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방어기전 확보로 항생제 내성 극복도 가능

항생제 대체 물질로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는 '항균 펩타이드(antimicrobial peptide, AMP)'의 대량 생산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항균 펩타이드는 항균 활성을 갖는 작은 단백질로서 기존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균에서도 뛰어난 항균력을 갖는 데다 새로운 내성균의 출현도 거의 일으키지 않아 차세대 항생물질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번 기술은 생명공학적으로 변형된 녹색 형광 단백질(engineered green fluorescent protein, GFP)과 대장균 발현 시스템을 이용해 항균 펩타이드와 세포독성을 갖는 단백질을 고효율로 발현시킬 수 있는 유전공학적 산업화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향후 생물학, 의학, 임상의학 등 다양한 연구 분야에 응용될 전망이다.


박찬규 교수팀, '항균 펩타이드' 대량생산 기술 개발

▲ 건국대 박찬규 교수

건국대학교는 동물생명과학대학 줄기세포재생생물학과 박찬규 교수팀은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IPET)의 지원을 받아 '녹색 형광 단백질과 대장균 시스템을 이용한 기능성 항세균 단백질의 고효율 생산'이란 제목의 논문을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 2월 11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항균 펩타이드란 동식물을 비롯한 대부분의 생명체들이 감염과 같은 외부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사용되는 선천성 면역 물질이다. 현재까지 박테리아, 무척추동물, 척추동물, 식물을 포함한 다양한 종에서 자연 유래 3900여 개, 합성 펩타이드 1600여 개 등 총 5500여 가지 이상이 보고됐다.

이들은 세균, 곰팡이 및 바이러스등 작용범위가 상당히 광범위하다. 항균 펩타이드의 양전하를 띠는 부분이 음전하(negative charge)를 갖는 박테리아의 세포막과 결합해 세포막에 천공(pore)을 형성하고, 막투과성 (permeability)과 막유동성(fluidity)을 변화시킴으로써 세포를 파괴한다고 알려졌다.

기존 항생제에 대한 내성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서 화학합성과 유전공학적 발현을 통해 생산이 가능하지만 화학합성으로는 펩타이드의 길이에 따른 생산의 제약이 따르는 데다, 비용관계상 대량생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또한 유전공학적 방법을 적용할 경우에도 항균 펩타이드 활성에 의한 숙주세포의 성장저해(bactericidal effect), 숙주세포 내에 존재하는 단백질 분해효소에 의한 분해 등으로 대장균을 이용한 대량생산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의 항균 펩타이드의 생산 연구가 시도됐지만 산업적으로 활용 가능한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박찬규 교수팀은 안정적이고 높은 효율의 발현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생물학 분야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단백질 중 하나인 녹색 형광 단백질(GFP)의 메티오닌(methionine)을 제거하고 루프 지역(loop region)에 항균 펩타이드를 삽입하는 아이디어를 활용했다.

▲ 개량된 녹색 형광 단백질을 이용한 항균 펩타이드의 생산과정 모식도

이 융합 단백질(fusion protein)은 불용성 단백질로 숙주세포 내에서 응집체 형태(inclusion body)의 활성을 띠지 않는 상태로 발현돼 항균 펩타이드 자체의 독성으로 숙주세포의 성장을 저해하는 기존 문제점을 극복했다.

또한 숙주세포 내에서 생산된 펩타이드의 분해를 막아 항균펩타이드를 포함한 세포 내에서 독성을 나타내는 다양한 유용 펩타이드와 기능성 단백질의 효율적인 생산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현재 Protegrin-1 (PG-1), PMAP-36, Buforin-2, PR-26을 포함한 7종의 항균 펩타이드의 생산 및 연구가 진행 중이며, 이는 항균 펩타이드 뿐만 아니라 숙주세포에 독성을 갖는 다른 단백질들에도 적용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는 산업적 의미가 크며 현재 국제특허(PCT) 출원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자연계 생명체에서 사용되는 방어기전 중 하나인 항균 펩타이드에 대한 연구 촉진을 위한 핵심 기술을 확보했을 뿐 아니라 항균 펩타이드의 경제적 생산과 산업화를 촉진 시킬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항균 펩타이드가 기존의 항생제 내성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천연 소재로 국민건강과 보건, 동물산업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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