 따른 메트포르민 적용범위는 어떻게 정리할 수 있나?
ADA 견해에 동의한다. 사구체여과율이 30mL/min/1.73㎡을 넘는 환자들에게는 용량을 줄여서 메트포르민을 투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60mL/min/1.73㎡을 넘어가면 1000mg이나 1500mg까지도 고려할 수 있다. 메트포르민 치료의 우려사항으로 유산증이 있는데, 빈도가 그리 높지는 않다. 모니터링만 잘 이뤄진다면, 그리고 심장과 폐에 큰 문제가 없는 한, 사구체여과율 30mL/min/1.73㎡ 이상에서 용량을 조절해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 이 기준을 적용한다면, 메트포르민으로 치료할 수 있는 환자의 범위를 더 늘릴 수 있을 것이다.

- 제2형 당뇨병 약물치료의 대명사로 부동의 위치를 고수해 왔다. 현시점에서 메트포르민에 요구되는 혁신은 무엇인가?

대부분의 제2형 당뇨병 환자들에게 적용되는 약제이지만, 복약 순응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인자들을 내재하고 있다. 일부 부작용 위험, 제형, 용법의 문제다. 우선 소화기계 부작용 위험이 복약 순응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10% 내외에 시간이 지나면 증상이 줄기도 하지만 실제 진료현장에서 환자들이 느끼는 부담은 더 큰 것으로 관찰된다. 또 제형이 좀 커서 환자들에게 ‘독하고 센 약’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는데 하루에 2~3번씩 복용해야 한다는 점을 힘들어하는 환자들도 있다.

기존 속방형 제제는 하루 2~3회를 써야 하는데, 새롭게 등장한 서방형 제제는 용출속도를 천천히 해 복용횟수를 1일 1회로 줄이고 궁극적으로 위장관계 부작용 위험도 덜하다. 메트포르민은 부형제 성분이 거의 없어서 제형의 크기를 줄이기가 쉽지 않은데, 최근에는 사이즈를 줄인 제제들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임상경험이 풍부한 메트포르민 제제도 부작용, 제형, 용법의 문제를 개선하는 쪽으로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