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협 박단 신임 회장 “집행부 시스템 갖추겠다”

“지키지도 못할 새 공약을 내세우는 것보단 지금까지 진행해온 사업들을 발전시켜나가겠다.”

최근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이하 의대협)은 앞으로 1년간 의대협을 이끌어나갈 새 수장을 뽑았다. 의대협의 신임 회장으로 당선된 이는 경북대학교 본과 3학년 박단 회장이다.

의료계의 미래를 대표하는 젊은 의사들의 대표로 선출된 박 회장의 포부는 어떤 것일까? 박 회장은 최근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새로운 공약은 없다”라고 선언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박단 신임 회장

"새로운 공약은 없다"

박 회장의 첫마디는 ‘새로운 공약은 내세우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그는 “이전 조중현 회장 때도 그랬고, 그 전에 함현석 회장 때도 그랬지만 의대협이라는 단체의 역사 자체가 그리 길지 않다”며 “이전 회장들이 진행해왔던 사업들을 더 발전시키는 게 중요하지 지키기 힘든 새 공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국시원법이라든지, 조 회장이 진행했던 종합정보공유망 사업과 같은 부분에 있어서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나지 않았다”며 “이런 좋은 아이템들을 더욱 발전시키기고 마무리하는 것이 내게 주어진 소임 같다”고 전했다.

기존의 사업을 이어가고 마무리 하는 것 외에 신임 회장이 새롭게 추진하려는 사업은 아예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한 물음에 그는 아직도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의대협을 정비하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이는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공보의협의회 등 다른 젊은 의사 단체와 달리 아직까지 제대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의대협의 한계를 인지하고 이를 보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의대협 집행부 활동을 하면서 내 스스로 아쉬운 부분들이 보였다”며 “의대협 집행부 시스템이 체계적이지 않고 국장을 맡은 몇몇 학생들의 희생에 의존하는 면이 너무 컸다”고 지적했다.

또 “체계적으로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의대협이라는 단체가 지속적으로 유지가 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있었다”며 “앞으로도 지금처럼 몇몇 학생들에게 희생을 강요할 수 없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돌아가는 집행부 시스템을 꾸려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의대협이 의협 산하의 지역의사회처럼 지역별로 있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전국 의대별로 흩어져 있다보니 일하는 것도 어렵고 소통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쉽지 않다는 얘기도 했다. 게다가 요즘에는 SNS 등으로 소통하기는 쉽지만 일을 하는 체계가 잡혀있지 않기 때문에 소통은 쉬워도 일하는 건 아직은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소통은 쉽지만 의대생들의 사회 소통은 아직 어렵다

그는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메신저 프로그램 덕분에 연락과 소통이 쉬워졌지만 아직까지도 의대생들에게 있어 사회와의 소통은 어려운 문제라고 설명했다.

“학부생활을 해보고 의대에 들어왔는데 가장 크게 느낀 건 의대생들이 문제의식을 갖는 건 있지만 이를 바꾸고 적극적으로 해결해나가려는 부분에 있어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시대가 바뀌고 환경이 바뀌어가는 데도 바꿔나가는 걸 두려워하지 말고 좀 더 적극적으로 하고 싶은 말은 하는 학생사회를 만들고 싶다”

최근 들어 의대생들 사이에서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원격의료와 같은 의료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는 게 박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젊은 의사들이 최근 의료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이 같은 현상은 다른 계열에선 이미 충분히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며 “오히려 의료계는 조금 늦게 시작한 것으로 이제야 사회와 조금씩 소통을 시작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이제까지 의료계 내부에만 관심을 가졌다면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원격의료와 같은 다른 직종, 정부기관과 연관된 의료현안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다만 박 회장은 “학생사회가 좀 더 성숙해야 이런 의견을 내고 이를 문제라고 생각할텐데 의대생들은 워낙 바쁘게 살다보니 이런 문제의식을 가졌다가도 흘려 넘기고 있다”며 “그러나 좀 더 의대생들끼리 소통하고, 다른 전공의나 의사 선배들과도 소통을 하다보면 의대생 사회도 더 성숙해지고 많은 의견들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젊은 의사, 의료현안에 관심 가져야"

 

최근 의대협은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와 함께 ‘젊은의사 의료정책캠프’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는 전국 30여명의 의대생들이 참석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의료정책 현안에 대해 살펴보고 나름대로의 해결방안에 대해 고민을 했다는 후문이다.

그는 “이번 의료정책캠프의 기획 초안을 내가 냈는데 의대생들이 학업으로 바쁘지만 의료사회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해서 기획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첫날에는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이진석 연구조정실장과 인천의료원 조승연 원장을 연사로 초청해 강연을 했고 둘째 날에는 멘토분들을 모셔 학생들을 상대로 주제별 멘토링을 진행했다”며 “멘토링 시간을 너무 길게 잡은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중에 보니 오히려 멘토링 시간이 짧아서 시간이 끝난 뒤에서 학생들이 멘토들을 못 가게 붙잡고 질문을 계속 던졌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이번 행사의 참석자는 30~40명 정도 밖에 안됐지만 의대생들에게 이런 행사를 할 수 있구나라는 자신감을 얻게 해줬다”며 “다만 아쉬운 것은 의료정책캠프가 열린 시기가 집행부가 바뀌는 전환기였기 때문에 많은 노력을 쏟지 못했던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의사국시응시료 인하, 학생들 문제의식이 우선

지난해부터 의대협이 줄기차게 진행해오던 일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매년 인상되는 국가고시 응시료에 큰 부담을 겪고 있어, 국시원법을 통해 국가고시 환경개선을 바란다는 것.

이를 위해 의대협을 비롯한 학생 대표들이 탄원서를 내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아직까지도 제대로 해결이 되지 않은 상태이다.

이에 대해 지금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는 것이란 게 그의 생각이다. 본과 4학년들도 국시응시료가 92만 2000원인 것을 모르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국시응시료가 얼마인지, 왜 이렇게 돼 있는지, 다른 국가고시에 비해 왜 이렇게 비싼 것인지에 대한 홍보가 필요하다”며 “학생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함께 가야 정부에게 우리의 주장을 전달할 수 있는 힘이 생길 거라고 본다”고 전했다.

또 “전국치과대학생·치의학전문대학원생연합 등 타 직역 다른 학생들도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분들과 협력할 수 있는 방안도 찾아볼 것”이라며 “의대협 입장에선 반드시 해결해야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올해는 학생들 사이에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싹틀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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