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들, 집행부에 “강력한 의지 보여달라” 주문

회원들이 추무진 집행부에게 바란 것은 원격의료 등 의료현안을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달라는 것이었다.

대한의사협회 범의료계비상대책위원회는 13일 의협회관에서 ‘범의료계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추무진 회장 등 의료계 대표들과 일반회원 등 30여명이 참석해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과 원격의료 등 의료현안에 대한 의협의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회원들은 각종 의료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한 의협 집행부의 강력한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 의협 추무진 회장이 범의료계토론회에서 회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협의체 탈퇴, 그리고 김필건 회장, 고발해라!

먼저 회원들은 한방에 대해 미흡한 대처를 하고 있는 의협 집행부를 규탄했다. 의료일원화협의체를 탈퇴하라는 요구와 함께, 최근 초음파골밀도기 시연을 한 대한한의사협회 김필건 회장에 대해 고발을 하지 않는 태도에 대해 비판이 쏟아져나왔다.

좌훈정 회원(전 의협 감사)은 “의협 집행부는 회원들이 한방 문제와 관련해 왜 분노하고 있는지 정서를 알아야한다”며 “박근혜 정부의 규제 기요틴이 나온지 1년이 넘었고 추무진 회장도 재선 이후까지 포함되면 회장이 된지 1년 반이 됐는데 지금까지 대응이 미흡하고 잘못된 의료일원화 추진으로 의료계가 몰려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회원들이 화를 내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얼마 전 한의협 김필건 회장이 현대의료기기 시연을 했는데 이건 고발감임에도 집행부는 어떠한 액션도 취하지 않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회원들이 집행부를 믿을 수 있게끔하려면 김필건 회장을 고발하고 의료일원화 협의체를 탈퇴하겠다고 천명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추무진 회장은 “김필건 회장에 대한 고발 부분은 내부 법률 자문을 받고, 상임이사회에서도 논의가 됐다”며 “김 회장이 초음파골밀도를 시연한 것에 대해 고발을 한다면 한의협에게 말려들어가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어 고발을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김동석 회원(현 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의료일원화 문제는 지금은 현대의료기기 사용과 혼재된 상황이기 때문에 미루는 편이 낫다”며 “김필건 회장에 대한 고발 문제도 의협 상임이사들은 고발하지 안하는 게 낫다고 하지만 회원 정서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의료혁신투쟁위원회에서 고발을 한 것이고, 이는 회원의 눈으로 볼 때 의협 집행부가 배신한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동욱 회원(대한평의사회 대표)도 “의협이 고발해서 무죄가 나오거나, 지금 고발을 한 의혁투가 고발을 해서 무죄가 나와도 한의협은 똑같이 이를 이용할 것”이라며 “이는 상징적인 의미로, 의협이 왜 고발을 하지 않았느냐는 것에 대해 회원들이 분노를 한 것이다”고 일갈했다.

또 “의혁투 최대집 대표가 고발을 했는데 의협이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있는 것도 문제”라며 “의협이 우리나라 의료계를 대표하는 단체로 공신력이 있기 때문에 담당 검사를 찾아가서 공정한 수사를 의뢰하든, 검찰에 탄원서를 넣든 액션을 취해야지 왜 뒷짐만 지고 있는 건가”라고 질타했다.

의료일원화 논의도 협의체 탈퇴는 물론, 의료일원화라는 단어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장일 회원(경기도의사회 대의원회 부의장)은 “한의학은 지금도 도태돼 소멸되는 학문인데 왜 의료일원화협의체에 참여하는 건가”라며 “이는 자연도태시킬 한의학을 의학과 대등한 대화파트너로 격상시켜주는 꼴로, 의협의 전략 자체가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이라도 협의체를 당장 탈퇴해야하고, 정부에 한의학과 자율경쟁을 할 테니 알아서 자연도태 시키도록 하라고 말해야한다”고 꼬집었다.

노환규 전 회장, 실손보험 이슈화 전혀 안 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의협 노환규 전 회장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노 전 회장은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보다 집행부의 입장을 많이 이해하고 있는 위치에 있어 마음이 복잡하다”며 “싸움에는 상대가 있고 적이 모르게 움직여야하는데 의협은 모든 전략이 공개될 수밖에 없어서 추 회장의 어려운 상황을 잘 이해한다”고 밝혔다.

대토론회에 온 많은 회원이 집행부의 마인드와 의지를 지적했는데 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게 노 전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의협 회장은 사실 아무런 힘이 없기 때문에 정부가 어떤 정책을 추진할 때 의협이 반대입장을 내고 회장이 단식투쟁을 한다고 해서 막을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다만 의협 회장과 집행부는 우리나라 의료계를 대표한다는 ‘대표성’이 있는데 이를 잘 써야한다. 위기 상황을 외원들에게 적극 알리고 함께 대책을 세워야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금 의료계에 실손보험 청구대행에 대한 이슈화가 전혀 안 되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실손보험 청구대행은 원격의료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을 합친 것보다 더 큰 재앙임에도 불구하고 의료계 내에서 전혀 이슈가 안되고 있다”며 “이 위기를 회원들에게 적극 알리고 힘을 모아서 저지해야하는데 의협은 평온하기 그지 없다. 그저 국회의원 몇 명 찾아가서 법안을 저지했다고 홍보하는 게 전부가 아니다”고 질타했다.

노 전 회장은 의료일원화라는 용어의 부적절함을 지적하면서 “일전에 추 회장이 찾아온 적이 있어서 일원화라는 용어의 부적절함을 설명했는데 며칠 뒤 의협 고문단회의에서 일원화라는 단어가 나와 당황했다”고 전했다.

또 “한방에 대해서는 지금 회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이 면허 흡수통합”이라며 “우리가 추구해야할 것은 교육을 통합 흡수통합이지, 면허의 흡수통합은 경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자신 없으면 물러나라, 회장 퇴진 요구도 있어

지난달 30일 궐기대회 때도 나왔던 추무진 회장에 대한 퇴진 요구도 이날 토론회에서도 어김없이 흘러나왔다.

김장일 회원은 “원격의료나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문제는 과거 2000년 의약분업보다 더 큰 피해를 회원들에게 줄 수 있는 위험한 문제로, 이를 막기 위해서는 의약분업 때 했던 노력 그 이상의 것을 보여야한다”며 “추 회장이 앞장서서 목숨을 걸고 막겠다는 각오를 보여야지 회장이 각오를 보이지 않으면 아무도 따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추 회장에게 “겁이 난다면 초야로 보내드릴 용의가 있으니까 각오를 명확히 밝혀라”며 “회장이 겁을 내고 있는데 무슨 투쟁을 하고 방안을 내겠는가? 앞장 설 게 아니면 이런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좌훈정 회원도 “이전 장동익 집행부 때 의료법 개정에 대해서 투쟁했는데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되면 집행부가 총사퇴하겠다고 했다”며 “집행부가 그 정도 각오를 내비치니 회원들은 싫으나 좋으나 따라갈 수 밖에 없다. 추무진 집행부도 원격의료법이 국회 상정되면 집행부가 총사퇴하겠다고 선언해라”고 요구했다.

이동욱 회원도 투쟁할 자신이 없으면 물러나라는 발언을 하자, 대전시의사회 김봉천 기획이사는 “이번 토론회는 한 개인의 퇴진을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다”며 “이런 식으로 가면 토론회의 방향성이 없어지는 것 아닌가”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그는 “투쟁을 하자고 하는데 이제까지 우리가 투쟁을 해서 얻은 게 무엇인가? 이번 의료일원화라는 정책은 정부가 한의사에게 퇴로를 마련해주기 위한 정책일 가능성이 높다”며 “의협의 입장을 지지해주고 정책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지 무조건 불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추무진 회장, 의지를 보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

▲ 범의료계 토론회에 참석한 노환규 전 회장이 추무진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토론회가 마무리될 무렵 추무진 회장은 “오늘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들은 집행부와 비대위가 다시 한 번 의지리를 보이라는 뜻으로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오늘 토론회가 집행부와 비대위에게 힘을 실어준다고 생각한다”며 “힘없는 의협 회장이 나가서 악악대는 것보다 회원들이 준 힘을 바탕으로 나갔을 때 큰 힘이 생긴다고 생각된다”고 전했다.

추 회장은 “협상을 한다는 것은 원격의료나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협상을 한다는 것이 아니라 회원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이나 제도를 많이 만들 수 있도록 협상과정을 거친다는 것이지 저것들을 협상하겠다는 뜻이 아니다”며 “비대위의 투쟁과 회원들의 의견에 더욱 힘을 얻어 집행부는 협상에 적극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추 회장은 노환규 전 회장이 제안한 국회 의료일원화 토론회 불참에 대해 “의협이 참여하는 것이 전략상 좋지 않다는 의견에 동의한다”며 “토론회에 의협 대표는 보내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또 그는 “실손보험 문제 역시 집행부에서 많이 신경쓰고 있고,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도 회원들에게 널리 알리겠다”며 “회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리는, 소통 문제에 있어선 고민하고 있다. 의협의 홍보 문제는 좀 더 고민해 회원들과 소통을 하는데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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