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장 박창규
고려의대 교수
고려대구로병원
순환기내과
최근 '고위험군 환자에서 목표 혈압'을 주제로 좌담회가 개최됐다. 고려의대 박창규 교수가 좌장을 맡았고 연세의대 박성하 교수가 강연한 후 토론이 이어졌다. 본지에서는 이날의 강연 및 토론 내용을 요약·정리했다.










패널<왼쪽부터>
성기철 성균관의대 교수 강북삼성병원 순환기내과
손일석 경희의대 교수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신진호 한양의대 교수 한양대병원 심장내과


최적의 혈압 조절: SPRINT 연구 결과  

박성하
연세의대 교수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고위험군 환자 혈압 조절 가이드라인
당뇨병 환자
Action to Control Cardiovascular Risk in Diabetes (ACCORD) 연구에서 약 4,600명의 당뇨병 환자를 목표 수축기 혈압이 120 mmHg인 집중 치료군과 140 mmHg인 표준 치료군으로 나눠 심혈관 사건 발생률을 비교한 결과 일차 평가변수인 비치명적 심근경색 및 비치명적 뇌졸중 발생률, 심혈관 사망률이 양 군 간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ACCORD 연구에는 만성 신부전(chronic kidney disease, CKD) 환자가 포함돼 있지 않았고 평균 연령은 62세였다.

2009년까지 진행된 연구들을 분석했을 때도 당뇨병이나 관상동맥질환 환자에서 혈압을 130/80 mmHg 미만으로 조절했을 때의 이점은 입증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들을 바탕으로 2013년 유럽고혈압학회/유럽심장학회(European Society of Hypertension/European Society of Cardiology, ESH/ESC), 대한고혈압학회(Korean Society of Hypertension, KSH)를 포함한 다양한 가이드라인에서 당뇨병 환자의 목표 혈압을 140/85 mmHg 정도로 과거에 비해 높게 설정했다.

CKD 환자
CKD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Modification of Diet in Renal Disease (MDRD), African American Study of Kidney Disease and Hypertension (AASK), Blood-Pressure Control for Renoprotection in Patients with Non-Diabetic Chronic Renal Disease (REIN-2) 연구에서 연구 기간 중 수축기 혈압을 130 mmHg 미만으로 낮췄을 때의 이점은 입증되지 않았으나, AASK 연구의 추적 관찰 기간 동안 단백뇨를 보이는 환자에서의 이점이 확인돼 Kidney Disease: Improving Global Outcomes (KDIGO)를 포함한 일부 가이드라인에서는 단백뇨를 보이는 환자에서 목표 수축기 혈압을 130 mmHg 미만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임상 연구 단계에서 이점을 보이지 않았으므로 미국이나 유럽 가이드라인에서는 140/90 mmHg 미만을 목표 혈압으로 제시했고, 일본이나 국내는 130/80 mmHg 미만으로 권고하고 있다.

고령 환자 
고령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대부분의 연구에는 수축기 혈압 160 mmHg 초과인 환자들이 포함돼 있고 목표 수축기 혈압을 150 mmHg로 설정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혈압 감소 시 얻을 수 있는 이점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았다. Japanese Trial to Assess Optimal Systolic Blood Pressure in Elderly Hypertensive Patients (JATOS)에서 약 2,200명의 고령 환자를 대상으로 수축기 혈압을 140 mmHg 미만으로 조절했을 때의 이점을 평가한 결과 140 mmHg 미만으로 조절한 군과 140~159 mmHg로 조절한 군 간 심혈관질환이나 신부전 발생에 있어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한편 Felodipine EVEnt Reduction (FEVER) 연구의 하위군 분석을 통해 고령 환자에서 수축기 혈압을 140 mmHg 미만으로 조절했을 때의 심혈관 사건 감소 효과를 유일하게 확인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ESH/ESC 가이드라인에서는 고령 환자의 목표 혈압을 150/90 mmHg 미만으로 권고하고 80세 미만 환자에서는 수축기 혈압을 140 mmHg 미만으로 조절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일본 가이드라인에서도 150/90 mmHg 미만으로 권고하고 있다.

SPRINT 연구
배경 및 방법
Systolic Blood Pressure Intervention Trial (SPRINT)은 고위험군 환자에서 적절한 목표 혈압을 제시하기 위해 진행된 연구이다. 50세 이상의 수축기 혈압 130~180 mmHg인 환자를 대상으로 했고 심혈관질환, 추정 사구체여과율 20~60 mL/min/1.73㎡인 CKD, 심혈관질환 10년 위험도 15% 이상, 75세 이상의 추가 심혈관계 위험 인자 중 하나 이상을 포함하고 있었다. 뇌졸중이나 당뇨병, 울혈성 심부전, 단백뇨 하루 1 g 이상인 환자는 제외했다. 수축기 혈압을 120 mmHg로 조절한 집중 치료군과 140 mmHg로 조절한 표준 치료군에 각각 4,600명 정도씩 무작위 배정했는데 모집 당시 대상자들의 평균 혈압은 약 140/80 mmHg였다.

연령, 성별, 인종, CKD, 심혈관질환, 혈압에 따라 하위군 분석도 실시했다. 일차 평가변수는 심근경색, 급성 관상동맥증후군, 뇌졸중, 급성 비보상성 심부전, 심혈관 사망이었고 추가 평가변수는 모든 원인의 사망, 신기능 변화였다. 초기 3개월간은 한달 간격으로 혈압을 측정했고 이후에는 3개월 단위로 측정했으며, 측정된 평균 혈압을 바탕으로 항고혈압 약물을 적정(titration)했다. 레닌안지오텐신계(renin angiotensin system, RAS) 차단제, 칼슘채널차단제(calcium channel blocker, CCB), 이뇨제를 사용했는데, CCB는 amlodipine, 이뇨제는 chlorthalidone의 사용이 권장됐다. 집중 치료군은 처음부터 2제 또는 3제요법이 권장됐고 표준 치료군에서 혈압 감소폭이 클 경우 약물 용량을 줄이도록 했다.

결과
평균 3.2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평균 수축기 혈압이 집중 치료군에서 121 mmHg, 표준 치료군에서 134 mmHg 정도로 감소했고, 일차 평가변수는 표준 치료군 대비 집중 치료군에서 25% 정도 유의하게 감소했다(p<0.001)<그림 1>. 세부적으로 분석했을 때 뇌졸중 발생률은 양 군 간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나 심부전 발생률이나 심혈관질환 사망률은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각각 p=0.002, p=0.005). 모든 원인의 사망률도 표준 치료군 대비 집중 치료군에서 27% 정도 감소했다<그림 2>.

 
일차 평가변수에 대한 하위군 분석을 실시한 결과 75세 이상 환자가 75세 미만 환자에 비해 이점을 보였고 기저치 수축기 혈압이 낮을수록 우수한 결과를 나타냈다. CKD 환자에서는 표준 치료군과 집중 치료군 간 신기능 변화에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고 CKD를 동반하지 않은 환자에서는 오히려 집중 치료군에서 급성 신손상 발생률이 높았다. 집중 치료군에서 급성 신부전, 전해질 불균형, 실신, 저혈압 등의 이상반응이 더 많이 발생했고, 특징적으로 기립성 저혈압은 더 적게 발생했다.

결론
집중 치료군에서 표준 치료군 대비 심혈관 사건, 모든 원인의 사망이 각각 25, 27%씩 감소했고, number needed to treat (NNT)는 각각 61, 90명이었다. CKD 환자에서는 집중 치료군과 표준 치료군 간 신기능 변화에 차이를 보이지 않았고 CKD를 동반하지 않은 환자에서는 표준 치료군이 이점을 보였다. 집중 치료군에서 급성 신부전, 전해질 불균형 등의 이상반응이 더 많이 발생했지만 이러한 이상반응에 비해 심혈관질환 발생률을 감소시키는 이점이 더 큰 것으로 판단된다.

즉, 50세 이상의 심혈관질환 환자, 75세 이상의 고령 환자, 단백뇨가 없는 CKD 환자에서 집중 치료의 이점이 입증됐으므로, 이상반응이 없고 내약성이 우수한 고위험군 환자에서 혈압을 집중적으로 조절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단, 뇌졸중이나 당뇨병 환자, 50세 미만의 고위험군 환자에서 집중 치료의 이점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Discussion

박창규: ACCORD 연구에서 당뇨병 환자를 집중 치료군과 표준 치료군으로 나눠 심혈관 사건 발생률을 비교했을 때 양 군 간 차이를 보이지 않았고 사망률은 집중 치료군에서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SPRINT 연구는 미국 국립의료원의 후원으로 진행돼 다른 연구에 비해 객관적으로 진행된 연구로, 고위험군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집중 치료 시 입원이나 모든 원인의 사망률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손일석: SPRINT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50세 이상의 고위험군 고혈압 환자에서 집중 치료의 이점에 대한 부분이 차기 가이드라인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당뇨병 환자에서의 이점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며, 심부전 예방에 우수한 효과를 보여 전체적인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왔으나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예방 측면에서는 표준 치료군과 집중 치료군 간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집중 치료군의 수축기 혈압은 평균 121 mmHg 정도로 감소했는데 120 mmHg 미만으로 감소시키기 위해 약물을 더 투여했더라면 이상반응 발생률이 높아졌을 수 있고, 표준 치료군에서 140 mmHg 미만으로 감소할 경우 약물을 중단한 것도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봅니다. 아시아인이 적게 포함돼 있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박창규:
ACCORD 연구에서 집중 치료군의 뇌졸중 발생률이 41% 유의하게 감소한 것처럼 혈압을 낮추면 뇌졸중 감소에 큰 효과를 나타내는데 SPRINT 연구에서는 11% 감소했지만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박성하:
기존 뇌졸중 환자들을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 결과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ACCORD 연구에서는 심부전 발생률이 양 군 간 차이를 보이지 않았는데, 연구에 따라 대상이 다르기 때문에 결과에도 차이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두 연구에서 사용한 약물은 거의 유사합니다.

신진호:
기존에 베타차단제를 사용하던 환자들은 관상동맥질환을 동반한 환자였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런 환자에게 집중 치료를 시행했을 때 J-curve 현상과 유사한 정도의 효과가 기대되지만 실제로는 양 군의 차이가 없었다는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또 집중 치료군에서 표준 치료군 대비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ngiotensin II receptor blocker, ARB)를 더 많이 처방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것이 신장이나 관상동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박성하: 스타틴 처방률이 ACCORD 연구는 약 62%였고 SPRINT 연구는 약 42%로 20%가량 차이가 있었고 이런 점이 강압의 효과를 좀 더 두드러지게 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박창규:
강력한 심혈관 보호 효과를 나타내는 스타틴 약물의 처방률이 낮았던 것이 결과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충분한 것 같습니다. 최근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스타틴의 이상반응이 주목된 이후 스타틴 처방률이 감소하면서 심혈관 사건 발생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성기철: SPRINT 연구에서 사망률 감소 효과를 입증했으므로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의의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 연구에는 당뇨병, 뇌졸중, 기립성 저혈압 환자 등이 모두 제외됐고 이는 미국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했을 때 전체 고혈압 환자의 17% 정도만 차지합니다. 저희가 임상에서 만나는 환자는 이보다 훨씬 다양하다는 것을 유념해야 합니다. 또한, 혈압을 암실에서 3회 측정했는데 이는 우리가 외래에서 측정하는 혈압보다 훨씬 낮게 측정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즉, 실제 진료실에서의 목표 혈압 설정을 SPRINT 연구처럼 한다면 혈압이 낮아서 생기는 이상반응의 빈도가 높아질 수 있으니 목표 혈압을 환자별로 개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박창규: 일반적으로 고령 환자에서 목표 혈압을 150/90 mmHg로 권고하고 있는데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했을 때 고령 환자에서 목표 혈압 기준을 변경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박성하:
현재 가이드라인에 따라 치료했을 때 미국이나 한국은 50%, 영국은 33%가 목표 혈압에 도달하고 있습니다. 즉, 1/3~1/2 정도만 목표 혈압에 도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가이드라인에서 목표 혈압치를 좀 더 낮추면 조절률은 10% 미만일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1차 목표 혈압치는 150 mmHg를 그대로 유지하되 이후에도 내약성이 높은 환자에 한해 130 mmHg 미만으로 조절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일 것 같습니다. 

신진호: SPRINT 연구의 포함 기준에 해당하는 환자들이라면 집중 치료를 시행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인 목표 혈압치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박창규: 혈압 조절이 잘되고 내약성이 높은 환자들은 혈압을 더 낮추는 것에 대해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박성하:
아직 당뇨병 환자에서는 집중 치료가 권장되지 않습니다.

박창규:
ACCORD 연구의 연장 연구 결과 2년 이후에는 양 군 간 사망률에 차이를 보이지 않았고 망막병증 발생률은 집중 치료군에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박성하:
과거 가이드라인에서 당뇨병 환자의 목표 혈압을 130/80 mmHg로 권고했을 때 목표 혈압 도달률이 20%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가이드라인에서 목표 혈압치를 낮출 경우 의학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환자의 복용 약물 수도 많아지므로 이를 모두 고려해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Avoiding Cardiovascular Events through Combination Therapy in Patients Living with Systolic Hypertension (ACCOMPLISH) 연구에서 RAS 차단제와 CCB의 우월성이 입증됐으나 하나의 연구에 국한된 결과였기 때문에 가이드라인에 반영되지 못한 것처럼 SPRINT 연구 결과도 앞으로 가이드라인에 적극 반영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진행될 필요가 있습니다. 

손일석: 고위험군 환자에서 초기부터 2제 또는 3제요법을 바로 시행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박창규:
최근에는 고정용량 복합제의 처방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고정용량 복합제는 복약순응도를 높여 사망률을 30% 정도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단, 3제요법을 초기부터 바로 적용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